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H독서브런치042
직, 간접적 경험을 통해 나름의 생각을 정립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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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내 생각은 정말 내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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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세계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의견을 만들어간 것이라면 내 생각에는 주변 상황, 사람들의 지분도 꽤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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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영하는 산문 '읽다'에서 '그 어떤 소설가도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쓰인 것을 조금씩 바꿔가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뿐이지요.'라고 했는데, 그렇게 본다면 결국 '나의 의견'이라는 것도 살면서 듣고 보고 배운 것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취사선택한 것 혹은 살짝 바꾼 것에 불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우리는 스스로 자유롭게 생각하는 존재인 양 착각하기도 하지만, 일찍이 칸트가 지적했듯이 '생각하는 바에 관해서는 자유롭지 못한 존재'들이다. 나 또한 생각하는 존재이긴 하나 '지금 내가 생각하는 바'에 관해 자유로운 존재는 아닌데, 그럼에도 '내가 지금 생각하는 바'에 따라 살아간다. 따라서 '지금 내가 생각하는 바'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물음은 자기 성찰의 출발점이다. (생각의 좌표, 홍세화, 한겨레출판)
2. 나의 생각, 나의 사유, 나의 논리, 나의 합리성, 나의 믿음. 그 모든 것이 진정으로 내가 노력으로 얻은 것이고 순수하게 나의 것인지, 아니면 내가 던져진 나에게 속하는 속성 때문인지 우리는 판단할 수 없다.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한계, 한국인으로 태어났다는 한계, 특정 종교를 믿는 문화권에 속해 있고, 과학이 진리의 왕좌를 차지한 시대에 살고 있고, 빠른 성장과 민주화를 획득한 사회에 살고 있고, 하필이면 나의 가족 안에서, 하필이면 이런 성별로, 이런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 특성 안에 던져졌다는 과도한 우연성. ... 나는 어디까지가 나이고, 어디까지가 던져져 얻은 나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채사장, 웨일북)
3. 신문과 텔레비전에 주입되어 있는 물질주의, 기업가 정신, 능력주의에 대한 열망은 체제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한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토드 부크홀츠, 김영사)
4. 우리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단군이라는 단 하나의 조상과 순수한 혈통에 대한 이야기를 주입받으며 성장했다. 이러한 단일민족은 ... 혈연의 순수함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된다. 과거 독일인이 내세운 '위대한 아리아인'이라는 사고방식 역시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영화 읽어주는 인문학, 안용태, 생각의 길)
5. 20세기 후반에 열정적으로 전개된 세계 학계의 사상사 연구 흐름은 천재적이고 뛰어난 사상가로 알려져 있던 과거의 사상가들이 황무지에서 느닷없이 솟아난 존재들이 아니라 그들의 생각을 가능하게 한 당대의 지적 담론의 소산이라는 것 ... 을 보여주었다. 인류의 정신을 새롭게 열어젖힌 천재로 알려진 니콜로 마키아벨리나 존 로크도 그런 점에서는 예외가 아니었다. ... 공자는 도대체 예상할 수 없었던 발언을 갑작스럽게 해낸 천재가 아니라, 이미 선례가 있는 입장이나 경향을 나름대로 소화해낸 사람이었다. 당대의 자료 속에 들어가 보면, 공자는 그가 속한 시대의 문제를 고민했던, 자기가 속한 공동체의 문제를 사유했던, 지성인의 한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김영민, 사회평론)
결국 '내 생각'은 나의 취사선택, 내가 처한 환경, 타인의 생각, 사회의 지배적 가치 등이 복잡하게 지분을 나눠가지고 있는 구조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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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인생을 좀 더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선 '나의 취사선택' 부분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선 '나의 생각'과 '너의 생각'을 구분 짓는 자기 성찰의 과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고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독서와 타인과의 대화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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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마키아벨리, 로크 등 세계사에 이름을 남긴 뛰어난 사상가도 결국 위의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꽤 괜찮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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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