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H독서브런치056
대학 영문학 전공 수업(현대미국소설) 시간에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읽었습니다.
.
아메리칸드림이 핵심 주제인 책이었지만, 좋은 소설이 보통 그러하듯 여러 측면에서 해석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인 소설이었어요.
.
저는 이 소설을 자칫하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Nobody)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개츠비의 두려움을 중심으로 해석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개츠비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제적 부를 이룬 '무수저' 출신의 자수성가한 인물(Self-made man)입니다. 하지만 돈만으로는 진정한 상류층으로의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상류층 출신의 데이지와 결혼함으로써 본인의 꿈(아메리칸드림)이 완성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캡처 장면은 데이지의 남편인 톰 뷰캐넌이 개츠비를 'Mr. Nobody from nowhere'라 지칭하고, 영화에서 추가된 대사이긴 하지만 (개츠비를 제외한) 우리는 근본부터 다르게 태어났다고(We were born different. It's in our blood.) 말하자 개츠비가 이성을 잃게 된 장면입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개츠비의 두려움이 극적으로 표현됐다고 생각합니다.
.
많은 것을 성취했지만 주류 사회에 편입되지 못하는 구조적인 한계 앞에서, 보잘것없는 자신의 과거가 들춰지면 언제든 Nobody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두려움이죠.
.
그리고 그 두려움은 개츠비를 자수성가한 인물로 만들어주었던 원동력이기도 했지만, 상류층 유부녀를 유혹하려는 무리한 시도를 하게 했다는 점에서 그를 죽음으로 이끈 핵심 요소이기도합니다.
.
근본적인 수준에서 '생각보다 내가 대단한 사람이 아닐 수 있다'는 두려움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본인의 가치를 증명하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삶과 개츠비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졌습니다.
1. 경제적인 능력주의 사회에서 상속이나 다른 유리한 조건 없이 경제적으로 성공을 거둔 개인은 과거 아버지에게서 돈과 저택을 물려받았던 귀족은 결코 경험할 수 없었던 개인적 정당성의 요소를 확보했다. 그러나 동시에 경제적 실패는 과거에 삶의 모든 기회를 박탈당했던 농민은 다행스럽게도 겪을 필요가 없었던 수치심과 연결되었다.
훌륭하고, 똑똑하고, 유능한데도 왜 여전히 가난한가 하는 문제는 새로운 능력주의 시대에 성공을 거두지 못한 사람들이 답을 해야 하는(자기 자신과 남들에게) 더 모질고 괴로운 문제가 되었다. ... 능력주의 체제에서는 가난이라는 고통에 수치라는 모욕까지 더해진다. (불안, 알랭 드 보통, 이레)
2. 관건은 존중이다. ... 남성은 존중을 획득해야만 했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사실 남성들 자신이 형성한 사회집단들은 종종 전략적으로, 아니 거의 의도적으로 존중의 결핍을 사용한다. 그것이 품위의 손상이든 언어 비하든 아니면 다른 신호이든 간에 많은 조직의 남성들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음을 스스로 입증하기 전까지 일상의 무례를 참아왔다. 존중의 결핍은 그들에게 남성임을 스스로 입증하고 다른 이들의 존중을 얻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기시킴으로써 많은 집단들에서 비일비재한 각종 모욕을 당하지 않도록 노력하게 한다. (소모되는 남자, 로이 F. 바우마이스터, 시그마북스)
두려움은 저를 움직이게 하고, 도전하게 하고, 한계를 시험하게 함과 동시에 양보할 수 없는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경직되게 하고, 각박하게 하고,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
그리고 그 두려움이 이룰 수 없는 것을 이루려는 마음으로 이어진다면 개츠비와 같은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것일 테고요.
.
결국 핵심은 역시 균형이 아닐까 싶습니다.
.
적정한 균형이 어느 지점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에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