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의류회사에서 동업하는 사람들 간에 업무 회의 중이었습니다. 새로운 브랜드 론칭에 대한 의견이 오가는 중이었고, 각자 그동안 준비한 의견과 계획을 주고받던 중 의견대립이 생겼습니다. 동업자 A는 비교적 가격이 낮은 저가 브랜드를 준비해 좀 더 대중적인 방향으로 진행하자는 의견이었고, B는 높은 가격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더 좋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작년에 우리 회사에서 론칭한 브랜드들의 주요 성공요인과 판매실적, 내년 트렌드 분석과 경쟁업체들의 론칭 흐름을 참고했을 때, 분기별 성장 추이와 수치를 보면, 저가 브랜드는 이미 저가형 대형 브랜드들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고, 온라인 쇼핑 및 일반인들의 도매시장 진입이 손쉬워지면서 저가 브랜드의 경쟁력은 현저히 낮아지고 있어요. 일정 부분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프리엄 브랜딩 전략으로 진행하고, 다만 예산은 필요에 따라 순차적으로 보수적 지출을 해나가면 된다고 봅니다’
그렇게 회의가 이어지고, 또 다른 한 사람이 말했습니다.
‘다 맞는 말이고 좋은 말인데요.. 솔직히 제가 지금 준비하는 브랜드에 오래전부터 얼마나 애정을 쏟았는지 아시잖아요.. 밤잠 설쳐가면서 할거 못하면서 기획서를 작성했고, 살림한다고 쉴 시간도 없는 제 아내까지 함께 동원해서 정말 열심히 준비한 브랜드인데, 이렇게까지 의견충돌이 일어나니까, 좀 섭섭합니다. 이렇게 제 마음을 몰라주시니까요. 이런 식이라면 그냥 손 놓고 싶은 마음도 생기네요..’
인간의 감정은 존중받아야 하고 소중하다. 다만, 비즈니스의 업무 영역에서 감정 호소가 잘못 등장하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건 둘째 치고, 프로답지 못한 이미지와 동시에 신뢰감까지 떨어진다. 업무적 회의에는 회사와 단체 즉 개인이 아닌 구성원 전체의 큰 자금과 성장 가능성이 포홤돼 있다. 업무 시간과 회의 시간은 한정돼 있고, 정해진 기간과 시간 안에 최대한 객관적이고 효율적 판단이 중요하다. 그런 시간에 개인의 감정 호소가 주가 된다면, 그 감정을 존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옳고 그름을 떠나,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진다.
개인의 감정과 사적 이야기도 업무적 내용에 걸맞게 구성된 내용에 포함된다면 그나마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 동업자 B의 내용 중, 아내가 지금 진행하는 업무와 관련된 경험 또는 정보를 가진 전문가이거나 실질적 수치,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언급해도 된다. 마냥 섭섭하다는 푸념 같은 이야기보다는, 미리 정한 계획, 협의했던 약속이나 계약이 있다면 그에 대해 얼마든지 말할 수 있다.
B의 말이 더 프로답고 설득력을 가지려면,
‘먼저 말씀하신 내용에 충분히 공감하고 상당 부분 동의해요. 다만, 다른 의견을 좀 드리자면, 8년간 온라인 스토어 운영을 해보고 1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꾸준히 내고, 홍보 마케팅까지 직접 경험한 제 아내의 의견은 대기업 저가 브랜드가 자리 잡고, 일반인의 도매 시장접근이 쉬워졌다는 현상이 실제 다른 중저가 브랜드 매출시장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결론이 있었고,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만 품질 좋은 저가 상품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 매출은 매년 20% 이상씩 상승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상황에 따라 미리 저가 브랜드 콘셉트에 대한 논의가 상당 부분 진행되는 상황에서, 급작스런 방향선회는 시간적 인력적 물질적 손해를 끼칠 확률이 크다고 봅니다’ 등으로 수정해 볼 수 있다.
감정 호소와 사적 이야기는 회의 후에 회식 자리 나 티타임등의 자리가 추가로 마련된다면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더 진솔하고 다양하게 나눌 수 있겠지만, 그 역시도 크게 득 될 게 없다면 내 마음의 서랍에 그냥 넣어두는 게 나에게도 업무적으로도 득이다.
업무 회의에서는 되도록 객관화된 의견과 경험을 통한 실질적 이야기, 통계자료와 숫자로 말할 수 있는 수치와 정보, 내용과 관련 있는 유사분야의 현재시점 정보, 전문적 의견을 토대로 이야기해야 한다. 여기에 같은 표현과 단어라도 조금 더 프로다워 보이는 단어를 선택하는 것도 좋다. 이런 내용을 말하다 보면 자칫 말투가 경직되고 날타로워 보일 수 있는데, 내용이 이미 객관적이고 이성적이라면 목소리와 표정은 오히려 가벼운 미소로 힘 빼고 유연하게 말하자.
업무 대화에서 아마추어는 늘 감정과 개인의 사정이 우선되고, 진정한 프로는 경험과 사실을 기반으로 객관적이고 확신 있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