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그대로 내버려 둔 적이 있을 것이다. 지금 무언가 떠올랐다면 생각난 김에 한 번 들춰보길 바란다. 아마 내가 내버려 둔 그 상태로 먼지가 가득 쌓여 있을 것이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다 보면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의욕을 풀로 채우고 시작했으나 사람들 반응이 냉담하면 조금씩 의욕은 줄어든다. 어떻게든 관심을 얻기 위해서 살을 더 붙여보기도 하고 해오던 것과 다른 형식으로 진행도 해보지만 좀처럼 쉽지가 않다. 어떻게 해야 맞는 걸까?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어떤 것도 선택을 하기가 쉽지 않음을 의미한다. 분명 지름길이 있을 것 같으면서도 내가 진행하고 있는 것을 꾸준히 밀고 나가다 보면 언젠가 사람들이 알아주겠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폭풍과도 같이 휘몰아친다.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겠고 사실은 정답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는 좌절하고 포기하게 된다.
최근에 진행했던 프로젝트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행동이나 생각을 심리학과 연결시켜 보자'는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고, 사람들(특히 나)을 보며 왜 저렇게 생각하고 저렇게 행동하는지를 항상 궁금했기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를 호기롭게 시작했다. 적절한 심리학 용어를 찾고 그에 맞는 일상적인 상황을 가져와 한 편의 글로 쓴다. 글과 어울리는 사진을 넣어보거나 직접 그림을 그리기도 해 보았다. 작업 과정 자체는 즐거웠지만 나는 그 이상의 것을 갈망했다.
당연하게도 프로젝트는 생각했던 것만큼 순탄하지 않았다. 심리학에 관심이 있었을 뿐 전공을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검색을 동원한 얄팍한 지식으로만 글을 써야 했다. 최대한 일상적인 일화를 엮어보려 했지만 의외로 너무 일상적이었던 나머지 재미가 없었다.
예를 들어 노트북을 새로 구매하려고 하는 A가 있다. A는 노트북 사양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 자신의 노트북이 못 써먹을 상태인 것 정도는 안다. 검색을 총동원해서 적당한 노트북을 찾았는데 너무 선택지가 많아서 선택 장애가 오는 바람에 잠시 구매 결정을 미루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에 벌어졌다. 결정을 하다가 말았으니 하루 종일 노트북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천장에도 노트북이 매달려 있고 저녁에 먹으려고 끓인 국에도 노트북이 건더기로 떠다녔다. 그렇게 며칠을 고민한 뒤 결국 A가 처음 잡았던 예산보다 50만원이나 더 비싸지만 기능과 성능만큼은 확실한 노트북을 구매했다. 그 뒤로는 노트북이 눈앞에 아른거리지도 않고 꿈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처럼 마치지 못한 일을 마음속에서 쉽게 지우지 못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한다.
작업을 하다 보니 과연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재밌어할까는 생각이 나를 덮쳤다. 노트북을 사고는 싶은데 계속 고민만 하는 사람들을 보면 '넌 선택 장애가 온 거야'라고 말을 하지 '그걸 심리학에서는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하는데 결국 그걸 네가 결정을 하고 구매를 해야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스스로 실소가 터져 나왔다.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그러다 보니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진짜 인생 프로젝트다'라고 시작했던 것이 막상 뜯어보니 '인생(하고는 하등 상관이 없는) 프로젝트'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초심자의 패기와 긍정, 의욕은 이미 할 일을 다했다. 결국 지친 것이다.
이런 경우처럼 '모르겠다'라고 할 만한 것들은 주변에도 얼마든지 있다.
'그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떤 물건을 사고 싶은데 무엇을 사야 할지 모르겠다.'
'고백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크고 작은 '모르겠다'는 결국 모여서 우리의 마음속에 '아무겠도 모르겠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악마의 성을 쌓아 올린다. 우리는 그 성을 그대로 둘 것인가 아니면 함락시킬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를 의문형으로 바꾸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두 가지다. '그래도 한다', 아니면 '그냥 그대로 둔다'. 여기서 '그만둔다'를 선택하게 되면 그것은 그 상태로 몇 백 년 동안 썩지 않는 쓰레기처럼 마음속에 쌓여만 간다. 어쩌면 그 길이 더 쉬운지도 모르겠다. 마치 땅 속 깊숙이 묻어버리듯 그냥 그대로 잊어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그것에 대해 조금이라도 애정이 있다면 '그래도 한다'를 선택해야 한다. 끝없이 고민하고 방법을 강구하고 길을 닦아야 한다. 가끔 머리가 아프기도 하고 삽을 챙겨 땅이라도 파고 싶은 심정이 자주 들 수도 있겠지만 끝까지 붙잡고 늘어지다 보면 언젠가 답은 보이지 않아도 길은 보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