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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H Dec 07. 2021

Unmarked와 Marked 사이 - 영어학X인문학

#PSH독서브런치040

사진 = Pixabay


영어학 전공 과정 중 영어의미론 수업에서 'Unmarked(무표)'와 'Marked(유표)'라는 개념을 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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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How old is he?'라는 질문에서 old의 원래 뜻은 '늙은'이지만, 이 문장에서는 원래의 뜻이 아니라 '나이를 대표하는 형용사(global member)'로 쓰였고 이를 'Unmarked term' 즉 두드러진 의미를 가지지 않는 형용사라고 합니다. ('나이가 몇 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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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How young is he?'라고 묻는다면, 상대방(he)이 'young'하다는 것을 전제로 묻는 질문이며 이때 'young'은 원래의 '어리다' 의미를 가지고 있고 이를 'Marked term' 즉, 두드러진 의미를 가진 형용사라고 합니다. ('얼마나 어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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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개념이 인생에도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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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난 돌이 정 맞는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한다', '(군대에서) 개인 행동 하지 마라' 등을 'Unmarked한 삶을 살아라'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1. 현대는 흔히 자유와 개성의 시대로 일컬어진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존중되고, 개인의 관심과 선호가 행위의 최종적인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자유는 절대적 가치로서의 위상을 독점하고 있다. 그러나 몰개성과 획일성의 풍조 또한 확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통설과 대세에 동조하는 '자유로부터의 도피' 현상은 현대사회가 직면한 위기의 한 징후이기도 하다. (창조적 지식인을 위한 권장도서 해제집,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서울대학교출판부)


2. 생존의 공포는 개개인에게 ‘동일성’에 대한 열망을 낳고 결국 모두의 획일성으로 실현된다. 놀이의 기쁨은 ‘차이’에 대한 욕망에서 나와서 혁신과 창안으로 이어진다. ... 한국에서 창의성의 결여는 두개골 용적의 한계가 아니라 신체 전체의 한계. 그것은 인식론적 현상이 아니라 이제까지 한국인이 살아온 역사를 반영하는 존재론적 현상이다 (호모 코레아니쿠스, 진중권, 웅진지식하우스)


3. 철학자 하이데거는 이미 몇 세대 전에 익명의 평균인으로 도망쳐서 살아가려는 인간들의 비겁함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

자기 개성에 자부심을 갖고 자신의 스타일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태도는 에티켓을 익히고 처세술 개론을 배워서 세련된 상류 사회에 우아하게 끼어드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다. 나는 내 잔으로 마시고 내 스타일대로 살려고 노력한다. 물론 협박처럼 다가오는 타인의 시선 · 소문 · 여론 · 관습 등과 싸워 나가는 일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 그렇게 살아갈 때만 내가 진짜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드니 난들 어쩌겠는가. (쾌락의 옹호, 이왕주, 문학과 지성사)


4. 나는 그저 이런 생각으로 산다. 가능한 한 남에게 폐나 끼치지 말자. 그런 한도 내에서 한 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것 하며 최대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자. ... 고정되고 획일적인 것보다 변화와 다양성이 좋고,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선호하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살아 있는 동안 최대한 다양하고 소소한 즐거움을 느껴보다가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 조용히 가고 싶은 것이 최대의 야심이다.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문학동네)



'Marked' = 자유, 개성, 선호,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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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marked' = 익명, 몰개성, 획일, 자유로부터의 도피, 동일성, "잘 모르겠으면 그냥 삼성전자(주식)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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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표현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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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Unmarked' 내용은 부정적으로 표현되긴 하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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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 'Marked'한 삶을 살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볼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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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역시 균형, Marked 해야 할 분야를 잘 선택하는 안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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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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