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읽을 것인가
독자적인 분야를 정하여 공부를 하려면 목표에 가장 적합한 책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이때, 가장 염두해야 할 부분은 '무엇을 얼마만큼 공부할지 가늠한 다음, 그에 맞춰 어떤 교재가 필요한지 생각해가는 것이 바른 순서'일 것이다.
정신분석학을 배우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정신분석학이라고 해서 갑자기 프로이트의 저서부터 펼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 책들은 초보자가 읽기에 다소 난해하다. 설령 내용을 이해했더라도 정신분석학이 더 발전된 현재에는 그 책들의 내용이 그다지 유익하지 않을 수 있다.
이처럼 새로운 분야를 공부할 때 저명한 저자의 교재나 정평이 난 참고서부터 읽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 늦게 시작하는 공부만큼 목표를 높게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곤란하다.
허세부리지 말고 적당한 입문서부터 읽도록 하자. 입문서는 알고자 하는 것이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는 책이다. 제목에 '세상에서 가장 알기 쉬운 OOO' '고교생을 위한 OOO'라는 말이 들어가 있다면 이 책을 만든 출판사와 저자가 독자들에게 가능한 한 알기 쉽게 설명하고자 고심한 책이라는 뜻이다.
뻔하고 식상한 제목이라고 얕보지 말고 일단 손에 쥐어보기 바란다.
책들 중에는 이름만 입문서일 뿐 전문가가 입문서처럼 쓴 난해한 책도 꽤 있는 편이다. 가능하면 서점에 직접 가거나 서점 미리보기를 활용해 차례와 책의 앞부분에 있는 서문이라도 확인하고 사는 것을 권한다.
서문에는 전체를 통하여 주장하고 싶은 내용이나 강조하고 싶은 포인트 등이 압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덕분에 많은 독자가 펼쳐 보게 되므로 편집자도 서문에 굉장히 신경을 쓴다. 서문이 재미있는 책은 대체적으로 내용도 재미있을 확률이 높다. 그 부분만 읽어도 그 책의 성공과 실패를 어느 정도 점칠 수 있는 것이다.
책을 고를 때 실패할 확률을 줄이려면 신뢰할 수 있는 저자를 찾아 그 저자의 책을 계속 읽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역사, 경제, 음악 등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서 책을 잘 쓰는 저자를 미리미리 찾아두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베스트셀러 작가나 명문대 교수라고 하여 반드시 책의 내용이 충실하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같은 저자의 책을 계속 읽으면 정보가 겹쳐지는 부분이 생기지만, 조금이라도 새로운 발견이 있다면 구입할 가치는 충분하다. 그들은 꾸준하게 한 분야에 대해서 연구하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독특한 관점이나 다른 사람과 다른 각도에서 현상을 보고 설명하기 때문이다.
신뢰할 수 있는 저자를 지켜보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그 저자들 책만 보면서 치우친 독서를 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자신의 지식이나 생각을 확인하기 위해 책을 고르고 손에 넣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독서의 묘미는 무엇일까? 자신이 알지 못했던 지식과 견문을 깨우치는 데 있을 것이다. 다양한 책을 접하여 자신의 사고를 깊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새로운 견해도 있구나!' '이런 사고방식은 나에게는 없었어!'라고 생각할 만한 책도 의식적으로 많이 읽기를 권한다. 독서를 하면서 무턱대고 싫어하는 책을 정해놓는 태도는 옳지 않다.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감정적으로 비판할 것이 아니라 저자가 왜 그런 의견을 갖게 되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보는 것이다. 더불어 자신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까지도 말이다. 저자의 의견에 끝까지 납득할 수 없더라도 새로운 발견이 있다면 그 책을 읽은 가치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읽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그 고정관념이 압박으로 작용하여 독서에 대한 관심도 정체된 것이다. 이렇게 한 권을 다 정독해야 한다는 식의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은 어떤 일이든 완벽하게 하려는 자세가 오히려 족쇄가 되기도 한다.
완벽하게 읽으려고 할 수록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큰 폭으로 제한된다. 결과적으로 적은 정보만 가지고 가설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한 쪽으로 치우치거나 아웃풋이 충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책을 읽을 때는 중요한 부분만 읽어도 괜찮다. 독서가 한결 즐거워지고 친근해질 것이다.
기초 지식을 쌓고 어느 순간부터는 일부만 읽어도 저자의 이론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때는 일부만 읽어도 한 권을 꼼꼼히 읽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그렇게 필요한 부분만 읽는다는 생각을 하고 독서를 시작한다면 독서에 대한 장벽이 낮아져 부담 없이 더 많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된다.
특히 요즘은 주위에 수많은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모든 정보에 접할 필요는 없지만 누구나 마음에 드는 정보를 접하고 싶은 마음은 갖고 있다. 그 정보를 일일이 정독하려면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 의미에서 ‘부분 정독법’은 바쁜 현대인에게 안성맞춤인 독서법이다.
■ 참고도서
좋아하는 것을 원하는 만큼, 원하는 속도로 배우는 어른의 공부
틈틈이 혼자만의 시간에 시작하기 좋은 독학의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