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H독서브런치166
1. 동양과 서양의 문화 차이를 분석하는 이론은 많습니다. 경영학을 전공하며 수강했던 조직행동 수업에서 호프스테드(Hofstede) 이론을 배운 기억이 있으며, 동양과 서양의 차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리처드 니스벳 심리학 교수의 <생각의 지도(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라는 책을 읽은 기억도 납니다. 특히 영어학을 전공하며 수강했던 영한비교언어학이라는 수업에서 비슷한 내용의 비즈니스 메일이 각각 영어와 한국어로 쓰였을 때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배웠던 것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근본적으로 동양과 서양의 이런 차이가 나게 된 이유가 궁금했고 이 궁금증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어요. 호프스테드 이론, 리처드 니스벳의 이론 등은 현상의 체계적 정리일 뿐 현상 이면의 원인에 대해서는 말해주고 있지 않다 싶었거든요.
2. 저는 이 궁금증에 대한 나름의 합리적인 답을 박이문 교수의 <나비의 꿈이 세계를 만든다>라는 책에서 얻었습니다. 한 마디로 '우연에 의한 것'이 그 답입니다.("동서인들이 서로 다른 곳에 관심이 쏠린 이유는 극히 복잡할 뿐만 아니라 만족스러운 설명이 거의 불가능한 일종의 역사적 우연이라고 밖엔 말할 길이 없다.") 박이문 교수는 동양과 서양의 철학적 발상을 최초로 형성한 두 천재 (공자와 소크라테스)가 우연히 어떤 시대에 태어났는지에 따라 두 세계관이 분화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합니다. "공맹자나 노장자들이 그들의 사상을 창조해 낼 때의 중국 사회는 계속되는 전란에 의해 극히 혼란하고 불행했던 전국시대였다. 이러한 여건에서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문제도 생존과 마음의 평화를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생존과 마음의 평화를 어떻게 얻느냐 하는 문제는 인생의 태도와 행위의 문제, 즉 넓은 의미로 윤리적 문제에 속한다. 앎의 문제, 즉 진리의 문제는 이차적 문제로 밀려나게 된다. 거꾸로 서양 사상, 철학적 발상지인 고대 그리스의 사람들은 이방의 노예를 부릴 수 있어 직접적으로 생활에 필요한 산업에 종사하지 않고 한가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경제적인 근심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그들은 직접 생존 문제에 관심을 둘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 대신 그들은 앎과 진리에 대한 문제에 순전히 지적인 호기심을 쏟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볼 때 자연이나 인간 자체에 대한 앎, 즉 진리는 생활을 풍부하게 하고 행복을 가져올 수 있는 물질적인 조건을 보다 많이 가져와 오늘날의 과학적 서양 문화를 만들게 했던 것이다."
1+2. 동서양의 차이뿐 아니라 더 근본적으로 "우주의 형성, 여러 만물의 형상, 그리고 인간의 존재까지도 우연의 소산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해석"이라는 관점에 동의합니다. (문학 속의 철학, 박이문) 이는 "우리는 죽음과 함께 모든 것을 종결짓"고 "인생의 목적이나 의미가 없다"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이는 허무주의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의 구분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김하나 작가가 <힘 빼기의 기술>에서 쓴 글로 이 글을 마무리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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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를 진지하게 믿기엔 과학서적을 너무 많이 읽은 나는 사실 인간이라는 유기체가 세상에 나타난 데는 아무런 이유도 목적도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의미를 찾기엔 완벽하게 허무한 삶에서, 한 존재가 다른 수많은 존재 중에 하필 바로 그 단 한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막연히나마 ‘아, 내가 이 사람을 만나려고 이 세상에 왔구나’하고 느끼게 되는 사건이라니, 대단한 위로가 아닐 수 없다. 종교가 주는 위로에 필적하는 위로다. 누가 종교에 대해 물어보면 나는 “전능한 신보다는 무능한 인간들 사이의 사랑을 더 믿어요”라고 대답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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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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