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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H Dec 07. 2021

학벌에 대하여 - 설득력의 도구

#PSH독서브런치072

사진 = Pixabay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 가짜사나이2 참가자 선발 면접 컨텐츠에서 곽윤기 쇼트트랙 선수의 답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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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중 부상이 발생해 현역 선수 생활에 지장이 생길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이어진 답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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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은 정신을 놨을 때 오는 거라고 생각을 하고, 그 누구보다 멘탈이나 정신을 끝까지 잘 잡을 자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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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주장에 설득력이 있었던 데에는 그것이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의 주장이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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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끝까지 멘탈, 정신을 유지했던 모습을 직접 보진 못했어도 올림픽 은메달이라는 결과를 통해 납득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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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학벌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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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이 어떤 사람을 평가하는 완벽한 지표는 분명 아닙니다. 하지만 학벌은 인생 초기 20년 동안 모습에 대해 꽤 많은 것들을 말해주고 그 이후 삶의 발언과 행동에 설득력을 부여해준다고 생각해요.



1. 장그래를 막는 학벌의 벽은 왜 존재할까. 먼저 학력이 인재를 평가하는 안전한 방식이라고 여겨져서다. 개개인의 다양한 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입시경쟁의 승리자라는 징표가 우수한 두뇌, 성실성, 인내심을 증명한다고 보고 거기에 만족하는 것이다. 대체로 맞을 수도 있다. 그런데 최고 스펙 집단의 일원으로 살아온 자로서 고백하건데, 스펙은 ‘탁월함’까지 증명하지 못한다.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문학동네)


2. 실력을 갖고도 학벌이 없어 인정을 못 받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사회만 탓하는 것도 그리 생산적인 것 같지는 않다. 이 문제를 극복하는 데는 사회와 개인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는 그런 차별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없애는 데 노력해야 하고, 개인은 학벌을 위조하는 위법이나 그 차별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사회와 적당히 타협하는 편법이 아니라 정공법으로 그런 차별의 벽을 돌파해나가는 존재 미학을 실천해야 한다. 그렇게 힘들게 얻어낸 명예는 그만큼 더 고상한 것이다. - 진중권 (크로스, 정재승, 진중권, 웅진지식하우스)


3. 사람들이 학벌을 보는 이유는 그 사람의 됨됨이를 보기 위함도 있습니다. 학생의 본분이 뭡니까? 공부잖아요? 그런데 본분에 충실하지 않았던 사람이 사회에 나와서 열심히 사는 모습을 믿고 기회를 달라고 한다면 그 사람의 무엇을 보고 믿고 기회를 주어야 할까요? 입장을 바꿔서 당신이 한 회사의 사장님이라면 본분에 충실했던 사람을 채용하시겠습니까? 그렇지 않은 사람을 채용하시겠습니까? (어떤 하루, 신준모, 김진희, 프롬북스)



#PSH독서브런치027 [신뢰에 대하여 - 믿을 만한 사람 알아보는 법]에서 알랭 드 보통의 신뢰에 대한 정의(부재를 합리적으로 해석하는 방식)를 바탕으로 학연(+지연, 혈연)을 따지는 것이 어쩌면 믿을 만한 사람을 찾기 위한 고육지책일 수 있겠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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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만한 사람 찾기 힘든 상황에서 '그나마 합리적으로', '적어도 ~는 기대할 수 있겠지'라는 판단에 설득력을 높여줄 수 있는 도구가 학벌이지 않을까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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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본다면 사람을 평가할 때 학벌을 보는 것을 마냥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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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학벌은 설득력의 도구로 쓰일 수도 있지만, 설득력을 갖추지 못한 분에게는 실패의 원인으로 생각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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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이라는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본인의 미진한 성과를 학벌로 돌리기보다, 제가 #PSH독서브런치050 [삶의 방향 힌트 얻기 - 영화 어바웃 타임의 교훈]에 썼던 것처럼, '나와 비슷한 결핍을 가지고 있는 누군가가 멋지게 그 결핍을 극복'한 롤모델을 찾는 전략은 어떨까요? 즉, 내 출신 학교 졸업생 혹은 같은 학력 출신 중 누가 봐도 대단한 성취를 이룬 분을 찾아 그분을 롤모델로 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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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롤모델의 성취에 미치지 못하는 모든 결과는 출신 학교 때문이 아닌 내 실력 탓으로 생각하고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언젠가 멋지게 결핍을 극복하고 또 다른 누군가의 롤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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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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