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SH Dec 07. 2021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안 받으면 인성에 문제가 있는 걸까

#PSH독서브런치055


코로나 시대로 들어서면서 조금 바뀌긴 했지만,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전단지를 받아주는 것이 미덕인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습니다.

.

'더운 날(혹은 추운 날) 밖에서 고생하시는 분을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리 힘든 것도 아닌데 호의를 베풀자'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

저도 충분히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

다만, '전단지를 받는 행위'가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생각을 전제로 '전단지를 받지 않는 행위'를 비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

'나만 맞고 너는 틀리다'는 생각을 전제로 한 것이니까요.



1. 철학을 하는 목적은 지식을 얻는 데 있지 않다. 자신의 지식과 신념이 과연 제대로 되었는지, 의미 있는지를 검토하며 마음 깊숙이 박힌 독단과 선입견을 제거하는 데 있다. 편견과 독선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생각이 올바른지 고민하고, 이성적인 대화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지향하는 것, 이것이 진정으로 철학하는 이들의 자세이다. (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 안광복, 웅진지식하우스)


2. 유토피아는 하나의 고정적 형태로 구체화되는 순간 닫혀 버린다. 더 이상의 변화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독단과 폭력을 낳는다. 예컨대 누군가 이성과 자본이 만든 부조리에 절망하여 문자도 사유 재산도 없는 세계를 기획했다고 생각해보자. 그와 같은 세계는 정말 모두에게 최선인 세계일까? 아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꿈꾸는 바도 살고 싶은 세계의 모습도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러한 차이들을 억압하여 하나의 이상만을 강요하는 순간, 그것은 차이를 억압하는 폭력이 된다. 조지 오웰의 『1984』에서 보듯, 하나의 이념만이 지배할 때 유토피아는 그것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만 이상적일 뿐 결코 우리 모두의 천국은 아닌 것이다. (마흔,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시선 : 영화에 드러난 삶의 속살, 윤창욱, 시그마북스)



현상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데는 여러 기준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법의 테두리에서 보자면, '신고 도장 없는 전단지를 배포하는 행위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는 행위입니다.

.

환경의 테두리에서 보자면, 정보를 획득할 목적 없이 전단지를 받아 바로 버린다면 괜한 쓰레기를 양산하게 되는 것일 수 있고요.

.

또, 감염병 예방의 측면에서 보자면, 간접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일 겁니다.

.

.

저는 '전단지를 받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 이왕이면 제 주변 사람들이 전단지를 받아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다만 '전단지 받는 행위'에 과도한 도덕적 의미를 부여하고 그렇지 않은 행위를 손쉽게 깎아내리는 태도는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저도 그런 태도를 갖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항상 점검하려 노력합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독립성에 대하여 - 영화 이웃사람의 교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