#PSH독서브런치167
1. '환경을 보호하자'는 말은 언제 어디서나 올바른 말로 들립니다. 실제로 세계 각국 정부는 환경 보호 정책을 공격적으로 내놓고 있으며 기업들의 최근 최대 화두 중 하나는 ESG 경영(환경·사회·투명 경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돌이켜 보면 같은 행동도 때에 따라 환경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평가받다 어느 순간 그렇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와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어요. 예를 들어 일부 디젤 자동차는 한국에서 10년 간 친환경 자동차로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보조금 혜택 등을 제공받았지만 현재는 마치 공기 오염의 주범인 양 취급받고 있는 것 같아요. 원자력 발전은 한동안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퇴출 대상 에너지원이었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효과적인 대안 에너지로 그 지위가 변경되는 중이고요. 이렇게 본다면 이를테면 전기차 같이 현재는 친환경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것들이 상황과 생각이 변화함에 따라 언제든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일 듯합니다.
2. 박이문 교수는 <환경철학>에서 '환경'은 "서술적이 아니라 평가적 개념이다"라고 지적하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환경’이라는 말은 어떤 객관적 대상을 가치중립적으로 그냥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환경은 한 생물체, 더 정확히 말해서 그 생물체의 생존과 번영이라는 가치의 관점에서 본 어떤 대상과의 관계를 지칭한다. 환경은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존재개념, 가치개념, 평가개념으로 어떤 종류의 주체성을 가진 생명체에 비추어서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이어 다음과 같이 말해요. "고층건물이 밀집한 대도시는 그곳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환경으로 존재하는 것은 필연적인 사실이다. 하지만 그 환경의 가치면에서 볼 때 경제적 이익을 생각하는 사업가의 입장에서는 ‘좋은’ 환경이 될 수 있으나, 맑은 공기와 조용한 주변을 필요로 하는 노약자들에게는 ‘나쁜’ 환경으로 평가된다. 환경의 관점에서 볼 때 쓰레기나 공장폐수나 탁한 공기가 인간에게는 ‘나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똥파리나 어떤 종류의 버러지에게는 ‘좋은’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디젤 자동차가 인간의 환경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평가받다 상황과 입장이 변함에 따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이해됩니다. '환경'이란 고정되어 있지 않고 계속해서 변하는 개념이니까요.
1+2. 박이문 교수는 또한 같은 책에서 인간중심적 관점에서의 환경 보호를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오직 인간의 관점에서만 환경에 의미가 부여될 때, 인간 이외의 모든 것은 오로지 인간을 위한 도구로써의 의미만 갖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생태계 그리고 더 나아가서 자연의 훼손과 파괴가 환경문제의 관심 밖으로 밀려날 수 있고, 반대로 다른 생명체와 생태계의 관점에서 환경에 의미가 부여될 수 있다. ... 그러므로 환경의 공학적 · 관리적 문제는 환경을 대하는 생명체의 범위 선택을 전제하지 않고는 해결은 물론 성립조차 안 된다. 환경적 평가의 주제의 범위와 수는 생물계의 범위와 종의 수만큼이나 무한히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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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본다면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단순한 문장에도 고민해야 할 것들이 무수히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내가 환경을 보호한다고 생각하여 행한 행동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으니 늘 긴장하고 고민해야겠고요. 최진석 교수가 <경계에 흐르다>에서 말한 "복잡 미묘한 상황을 제대로 다루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바로 자신의 행위를 지배하는 기준이나 신념 등과 같이 ‘확고한 마음’이다. ‘확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스스로 분명하고 명료해지는데, 그것이 분명할수록 판단은 날렵하고 예리하며 전체적으로 성급해진다"는 말은 환경 보호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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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