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중세의 낮과 밤은 매우 느리고 고요하게 흐른다

김현성과 떠나는 이탈리아 아트 트립: 일생에 한 번은 중세 미술 여행

by 더퀘스트


중세의 낮과 밤은 매우 느리고 고요하게 흘러갔습니다.

모든 것은 땅과 결부되어 있었고 사람들은 생계를 꾸리기 위해 규칙적이고 소박하게 살아갔습니다. 중세 초기의 도시라는 것은 성을 중심으로 한 작은 마을에 불과했고 사람들은 전적으로 농업에 의존해 살아갔습니다. 음식은 풍족한 적이 없었고 도시 밖으로 한 발만 나서도 끝없는 어둠에 집어 삼켜졌습니다. 성 바깥에는 도시에서 사용할 그릇이나 칼, 바구니, 장신구 등을 만드는 기술자, 장인들이 움막을 지어 모여 지냈습니다.

article01_01.jpg 중세의 모습을 간직한 프랑스의 도시, 카르카손

여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낭만적인 유럽의 풍광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중세가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8, 9세기에 이르러서입니다. 사회가 안정되고 농업이 발달함에 따라 도시 간 교역이 잦아지고 도시에 정기적인 시장이 열리면서 장거리 무역이 이뤄지게 됩니다.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면서 중세 역사의 중심은 농업에서 무역으로 이동합니다. 그래서 중세의 역사는 근대 도시가 태동하고 발달해가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세 도시에서 최초의 근대적 시민인 ‘부르주아’가 등장합니다. 부르주아는 바로 ‘성 안에 사는 사람’이라는 의미입니다.



1000년의 역사 그리고 조토


중세의 정의는 다양한데 저는 서로마가 멸망한 476년부터 르네상스 양식과 더불어 근대의 싹이 트던 15세기 말까지 1000년의 시간을 중세로 생각합니다. 5세기부터 10세기까지를 중세 초기, 중세 사회가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는 11세기부터 14세기 중반까지를 중세의 전성기인 중기, 그리고 흑사병이 발발한 1347년을 기점으로 종교 개혁이 일어나고 신대륙이 발견된 15세기 말까지를 중세 말기로 구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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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사에서는 비잔틴과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를 관통합니다. 그중 로마의 건축 양식을 이어받은 로마네스크와 근대에 가까운 르네상스 양식을 제외하면 중세는 비잔틴, 고딕, 그리고 조토 디본도네Giotto di Bondone(이하 조토)의 회화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한 명의 화가를 하나의 예술사조와 동등하게 언급하는 것이 지나치지 않은가 물을 수 있습니다. 조토는 그럴 만한 화가입니다. 미술사학자들에게 중세 1000년 동안 가장 중요한 예술가 한 명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조토를 꼽을 것입니다. 그는 중세를 휩쓸던 고딕에 대응하는 새로운 화풍을 확립해 전파했고 그것이 후에 르네상스 미술로 이어집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회화사에서 조토의 영향력과 위상은 독보적입니다.


중세 미술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낯설기 때문입니다. 르네상스 회화의 시초라 불리는 조토의 그림은 우리의 미적 기준에 비교적 가깝고 또 예술적 완성도가 높아서 중세 미술에 대한 편견 없이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중세 예술과 가까워지는 데 조토의 그림만큼 좋은 출발점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르네상스 회화의 시초라 불리는 조토의 그림은 예술적 완성도가 높고 그 형식과 화풍 또한 우리 눈에 익숙해서 중세 미술이지만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조토를 통해 중세 미술에 다가선 후에는 그 시대의 또 다른 천재적인 화가들의 그림이 눈에 들어오게 될 것입니다. 중세의 거장들이 세상에 남긴 환상적인 작품들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은 너무나 아까운 일입니다.



조토 루트를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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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의 첫걸음은 이탈리아 중부의 작은 도시 아시시에서 시작됩니다. 아시시조토의 출세작인 스물여덟 점의 벽화가 있는 곳이자 성프란치스코San Francesco d'Assisi의 도시입니다. 성 프란치스코는 중세 역사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위인 중 한 명입니다. 그는 단지 한 명의 가톨릭 성인이 아니라 변혁의 시대였던 12세기 유럽의 역사를 이끈 선구자이자 개혁가였습니다. 학자들은 조토의 예술의 이념적 기반이 성 프란치스코의 사상에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중세를 이해하려면 성 프란치스코의 업적을 알아야 하고 조토를 이해하려면 성 프란치스코의 사상을 알아야 합니다.

article02.jpg 아시시 전경


다음 도시는 피렌체입니다. 피렌체, 하면 르네상스나 메디치 가문,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등의 이름이 떠오를 것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피렌체의 예술을 세상에 알린 것은 조토였습니다. 조토는 르네상스가 일어나기 100년 전인 13세기 말에 피렌체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화풍을 유럽 전역에 전파했습니다. 중세 회화의 본거지였던 만큼, 피렌체에서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중세 최고의 걸작들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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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가게 될 곳은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도시 파도바입니다. 파도바의 스크로베니 예배당에는 중세 역사상 가장 중요한 작품인 조토의 벽화가 있습니다. 이는 조토가 전성기에 남긴 것으로 예술사에서 중세를 언급할 때 항상 인용되는 작품들입니다. 조토의 작품으로 연결된 아시시, 피렌체, 파도바로의 여정을 ‘조토 루트’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이탈리아 중부의 세 도시를 종단하는 간단한 여정으로 가장 위대한 중세 예술가의 주요 작품들을 모두 만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13 ~14세기 중세의 역사 및 시대상과 만나고 또 중세 예술이 어떻게 르네상스 미술로 이어지는지 이야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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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여정을 떠날 시간입니다. 조토로부터 거슬러 올라가 중세 1000년 의 역사를 돌아보는 첫걸음을 내딛고자 합니다. 그 시작점인 수도원의 도시 아시시로 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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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를 태어나게 한

이탈리아의 국민 화가 조토를 만나다


일생에 한 번은 중세 미술 여행:『이틀리아 아트 트립』읽어보기 http://gilbut.co/c/20014741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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