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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H Dec 07. 2021

외할아버지한테 반말하고 친할아버지한테 존댓말 쓰는 이유

#PSH독서브런치035

사진 = Pixabay


본능적으로 느끼는 감정들에 과학적인 설명을 제공해준다는 측면에서 진화심리학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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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거의 모든 행동, 감정들이 '생존'과 '번식'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설명된다는 점도 재미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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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번식과 관련하여서는 '부성 불확실성' 즉, 자신의 몸속에서 아기를 수정하는 암컷과 달리 배우자가 낳은 자식이 본인의 자식인지 확신할 수 없는 수컷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심리적 기제들이 발달했다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현대의 과학으로 알아낼 수 있는 문제이긴 하지만, 인간의 심리 기제는 아직 현대 과학을 따라잡지 못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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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친할머니보다는 외할머니에게, 친할아버지보다는 외할아버지에게 친밀함을 느끼는 것도 이와 연관되어 설명이 되더라고요.



1. 많은 종에서 어미는 아비보다 자기 자식을 더 확신할 수 있다. 어미는 눈으로 보고 만져볼 수 있는 알을 낳거나 새끼를 갖는다. 어미는 자기 유전자를 갖고 있는 개체를 확실히 알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하지만 불쌍한 아비는 속기 쉽다. 그래서 아비는 어미만큼 육아에 열중하지 않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 이와 마찬가지로 외할머니는 친할머니에 비해 자기 손자가 확실하므로 친할머니보다 강한 이타주의를 나타낼 것이라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할머니 자신의 딸의 아이는 확신할 수 있지만 며느리는 바람을 피웠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을유문화사)


2. 조부모의 배려에 대해 본질적으로 동일한 패턴이 그리스, 프랑스, 독일에서 재현되었고, 미국에 사는 나이 많은 조부모 표본에서도 재현되었다. 손자가 죽었을 때 조부모가 느끼는 슬픔에서도 역시 같은 패턴이 나타나는데, 외할머니가 가장 많이 슬퍼하고 친할아버지가 가장 적게 슬퍼한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외할머니와 가장 친하게 지내고, 친할아버지와 친밀도가 가장 약하다. (진화심리학: 마음과 행동을 탐구하는 새로운 과학, 데이비드 버스, 웅진씽크빅)


3. 또 한 가지 흥미로운 패턴이 유전적 연관성이 중간인 두 조부모에게서 나타났다. 네 가지 변수 전부에 대해 외할아버지가 친할머니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양쪽 다 유전적 친족 관계가 단절될 기회가 한 번씩 있는 상황에서 이 패턴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 자식을 낳은 딸이 최소한 하나 있다는 점에서 친할머니는 외할머니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친할머니는 투자를 할 확실한 대안-딸의 자식, 곧 외손자-이 있으므로 아들의 자식(친손자)에게 투자를 덜 한다는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외할아버지는 딸의 자식보다 더 나은 투자 대안이 없어 딸의 자식에게 친할머니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한다. 본질적으로 외할아버지는 딸의 자식을 통해 믿을 만한 투자처가 있는 반면, 친할머니는 딸의 자식을 더 확실한 투자처로 여겨 아들의 자식에 대한 투자를 줄일 수 있다. (진화심리학: 마음과 행동을 탐구하는 새로운 과학, 데이비드 버스, 웅진씽크빅)



할머니, 할아버지도 결국 '내 새끼'가 확실한 손자에게 더 마음을 쓰고, 손자 입장에서도 본인의 핏줄일 것이 조금이라도 더 분명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친밀감을 더 강하게 느낀다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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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가에 갔을 때보다 외가에 갔을 때 마음이 좀 더 편한 이유가 설명되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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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사이 인간관계에서 발달한 인간의 심리 기제도 결국 '불신'을 기본 바탕으로 발달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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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사람이 참 너무하네'가 아니라 사람이니까 너무 할 수 있는 건가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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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측면에서 사람 간 베풀 수 있는 호의가 더욱 소중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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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흥미로웠던 진화심리학 내용을 몇 개 더 소개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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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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