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잘한다는 것에 대하여2- 학습 능력과 요약 능력

#PSH독서브런치230

by PSH
Gemini_Generated_Image_q4bft1q4bft1q4bf.png 사진 = Gemini


1. 알랭 드 보통은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회계 직무에 대해 "물고기를 잡지도 못하고 집을 짓지도 못하고 옷을 꿰매지도 못하고 오로지 분할 상환, 표준 고용 소득, 거래세 문제에 답하는 일에만 헌신"한다고 표현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일을 "무엇을 이루거나 적절한 대가를 받기 위하여 어떤 장소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몸을 움직이거나 머리를 쓰는 활동. 또는 그 활동의 대상."이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회계 직무와 같은 문과 사무직에 대입해 이를 풀어써보면 "적절한 대가(월급)를 받기 위하여 회사에서 주 40시간 이상 머리를 쓰는 활동"이라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즉 사무직 일을 잘한다는 것은 '머리를 쓰는 활동'을 잘한다는 의미일 거예요. 그리고 저는 '머리를 쓰는 활동'을 잘한다는 것은 곧 학습 능력과 요약 능력이 좋다는 의미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2. 이왕주 교수는 『상처의 인문학』에서 다음과 같이 얘기합니다. "권위 있는 여론조사기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세상사에 대한 한국인들의 가장 신뢰할만한 체험, 인식, 판단의 표준 모델은 KBS TV 저녁 아홉 시 뉴스다. 여기서 잘 다듬어진 앵커의 멘트들, 눈으로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편집된 이미지들이 그래픽들, 조명, 사운드 등으로 잘 버무려진 채 기승전결의 순서에 따라 논리적으로 장면화 되었을 때 사람들은 비로소 하나의 사건, 하나의 상황을 잘 이해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약 12년 전 발간된 책으로 현재의 현실과 다소 달라진 부분이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일 잘하는 사무직이란 'KBS TV 저녁 아홉 시 뉴스의 앵커'와 같은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즉 문과 사무직이 물고기를 잡아오지는 못하지만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구성된 보고서를 통해 어획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나 최적의 선원 구성, 소비 트렌드를 고려한 잡을 물고기 선정 등의 통찰을 직접 물고기를 잡을 사람들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이죠.


1+2. 보고 받는 사람이 사건을 총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상황을 빠르게 학습하고(학습 능력) 전체 구조를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간추릴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요약 능력). 물론 방대한 자료를 순식간에 읽어내고 그럴듯하게 요약하는 일은 이제 AI가 우리보다 훨씬 빠르고 능숙하게 해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AI는 아직 텍스트화된 데이터만을 다룰 수 있습니다. 도리스 메르틴 작가는 『아비투스』에서 기업은 매우 복합적인 조직이며 이론적 전문 지식뿐 아니라 암묵적 규칙과 행간을 읽는 주의력이 더 중요할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즉, "누구에게 권력이 있는가, 경영진이 중시하는 것은 무엇인가, 누가 누구와 친한가, 시장 현황은 어떠한가, 누가 비공식적 여론 선도자인가, 어떤 프로젝트가 현재 진행 중인가, 어떤 유형의 직원이 구세주로 통하고 빨리 승진하는가"와 같은 것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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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일을 잘하는 사무직이란 텍스트화된 데이터로 파악할 수 있는 정보뿐 아니라 조직의 권력관계와 같이 AI가 접근할 수 없는 정보까지 빠르게 학습한 후 KBS TV 저녁 아홉 시 뉴스의 앵커와 같이 명쾌한 언어로 요약하여 전달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하는 사무직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민하여 글로 옮겨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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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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