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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현재 스스로 자폭 중?

애플 인텔리전스의 "개인화된 시리" 출시 연기 소식

by 데어릿

전 세계에서 가장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많이 팔고 있는 기업, 그만큼 유저들의 신뢰도와 충성도가 두터운 스마트폰 제조사, 이런 수식어들은 애플에 붙어 있던 수식어입니다. 삼성이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가장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갤럭시 시리즈를 매년 출시하고 있지만 아예 자신만의 독자적인 생태계를 갖추고 있는 애플과 비교했을 때 부족한 것이 사실이죠.


그러나 지금까지 쌓아왔던 애플의 이러한 이미지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미 무너졌을지도 모르죠. 국내외 각종 언론들과 테크에 관심 있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현재 애플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은 지난 7일 공식적으로 성명을 통해 “개인화된 시리”의 기능 출시를 연기하겠다고 한 것 때문입니다. 이러한 성명이 이렇게까지 크게 이슈가 되는 이유는 단순히 우리가 애플의 AI 기능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시기가 늦춰지는 것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오늘은 여러 기사와 유튜버들의 영상을 보고 든 제 개인적인 생각과 어떤 점 때문에 사람들이 그토록 애플에 실망감을 표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png 외국 IT 유튜버, AppleTrack의 Sam Kohl


완벽하지 않으면 출시하지 않는다


애플하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미지는 위의 소제목과 같습니다. 비록 조금 구글이나 삼성보다 늦을지언정 “애플이 내면 항상 제대로 낸다”, 사람들은 그런 애플을 믿어왔고 지금까지 충실하게 애플의 기기들을 구매해왔죠. 그런데 AI 기능을 차치하더라도 요즘 애플의 IOS 업데이트, 애플이 새로 출시하는 기기들을 보면 절로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은 비단 저뿐만이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에어팟과 애플워치를 쓰고 있는 입장에서 애플의 기기들은 알게 모르게 생각보다 버그가 많습니다. 예전에도 다룬 적 있지만 어쩌다 한번씩 전화벨이나 알람이 울린지 1초 만에 소리가 꺼지는 현상은 아직까지도 고쳐지지 않았죠. 특히 저 같은 경우에는 유튜브 랜덤재생을 단축어로 생성해 자동화 기능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게 애플워치에서 자동화 실행을 눌렀을 때 예전에는 곧잘 작동되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명확한 원인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지만 아이폰이 잠금 해제 상태가 아니기 때문으로 보고 있죠.


이런 것들을 제외하고 사람들이 원래 그런가 보다, 또는 그냥 폰 꺼내서 다시 한번 실행하면 되지 하며 넘어간 버그들이 생각보다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 같으면 금세 IOS 업데이트를 통해 이런 점들을 해결해줬을 애플이지만 요즘 애플은 과연 그런가 하고 괜히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 현실이죠.


사실 이런 것 정도는 조금 불편하지만 어느 정도는 감수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불만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출시되어 있는 기능이기에 금방 고쳐주겠지 하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번 개인화된 시리는 애초에 없었던 기능인데다 사람들이 가장 기대하고 있던 기능 중에 하나였는데 이것을 연기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애플 생태계와 최근에 발표된 신제품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는 내용입니다.

2.png 애플은 완벽하지 않으면 출시하지 않는다.


개인화된 시리 연기가 애플 인텔리전스에 미치는 영향


애플은 지난 2024년 6월 WWDC에서 애플 인텔리전스에 대한 내용을 공개하면서 여러 AI 기능을 다음 세대의 아이폰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다음 세대란 작년 9월에 출시된 아이폰16 시리즈였죠. 물론 당시에 해당 기능이 IOS 18 버전 직후에 모두 사용할 수 있지는 않고 IOS 버전을 업데이트 하면서 순차적으로 사용가능할 것이라고 얘기했었습니다. 이미 삼성의 갤럭시 AI를 비롯해 여러 IT 기업에서 이미 뒤쳐진 애플이었지만 이제라도 이렇게 출시한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그나마 웃을 수 있었죠. “조금 늦게 나오면 어때, 애플이니까” 하면서 말입니다.


