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성 프란치스코 성당-조토의 신화가 시작되는 순간

김현성과 떠나는 이탈리아 아트 트립: 일생에 한 번은 중세 미술 여행

by 더퀘스트
아시시는 지금도 중세의 신성함과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중세를 느끼고 경험하고 싶은 이에게 아시시보다 좋은 곳은 없습니다. 도심 곳곳에서 고대 로마의 유적을 만나는 흔치 않은 행운을 누릴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아시시Assisi : 시간을 거꾸로 머금은 도시


로마 제국의 위용을 드러내는 거대한 콜로세움, 매끈한 조각들로 수놓아진 분수대, 도시의 정점에서 불길처럼 솟아오른 고딕 성당, 광장을 가득 메운 관광객의 행렬, 명소마다 몰려든 인파의 장관, 물건을 파는 사람들, 사진을 찍는 사람들, 한껏 멋을 내고 거리에 나선 젊은이들, 밤이 와도 꺼지지 않는 상점의 불빛, 도심에 울려 퍼지는 술과 흥에 취한 사람들의 목소리, 여행자를 매료시키는 도심의 풍경들…… 이 모두는 여러분이 아시시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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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서 기차를 타고 한 시간 반 정도 달리면 아시시에 도착합니다. 화려하고 번잡한 도시에만 머물다 아시시에 도착하면 무엇보다 그 고요함에 당황하게 됩니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기엔 너무나 고요해서 기도 중인 예배당에 들어선 것처럼 숨을 죽이게 됩니다. 기차에서 내리는 순간 마주하게 되는 정적은 천사가 여러분에게 건네는 인사와도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곳은 마을 전체가 하나의 기도와 같은 도시, 아시시입니다.


아시시는 수바시오산 중턱에 오밀조밀 모여 있는 건물들로부터 뻗어나온 작은 도시입니다. 건물들은 수도승의 튜닉처럼 연한 갈색과 회색빛을 띠고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유럽의 여느 도시, 관광지와는 다른 인상입니다. 고풍스런 풍경이지만 관광지나 문화유산으로서 한 지역을 중세의 모습 그대로 보존한 시에나 같은 도시와는 다릅니다. 시에나가 보존을 위해 유물처럼 박제된 곳이라면 아시시는 소박한 마음과 청빈에 대한 의지로서 옛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아시시가 보전하고 있는 것은 도시의 외양이 아닌 인간의 정신이며 때문에 아시시는 신실한 믿음과 인간애에 대한 의지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연대기를 담은 곳,

성 프란치스코 성당


아시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크고 기다란 모습의 성 프란치스코 성당일 것입니다. 가톨릭에서 사랑받고 존경받는 인물인 성 프란치스코를 기리기 위해 지어진 곳입니다. 웅장하지만 화려하진 않습니다. 성당 지하에는 성인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어서 1년 내내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성 프란치스코 성당은 우리가 조토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여정의 첫 장소로 아시시에 와야 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이곳 2층 예배당에 프란치스코 성인의 연대기를 담은 조토의 벽화 스물여덟 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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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시를 가장 빛나게 한 인물이 성 프란치스코라면 그다음은 분명 조토일 것입니다. 인구 3만의 작은 도시가 대도시 못지않게 유명한 것은 성 프란치스코의 고향인 이곳에 조토의 연작 벽화 스물여덟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조토는 서양예술계의 슈퍼스타입니다.

서양미술사 책들을 보면 대부분 첫 장을 조토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합니다. 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같은 대가들이 존경을 표한 서양 회화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습니다. 미술사학자 H. W. 잰슨은 조토에 대해 “미술의 역사를 통틀어 조토에 버금가는 혁신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는 중세 최고의 예술가를 넘어서 전 시대에 걸쳐 가장 위대한 예술가 중 한 명입니다.


article06_성프란치스코_벽화(출처).jpg 출처: https://restaurars.altervista.org/giotto-ad-assisi-le-storie-di-san-francesco/


"..조토의 벽화 앞에 서는 순간…주제는 아무 의미도 없었다.
나는 곧바로 기운을 감지했다. 선과 구성과 색이 분출하는 기운이었다."
-앙리 마티스 1907년 7월


피렌체 출신의 젊은 화가가 성 프란치스코 성당 2층에 벽화를 완성하고 공개했을 때 그림을 본 사람들은 경탄해 마지않았습니다. 벽화를 본 사람들의 입소문이 이탈리아 반도 전체로 순식간에 퍼졌습니다. 알프스산맥을 넘어 아시시에 온 순례자들에 의해 조토의 이름은 유럽 전역에 알려지게 됩니다. 조토의 신화가 시작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그의 그림을 보기 위해 아시시를 찾는 사람들의 행렬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성 프란치스코 성당에 그림을 그릴 기회를 얻은 것은 화가 조토에게 내려진 축복이었고 그 그림은 아시시의 축복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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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시시에서 중세 전기를 상징하는 장면들을 만나게 됩니다. 작은 시골 마을인 이곳에서 성 프란치스코의 종교 운동이 시작되었고 그 영향은 이탈리아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작은형제회는 유럽 전역에 거대한 바람을 일으키며 도미니크회와 더불어 가톨릭을 대표하는 수도회로 성장합니다. 유럽 전역의 젊은이들이 성 프란치스코의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아시시로 몰려들었습니다.


그 기적과 같은 시간이 모여 오늘의 아시시를 만들었습니다.

그런 만큼 이곳은 도시 전체가 프란치스코 성인을 기리기 위한 기념비입니다. 성 프란치스코의 영혼의 짝이었던 성녀 클라라를 기리는 산타 키아라 성당, 작은형제회 시작점인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 성당, 성프란치스코가 최초의 계시를 들었던 산 다미아노 수도원 등 역사 속 장소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수백 년 전 중세 시대를 우리 앞에 재현합니다.


아시시는 로마 시대부터 이어진 유서 깊은 도시이자, 중세 전기의 상흔과 성 프란치스코가 일으킨 기적의 시간들을 간직한 도시입니다. 도심 곳곳에서 우리는 치열했던 중세의 한 페이지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던 시절, 중세 사람들의 마음에 꿈틀대던 열망과 시대정신이 스며든 예술작품들을 만나는 것은 가슴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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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를 태어나게 한

이탈리아의 국민 화가 조토를 만나다


일생에 한 번은 중세 미술 여행:『이틀리아 아트 트립』읽어보기 http://gilbut.co/c/20014741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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