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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기드문소년 Aug 05. 2015

돈(豚)이 돈(money)을 버는 사회

존 리드 <자본주의 동물농장>

모든 동물은 평등하게 태어났다. 무엇이 되느냐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결정한다.


- 본문 중에서




스노볼이 돌아왔다!
(근데 그게 누군데?)


스노볼은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등장하는 인물, 아니 동물입니다.



『자본주의 동물농장』을 본격적으로 다뤄보기 전에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이거 아닙니다


매너 농장의 동물들은 농장주의 폭거에 시달립니다. 동물들에게서 존경받는 수퇘지 올드 메이저는 농장의 모든 동물을 소집한 후 인간을 몰아내고, 반란을 일으키자는 내용의 연설을 합니다.
석 달 동안의 봉기 준비를 통해 영리한 돼지들은 동물들을 가르치고 반란군을 조직합니다. 그중 젊은 수퇘지 나폴레옹과 스노볼이 지도자로 나서죠. 나폴레옹은 말솜씨가 좋진 않았지만 매사에 자기 뜻을 관철했고, 스노볼은 언변과 여러 재주가 뛰어났지만 나폴레옹처럼 심지가 깊지는 않았죠.

Fables - 빌 윌링험 글/랜 메디나,마크 버킹험 등 그림/이수현 역 | 시공사


반란은 쉽게 성공했습니다. 동물들은 '매너 농장'을 '동물 농장'으로 바꿔버립니다. 그리고 동물주의 원리를 일곱 계명으로 만들어 축사 타르 벽에 써내려갑니다.

일곱계명
1. 무엇이건 두 발로 걷는 것은 적이다.
2. 무엇이건 네 발로 걷거나 날개를 가진 것은 친구이다.
3.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된다.
4. 어떤 동물도 침대에 자서는 안된다.
5. 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면 안된다.
6.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선 안된다.
7. 어떤 동물은 평등하다.



인간이 떠난 동물농장에는 번영이 찾아옵니다. 스노볼은 동물농장 깃발을 만들고, 여러 개의 위원회와 동맹을 조직하고, 학습반을 만들죠. 한참 생각 끝에 스노볼은 일곱 계명을 단 한 줄로 요약합니다.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
그즈음 농장의 우유와 사과는 모두 돼지들의 몫으로 돌아갔습니다. 스노볼과 나폴레옹은 이 사안에서만큼은 서로 의견이 일치했는데, 언변가 스퀼러는 돼지들이 우유와 사과를 먹는 까닭은 모든 동물의 이익을 위해서라고 발표합니다. 돼지들이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다면, 인간이 돌아올 것라고. 아무도 인간들이 돌아오는 것을 원치 않았으므로 모두가 이 말에 수긍합니다.

스노볼과 나폴레옹의 대립은 계속됩니다. 가장 치열한 분쟁은 풍차를 둘러싼 의견 충돌이었습니다. 일요 회의에서 스노볼은 풍차 건설안을 내놓습니다. 풍차가 생기면 동력을 얻어 축사마다 전깃불, 온수와 냉수, 전기난로를 공급할 수 있죠.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나폴레옹이 키워온 개 아홉이 스노볼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스노볼은 개들에 쫓겨 농장 밖으로 도망쳤고, 그 뒤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스노볼을 몰아낸 나폴레옹은 독재체제를 세우고 풍차 건설 계획을 발표합니다. 스퀼러는 나폴레옹이 풍차 건설안을 맨 먼저 내었으나 스노볼이 그것을 훔친 것이라 발표했습니다.

그해 내내 동물들은 노예처럼 일했습니다. 농장 일은 일대로 하면서 풍차 건설 작업에 동원되었습니다. 그러던 11월의 어느 날 밤 세찬 강풍이 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동물들은 풍차가 무너져 있는 것을 발견하죠. 나폴레옹은 격노하여 모두 반역자 스노볼이 앙심을 품고 한 짓이라 소리칩니다. 그는 스노볼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스노볼을 처단하는 자에게 포상을 약속합니다. 풍차 재건 작업은 다시 시작되죠.

스노볼의 행적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그동안 밤을 틈타 몰래 농장을 수없이 들락거렸다는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스노볼은 반역자이자 범죄자가 되어 있었고, 농장에 뭐든 잘못된 일이 있으면 모두 "스노볼이 그랬다"라는 말이 퍼져나갔습니다.

어느 오후 느지막이 나폴레옹은 모든 동물을 집합시킵니다. 그러고는 스노볼을 내쫓던 날 반대했던 돼지들과 그동안 불평했던 동물들을 첩자로 몰면서 죽입니다. 농장에는 피 냄새가 진동합니다.

여러 해가 흐르고 풍차는 완성되었지만, 전기 동력을 생산해 내지는 못했습니다. 농장은 그 자체로는 전보다 부유해졌으면서도 돼지와 개들을 제외한 동물들은 조금도 더 살지 못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조금씩 날조되었던 일곱 계명은 사라지고 단 하나의 계명만이 타르 벽에 남습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사회주의, 특히 소련의 체제를 비판한 소설이죠. 볼셰비키 혁명 이후 스탈린 시대까지의 소련의 정치상황을 소재로 한 소설로서 그 풍자가 정말 탁월합니다.

