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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H Dec 07. 2021

텃세에 대하여 (알랭 드 보통, 곽아람, 이태혁)

#PSH독서브런치044

사진 = Pixabay


저는 텃세란 기본적으로 '내가 알고 있는 알량한 지식이나 정보로 상대방을 컨트롤하려는 시도'로 봅니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상대방이 내가 알고 있는 걸 알게 되면 나의 지위가 위협받을 것이란 두려움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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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 르나르 작가는 "겸손해져라.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가장 불쾌감을 주지 않는 종류의 자신감이다"라고 했는데, 같은 맥락의 말인 것 같아요. 텃세를 부리지 않는 것은 일종의 자신감의 표현일 수 있는 거죠.

(사람을 남기는 관계의 비밀, 김대식, 북클라우드에서 재인용)



1. 자신의 자리에 확신을 가지는 사람은 남들을 경시하는 것을 소일거리로 삼지 않는다. 오만 뒤에는 공포가 숨어 있다. 괴로운 열등감에 시달리는 사람만이 남에게 당신은 나를 상대할 만한 인물이 못 된다는 느낌을 심어주려고 기를 쓴다. (불안, 알랭 드 보통, 이레)


2. 뉴욕은 그런 곳이었다.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다 실수로 옆 사람 카트에라도 살짝 부딪히면 어김없이 따가운 눈총과 훈계가 날아온다. 앞사람이 문을 오래 잡은 채 열고 있기에 무심코 지나갔다가 뒷사람이 "왜 문을 안 잡아주냐, 매너 없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서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 적도 있었다. 코스모폴리턴 도시라 여러 인종들이 사는 뉴욕에서 외국인에게 베푸는 관용 따위는 기대할 수도 없었다. 좋은 말로 해도 알아들을 텐데 왜 그렇게들 화를 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결국 뉴요커는 되지 못했지만 -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 곽아람, 아트북스)


3. '만만한 사람'이란 좋게 표현하면 어떠한 부탁도 부담 없이 들어줄 것 같은 편안함을 주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사람이다. 하지만 나쁘게 표현하자면 다른 사람에게 할 수 없는 부탁을 머슴 부리듯 쉽게 떠넘길 수 있는, 굳이 예를 갖추지 않아도 된다고 여겨지는 그런 유형의 사람이다. ... 주려고만 하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관계는 자기 혼자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관계는 주고받는 거래가 원활하게 이루어질수록 돈독해진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또 사람들은 시도 때도 없이 그저 많이 주는 사람보다,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 줄 수 있는 상대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을 읽는 기술, 이태혁, 위즈덤하우스)



텃세를 부리지 않았을 때의 장점 중 한 가지는, '내가 이곳에 먼저 왔기 때문에 얻은 이점이 사라졌을 때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는 점인 것 같아요.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서도 텃세를 부리지 않는 게 낫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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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1) 내가 텃세를 부릴 수 있는 상황에서 그러지 않았을 때 상대방이 그걸 당연하게 생각할 때, 즉 호의를 권리로 생각할 때, 2) 텃세를 부리지 않으면 정말로 내 위치가 불안해질 것 같을 때는 어느 정도의 텃세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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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새로운 곳에 갔을 때 상대방의 텃세를 헷지하기 위한 전략은 상대방의 호의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기 + #PSH독서브런치007 (직장 생활에서 인사를 잘해야 하는 이유에 대하여)를 참고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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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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