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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H Dec 06. 2021

직장 생활에서 인사를 잘해야 하는 이유 (프란스 드발)

#PSH독서브런치007

사진 = Pixabay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신입사원 꿀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인사 잘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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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는 사람 사이 관계에서 기본이니까 당연히 잘해야 하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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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사원이 업무적으로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으니 인사라도 잘해야 한다는 의미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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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맞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1. 하이트는 피실험자들에게 특이한 사례를 제시한다. 가령 오빠와 여동생 사이의 섹스 같은 것이다. 사람들은 즉각 이런 행위는 부적절하다고 말한다. 하이트는 피실험자들이 내놓는 근거들을 하나씩 논박하며 더 이상 근거를 찾을 수 없을 때까지 밀어붙인다. 사람들은 아마 남매의 근친상간은 유전적으로 비정상적인 자손을 낳을 수 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하이트의 사례에 등장하는 남매는 피임 도구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피실험자들은 ‘도덕적 말 막힘(moral dumbfounding)’ 단계에 빠르게 도달한다. 그들은 왜 그런지 설명할 순 없지만 그 행동이 나쁘다고 고집할 뿐이다.

하이트는 도덕적인 결정은 직관에서 나온다고 결론지었다. 정서가 먼저 결정하고 그 후에 이성이 최선을 다해 그것을 따라잡는다. 논리의 우월성은 찌그러지고 흄의 도덕 ‘감정’이 다시 돌아왔다. (착한 인류, 프란스 드 발, 미지북스)


2. 심지어 법관조차 점심 전보다 점심을 먹고 난 뒤 더 관대하다는 연구도 있다. 나는 이 사례를 통해 인간의 이성이 어떤 것인지 명료하게 이해했다. 합리적인 의사 결정처럼 보이는 것도 정신적 편향, 무의식적 가치, 감정 그리고 신체의 소화기 계통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인지과학에 따르면 합리화는 대부분 선후 관계를 인과관계로 착각하는 오류일 뿐이다. 우리는 이원적인 정신을 가지고 있다. 정신의 한 부분은 어떤 문제에 대해 심사숙고하기 전에 직관적으로 해답을 제시한다. 그에 뒤따라 해답의 질과 실행 가능성을 따져보는 느린 과정이 이어진다. 이 두 번째 과정은 어떤 결정을 정당화할 때 그 정당화를 실제 이유라고 믿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중략) 우리는 자기 목적에 맞는 이유를 발견하는 데 능하다. (착한 인류, 프란스 드 발, 미지북스)


3. 화해할 때는 양쪽이 늘 비무장 상태(손에 막대기나 돌을 들지 않은)이고 서로 눈길을 마주친다. 수놈들은 긴장, 도전, 위협 등의 순간에는 서로 마주 보는 행동을 피한다. 그러나 화해의 순간에는 서로의 눈을 똑바로 깊이 쳐다본다. 다툼이 일어난 뒤, 이전의 적수들은 간혹 30분이나 그 이상 마주 보고 앉아서 서로의 시선을 잡으려고 애쓴다. 이들이 마침내 서로를 쳐다보게 되면 처음에는 주저하다가 점점 더 오래 쳐다본다. 그러면 화해가 멀지 않은 것이다. (침팬지 폴리틱스, 프란스 드 발, 바다출판사)



직장 생활에서는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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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상대방을 나의 적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상대방이 나를 '왠지 싫은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 나의 단점만 유심히 들여다보게 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첫 단계가 '인사하기'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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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들의 '눈 마주치기'가 인간 사이 '인사'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에게 '나는 너의 적이 되고 싶지 않아'라는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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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적으로 정치, 종교 등 첨예하기 의견이 갈라질 수 있는 대화 주제를 피하라는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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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과 의견이 같다면 '같은 편'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완전한 적으로 갈라설 수 있으니 직장에서 굳이 그런 리스크를 질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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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는 어떤 행동 양식을 제시하고 그 근거로 '원래 그렇게 하는 거야', '그건 기본 아니야?'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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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인사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인사는 기본 아니야?'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연해 보이는 주제에 대해 나름의 근거를 생각해 본 것은, 사람에 따라 당연하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주제에 대해서도 그 근거를 생각해볼 수 있는 훈련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훈련이 저의 꼰대화 진행을 더디게 해 주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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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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