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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H Dec 07. 2021

배려에 대하여 - 영화 소울 서퍼의 교훈(강세형)

#PSH독서브런치028

사진 = 네이버 영화 <소울서퍼>


배려는 상대방 입장을 헤아려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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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에서는 흔히 '센스'로 표현되는 것 같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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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배려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게 해 준 영화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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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소울 서퍼'의 주인공 베서니는 촉망받는 프로 서퍼였지만 상어의 공격으로 한 팔을 잃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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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재활 후 나선 경기에서 과거 라이벌이었던 멀리나는 베서니를 사고 이전과 똑같이 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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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서니에게 여전히 라이벌 의식을 느끼며 어떻게든 이기고자 은근히 방해하고, 비매너 플레이까지 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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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서니는 이에 대해 'At least she was treating me like I was real competition'라고 생각하며, 멀리나에게 고맙다고 말합니다. "쉬운 상대로 생각하지 않아 줘서 고맙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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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베서니에게 필요했던 건 "좋은 파도를 선점해라",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와 같은 말이 아니라, 꼴등을 하더라도 정정당당하게 경기를 하게 놔두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1. 어쩌면 그렇기에 영화 ‘써드 스타(Third Star)’의 주인공인 ‘제임스’ 또한, 그의 마지막 여행을 친구들과 함께한 것일지도 모른다. 모르핀 없이는 단 하루도 버틸 수 없는 말기 암 환자인 제임스. 그의 스물아홉 번째 생일 파티를 열어 주고 있는 가족들을 보며, 그는 생각한다. ‘고통은 나의 것이고, 비극은 그들의 것이다.’ 아무리 그들이 내 앞에서 웃으며 밝은 척을 해도, 그들의 슬픔과 걱정이 제임스의 눈에도 다 보인다. ... 그래서 그는, 친구들과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내가 환자이든 아니든, 마지막 순간까지도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함께 웃어줄 오랜 친구들과. (시간은 이야기가 된다, 강세형, 김영사)


2.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 또한 참 희한하고 엉뚱한 곳에서 위로받곤 했던 것 같다. 너무도 따뜻하고 자상한 미소와 함께 “다 잘될 거야”라고 말해주는 사람 앞에선 배배 꼬인 심보를 보이다가도, “어떻게든 되겠지!” 농담처럼 툭 내뱉어진 친구의 말에서 오히려 위로받았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무심한 작은 배려 하나에 눈물이 핑 돌 때도 있었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웃기나 하고 싶어서 틀어놓은 코미디 영화가 뜬금없이 날 감동시키기도 했다. (희한한 위로, 강세형, 수오서재)


3. 기본적인 신뢰가 갖춰져 있는 조건하에서라면, 타인의 결여에 대해 취할 수 있는 가장 올바른 태도는 그것을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무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 마음산책)



써드 스타의 제임스는 가족들의 따뜻한 말보다 어쩌면 친한 친구의 "You look like shit"이라는 말에서 더 위로를 받았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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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정민 님은 JTBC 방구석 1열에서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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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갈수록 좋았던 게, 보통 그런 친구(지적 장애인)가 있으면 저희가 어린아이 대하듯 하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에서 나오는 인물들은 진태(박정민 분)를 한 명의 똑같은 존재로 바라봐주고, 조하(이병헌 분)도 그냥 자기 마음에 안 드는 동생처럼 대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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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두 남녀 주인공은 연인 사이입니다. 여자 주인공(조제)은 장애를 가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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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상황에서 남자 주인공(츠네오)은 조제를 잔인하게 버리며 앞으로 조제를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조제와 연인이 되었던 건 조제의 장애에 대한 호기심, 연민 때문이 아니었음을 말해주는 행동과 대사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사랑은 원래 잔인한 것이니까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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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수록 배려도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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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배려하고자 할 때, 한 단계 더 깊이 생각하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동시에 다른 사람의 행동이 '저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은데'라고 성급히 판단을 내리기 전에, '혹시 저것도 배려의 모습이 아닐까'라고 한 번 더 생각하는 연습을 해야겠고요.

(영화 소울 서퍼에서도 멀리나의 행동을 두고 주변 친구는 'Jerk'라고 표현하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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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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