지난 번 갤럭시 AI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는 글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아직까지도 여전히 갤럭시 AI와 애플 인텔리전스를 비교하는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는 꾸준히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런 영상들이 저에게는 “와 갤럭시 AI로 이런 것까지도 가능해?” 하며 놀라는 사람들은 마치 “애플은 아직도…”라며 흠 소리를 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죠. 결론적으로 애플 인텔리전스는 갤럭시 AI에 미치기엔 아직 한참 부족하다는 시각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시장에 이미 형성되고 있는 중이라는 뜻입니다.


많은 언론과 유튜버들이 개인화된 시리 연기의 이유를 리더십과 엔지니어링 문제 등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해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건 단순히 우리가 기대했던 개인화된 시리를 쓸 수 있냐 없냐를 넘어서 지금 일부 공개된 AI 기능들의 발전 가능성까지도 의심해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죠. 이미 AI 기능에 있어서 뒤쳐진 애플 인텔리전스의 기능이 나오기도 전에 연기되고, 발전 가능성까지 엿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입니다.

3.png 아이폰16 일반 모델의 상세페이지 中 (Source : Apple)


더 큰 문제는 최근에 출시된 애플 기기들이다


최근에 아이폰 16e가 출시되었는데 이 기기에 대한 갑론을박이 심상치 않습니다. 미국 출고가 기준 599달러라는 가격은 아이폰 16e가 se 모델의 후속작이 아닌 아이폰 16 시리즈의 막내급 스마트폰이라는 가격을 보여주고 있죠. 특히 아이폰 16 시리즈와 같은 칩셋이 적용되었다는 점, 램 용량과 후면 카메라가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점, 화면 크기나 액션 버튼 등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는 더이상 보급형이던 SE 모델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이렇게 업그레이드가 되었지만 반면에 GPU 코어가 아이폰 16 일반 모델에 비해 5코어에서 4코어로 줄었다는 점, 맥세이프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 카메라는 여전히 하나라는 점 등은 아이폰 16e를 살 이유를 없애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개인적인 느낌입니다만 정작 우리한테 정작 필요한 기능이 아닌 다른 것들을 업그레이드 해 놓고 가격만 비싸게 받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 있죠.


여기서 문제는 8GB 램을 탑재한 것에 있습니다. 작년 9월에 공개된 아이폰 16 일반 모델도 8GB 램을 탑재했죠. 많은 외신들이 작년 WWDC에서 공개한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애플이 일반 모델에도 8GB 램을 탑재하면서 미국 출고가 기준 가격도 동결했다면서 환호성을 질렀었죠. 그런데 이번 애플의 공식 성명으로 애플의 이런 8GB 램이 적어도 올해까지는 AI 기능에 있어서 제대로된 힘을 발휘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올해 9월에 아이폰 17 라인이 출시되더라도 말이죠.


여기에 더해 애플이 작년 WWDC에서 애플 인텔리전스 광고 영상 중 하나를 비공개 처리 하면서 그 파장은 더 커졌습니다. 아이폰 16 시리즈와 아이폰 16e까지 작년 WWDC 이후 공개된 아이폰 모델들은 애플 인텔리전스를 위한 아이폰이 아니라는 것을 애플 스스로도 인정한 셈이죠. 아이폰 16 시리즈의 셀링 포인트로 AI를 내세웠음에도 실제로는 AI 기능을 사용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 셈입니다.

4.png 아이폰 16e의 상세페이지 (Source: Apple)


결국에는 나오긴 하겠지


애플이 개인화된 시리 공개가 늦어질 것이라고 발표했지 개발을 취소한다는 소식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은 출시가 되긴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아이폰 16 시리즈를 구매한 사람들, 애플의 높은 완성도를 신뢰하고 있었던 기존의 아이폰 유저들을 이번에 애플은 크게 실망시켰죠. 그 사이에 갤럭시를 비롯한 다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AI 기술은 더욱 발전할 것이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애플 인텔리전스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다가오는 6월에 있을 WWDC 2025에서 어떤 내용이 공개되고, 아이폰 17 시리즈를 발표하는 키노트에서 어떤 내용이 공개될지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걱정되긴 하지만 부디 전 세계에 있는 많은 애플 팬을 만족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조심스럽게 담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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