존 리드는 2001년 9월 9일 뉴욕 시내 자신의 집 근처에서 산책을 하다가 '스노볼이 돌아오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이틀 후,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졌습니다. 그제야 존 리드는 자신이 품고 있던 생각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공산주의 뿐만이 아니라 미국 자본주의 체제에도 어딘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자본주의 동물농장』은 2002년 출간되자마자 화제를 일으키며 뜨거운 감자가 됩니다. 작가가 빈라덴 옹호자가 아니냐, 조지 오웰의 명성에 먹칠을 한 것이 아니냐. 뭐 어찌 되었든 흥행에 있어서는 대박을 쳤겠죠.
그리고 10년이 흘러 2012년 개정판이 나왔고, 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한국에도 이 소설이 출간 되었습니다.
사실 책의 내용을 좀 더 이야기하고 싶은데... 줄거리 자체는 정말 간단합니다.


동물농장에서 쫓겨나 야인 생활을 하던 스노볼이 자본주의자가 되어 돌아왔고, 농장에 '돈의 맛'을 보여줍니다. 이전까지의 동물농장에서 돼지와 개만 부를 독점했었다면, 이제는 다른 동물들도 다 잘 살게 됩니다. 물론 돼지와 개는 훠얼~~~씬 더 잘 살게 되었죠.
동물농장이 부유해지자 농장 밖에 있던 다른 동물들도 동물농장에 들어오려고 하죠.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고,여러 방면에서 농장은 썩어갑니다. 특히 농장 밖에서 자연과 함께 살던 비버들과 큰 갈등을 겪게 되죠.



사실 이게 줄거리의 전부입니다. 결국 존 리드의 『자본주의 동물농장』은 조지 오웰의 자본주의 버전 『동물농장』인거죠.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책의 초반부는 진짜 흥미진진하게 봤었는데요, 중반 이후로는 초반만큼 재미있지는 않았어요.

그 이유는 특별한 사건이 없다는 점에 있는 것 같아요.
소설 중반부의 대부분은 동물농장이 자본화 되어가면서 벌어지는 문제점에 대해서 지루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사치재 소비를 위한 부채의 증가, 무분별한 자원개발로 인한 환경오염, 정권의 뻔뻔한 거짓말, 정부의 시녀가 되어버린 언론, 원주민과 이민자들의 계층 갈등,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한 나머지 발생하는 다른 집단(타국)과의 외교 갈등...


사실 중간중간에 재치있는 표현도 있고, 여러 방면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맹점을 꼬집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뿐입니다. 다들 뉴스에서 보는 문제들이죠. 굳이 우화로 표현했어야 할 필요성은 못 느꼈어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너무 깁니다.


또 책을 읽다보니 몇몇 문장이 너무 번역투라서 이해가 잘 안가는 부분이 많았어요.

또 하나는 부운 간에 희생된다. 그는 머그에 든 마지막 위스키를 들이마시다 조용히 다음 세상으로 건너갔다.
p.24

스노볼(또는 스노볼에 관하여 엄청난 주장을 하고 있는 요크셔 돼지)이 정적을 깼다.
p.43


저는 한번도 번역을 해본적은 없지만 저 문장들을 이렇게 바꿨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또 하나는 간을 너무 혹사시킨 나머지 희생되고 말았다. 그는 머그에 든 위스키 마지막 잔을 들이마시다 조용히 저 세상으로 떠났다.
p.24

스노볼(또는 자신이 스노볼이라고 엄청난 주장을 하고 있는 요크셔 돼지)이 정적을 깼다.
p.43


바뀐 문장도 별로인가요...? 아무튼 저는 저 위의 문장이 잘 이해가 안되서 두 번, 세 번 읽었던 것 같습니다.


총평을 하자면 이 책은 조지 오웰의 불세출의 고전 『동물농장』을 멋지게 패러디 했습니다!

하지만 지루해요. 그렇게 뛰어난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요.

그렇지만 분명 책의 몇몇 부분에서는 그 날카로움이 빛을 발합니다. 만약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해야할 이유를 꼽으라고 한다면 그 몇몇 부분에서의 번뜩임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아! 그리고 결말!
분명히 결말은 그럭저럭인 이 책의 가치를 비약적으로 높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여러 동물들이 외치는 "슈가캔디 로드스타"가 "알라후 아크바르"로 읽히는 신기한 경험을 하실겁니다.
특히나 이 책의 마지막 다섯 줄은 의미심장하죠.
그러니 결말 때문에라도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바라겠습니다.






돼지 다수는 오랜 세월 동안 인간과 거래를 하면서 그들에게 많이 동화되어 농장 동물들은 인간과 돼지의 차이를 구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종종 그것은 코 대 주둥이, 신발 대 발굽으로 압축되었다.)

시간이 가면서 대체로 인간을 상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돼지를 대할 때처럼 하면 된다는 생각이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인간도 약간의 아첨을 너무 좋아했다.


- 본문 중에서






※ 이 리뷰는 <책읽는지하철>의 북큐레이터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책읽는지하철>(http://cafe.naver.com/bookmetro365)은 매주 금요일 아침 9시 30분에 북큐레이터 모임(합정역 인근 책읽는지하철 오피스)을 엽니다.

그 주에 책읽는지하철에 도착한 십여 권의 책 중에 각자 골라서 책을 읽고 감상을 온라인에 공유하는 모임입니다.

양질의 신간을 가장 먼저 읽고 싶다면, 책을 즐기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면, info@bookmetro.org 로 신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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