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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기드문소년 Aug 10. 2015

인문학과 IT의 크로스~!

편석준 <구글이 달로 가는 길>

셀카의 버튼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타인의 시선을 창조해 낸다. 사회 속에서 자기 존재에 대한 불안정성은 존재의 부인으로 이어지고, 사회 바구니에서 자신을 끄집어내어 자신만 있는 지하실로 이동한다.

- 본문 중에서 




주말에는 오래된 친구들과 함께 2박 3일로 속초에 다녀왔습니다.
연일 계속된 폭염으로 기온이 미쳐날뛰고 있었고, 미친 날씨답지 않게 사람은 너무 많아서 돌아오는 길엔 고속도로에서 거북이 걸음을 하기도 했었지만,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곳에 가니 흥이 절로 나더군요.


금요일 아침, 이번 속초 여행에 가서 읽을 책을 고르던 중 이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출간을 사흘 앞둔 따끈따끈한 이 책의 주제와 분량은 휴가지에서 읽기에 매우 적합해 보이더군요.
출간 전의 책을 읽어보는 것은 처음이라서 그런지 매우 이상야릇한 기분이 들었어요.
출판사 관계자나 작가 분들의 지인 등을 제외하면 제가 이 책의 첫 일반인 독자가 되는거잖아요.
때문에 이유있는 특권(?)의식을 가지고 휴가기간 동안 (대부분은 서울로 올라오는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자마자 처음으로 든 생각은,

'이거 진중권과 정재승의 『크로스』랑 비슷한데?'
였습니다.


『크로스』는 미학자...라기 보다는 고양이 아빠로 더 유명한 진중권 씨와
모든 집에 한 권씩은 비치되어 있지만 정작 그 책을 읽어 본 사람은 찾기 힘들다는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의 저자 정재승 씨가
특정 사회현상을 각각 사회비평적 시각과 과학자의 시선으로 분석한 책입니다.


저는 『크로스』를 5년 전 쯤에 아주 재밌게 봤었는데요, 책을 읽다보면 커피, 만화, TV프로그램 등 우리 사회 문화 가장 깊숙히 자리잡은 갖가지 요소들에 대한 두 사람의 각각 다른 의견이 맞물리면서 조화를 이뤄내는 부분에 흥미를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구글이 달로 가는 길』은 『크로스』의 IT 특화 버전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진중권, 정재승의 날카로운 분석 못지 않게 저자 편석준 님도 여러 IT 관련 형상에 대해 탁월한 인문학적 통찰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까 『구글이 달로 가는 길』의 표지 일러스트레이터 분이『크로스』의 표지를 디자인하신 분과 동일인물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책을 보자마자 『크로스』를 떠올린 걸 수도 있어요.



책은 4개의 챕터로 나눠져 있습니다.


첫번째 챕터에서는 SNS, 특히 페이스북 유저들의 행동양식을 바탕으로 그들의 심리를 추론합니다. 그리고 인문학적인 시각으로 SNS의 가장 큰 특징들인 셀카, 자랑심리 등의 현상을 분석하죠.



두번째 챕터는 온라인 제국의 건설을 꿈꾸는 구글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저는 예전에 구글이 무인차를 연구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이 놈들이 진짜 지구를 정복하려고 마음먹었구나'
라고 느꼈었는데요, 책을 읽으면 왜 구글이 우주선을 쏘고,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의 뻘짓을 하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세번째 챕터는 빅데이터, 모바일 메신저, 큐레이션 같이 최근에 가장 핫한 IT 이슈들을 다루고 있어요. 이 챕터를 읽다보면 최신의 IT 트렌드를 알 수 있음과 동시에 그것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진행되고 있는지 파악 하실 수 있을거에요.


네번째 챕터는... 세번째 챕터랑 비슷해요. 왜 챕터3과 챕터4가 나눠져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챕터간 분량상의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라고 감히 추측해봅니다.)
암튼 챕터4에서 제가 제일 재밌게 본 내용은 영화 <Her>에 관한 내용이었어요. 그 외에 비트코인이나, 3D프린터와 같은 소재도 등장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분을 진심으로 질투했어요.
왜냐면 저도 제 개인 블로그에 종종 IT 관련 똥글을 싸지르거등요. 최근에도 <셀카와 SNS>라는 똥망글을 썼었죠.
그런데 작가분은 저와 똑같은 소재와 주제를 가지고, 한층 더 심도 깊은 글을 써내셨더군요.
엄청 공감하면서 글을 보는 동시에 이런 생각도 했답니다.
'그래. 내가 쓰고 싶었던 건 이런거였는데...'

암튼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저보다 훨씬 더 깊고 조리있게 써주셨어요.
제대로 한 수 배웠습니다.



다만 글의 주제, 맥락과는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 배경지식 글들이 너무 많이 보여서 조금 거슬리기도 했어요. 재미가 없다거나 하는건 아니었는데, 그냥 글에서 말하고자하는 주제와 자료로 등장한 역사적 사건들이 별로 아귀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나름 재미있었어요. 작가분의 방대한 지식에 탄복하기도 했고요.


전반적으로 저는 이 책을 즐기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IT분야의 사회적 현상을 저자 나름의 특별한 시선을 통해서 삐딱하게 바라볼 수 있었죠.
그래서 휴가지에 이 책을 가져간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어요.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분량을 가졌고, 사회적 현상을 한 걸음 떨어져 볼 수 있게 해주는 이 책을 여러분의 휴가지 배낭에 챙겨 넣을만한 도서로 추천합니다.





한편 인문학은 인간 사이의 거리를 '인정'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거리를 인정해야, 잘 들리지 않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상대에게 몸을 가낀이 할 것이다. '왜 내 말을 이해 못 하지?'란 말은 잠시 주머니에 집어 넣을 수 있다. 그것이 인문학의 본질적인 것이라면, 인문학의 소재는 언제나 현재적인 것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살아 있는 모든 인간은 현재의 인간이며, 현재의 조건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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