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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어릿 Jan 22. 2023

하늘은 멈추지 않는 자를 돕는다

[서평] 명영덕, 『살아온 시간과 살아갈 시간』

삶을 살아가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도전 속에서 미리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도 우리의 발목을 붙잡지만 주변의 환경적 제약으로 인해 도전 자체가 힘들어지는 경우도 많다. 만약 누군가 그 모든 사슬을 끊어내고 끊임없이 도전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그가 무언가를 이루지는 못 했을지라도 그러한 삶의 태도 자체에 박수를 쳐줄 수 있지 않을까.


작가는 『살아온 시간과 살아갈 시간』을 통해 지난 삶을 되돌아보며 세상과 자신에 대해 깊이 사색하고 고찰한 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단순히 제목만 봤을 때는 이 책이 그저 지나간 나 날의 삶을 회고하는 자서전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세상 구석구석을 바라보며 때로는 너그럽게, 때로는 날카롭게 고찰하고 있다.

삶과 죽음, 젊은이와 늙은이 등에 대한 작가의 시선 역시 눈여겨볼 만하나, 본고는 다른 것보다 작가의 도전정신과 탐구정신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삶을 이어나가는 것 자체로도 버거웠을 그의 삶이었지만, 그는 항상 배움에 대한 뜻을 놓지 않고 현실의 벽에 막혀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났다. 이러한 그의 삶에 대한 태도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떻게 작용하게 될지 그의 삶에 있었던 도전과 탐구의 결과들을 위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명영덕, 『살아온 시간과 살아갈 시간』, 북랩, 2023.01.20.


작가의 삶은 변화의 연속이었다. 해당 글에서는 직업에 대한 변태만을 언급했으나 이 책의 앞뒤로 가난했기에 정규 중학교에 입학할 수 없어 야학을 다녔다는 것,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철도고등학교에 입학했던 것도 스스럼없이 말하고 있다. 그렇게 졸업을 한 이후 철도청 부기관사를 거쳐 주택은행 은행원에 26년간 몸을 담았다가 퇴사 후 베트남으로 진출하여 사업을 시작하였다. 또한 여기서 그치지 않고 리모델링 회사의 관리 이사, 서울중앙지법 소속 법정관리기업 감사 및 CRO, KB공익재단 경제교실 강사까지 그의 커리어는 그야말로 변화무쌍했다.


요즘은 한 가지 직업만 가지고 내 집 마련은 물론 먹고살기도 쉽지 않은 시대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 쌓고 있는 커리어를 내던지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롭게 도전할 분야에 대해 다시 공부를 시작해야 하고 경력자들만 찾아대는 취업 시장에서 당당히 신입이라는 타이틀을 목에 걸고 맞서 싸워야만 한다. 그때와 지금의 시대상이 많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그 어떤 제약 속에서도 꿋꿋이 도전을 마다하지 않았던 작가의 도전정신은 지금 이 시대에 이르러서도 전혀 녹슬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명영덕, 『살아온 시간과 살아갈 시간』, 북랩, 2023.01.20.


또한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배움이란 특정 시기 또는 상황에만 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피력했다. 남들이 20 ~ 21살에 대학에 입학할 때 작가는 29살에 결혼생활과 직장생활을 함께 하며 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그 뒤로도 46살에는 CISA(국제 공인 정보시스템 감사사)에 도전하여 합격하였으며, 55살에는 IFRS(국제회계기준)관리사로 합격, 57살에는 대학원의 문턱도 과감하게 뛰어넘으며 반백살이 넘은 나이에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다. 비교적 최근인 62살부터는 아코디언도 배우기 시작해 죽을 때까지 체력과 정신이 허용하는 한 배울 생각이라고 했으니 만 66세가 넘은 지금도 앞으로 그의 배움에 대한 열정이 또 어느 곳에 가서 닿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무언가를 행한다는 것만큼이나 배운다는 것은 쉽지 않다. 직업을 갖는 것은 생계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강제성이 어느 정도 있지만 무언가를 공부한다는 것은 뜻이 있지 않고서는 선뜻 손을 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작가가 CISA나 IFRS를 취득한 것에는 업무 연관성이 있기 때문도 있지만 이러한 모습도 그저 평일 오전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며 그저 월급날만 기다리는 우리의 모습을 어느 정도 반성하게끔 한다.


도전이든 배움이든 항상 리스크가 따른다. 다른 분야에 도전하고 배운다는 것은 그만큼의 시간을 지금 가지고 있는 시간에서 일정 부분 따로 떼어내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투자를 한다는 것은 이익을 볼 가능성과 손실을 볼 위험성이 항상 공존하기 때문에 굳이 이러한 리스크 없이 현실에 안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배움과 도전은 피드백, 즉 리턴이 있다. 그것이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지만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는 배움과 도전은 없다. 작가의 경우 철도청에서 근무를 하다가도 은행원으로 새롭게 도전했고 보란 듯이 성공해 냈다. 그에게 있었을 수많은 시행착오나 난관에 대해서 자세하게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도중에 무너지지 않았고, 늦었다고 주저하지 않았으며 그 끝내 이루어 냈다는 것이다.


작가는 글에서 ‘하늘(신)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이 유명한 구절은 우화로 유명한 이솝의 이야기 중 에우리피데스가 말하는 장면에서 문헌기록으로는 처음 발견되었다. 그때의 표현은 “The gods help them that help themselves. Try first thyself, and after, call on god(신들은 스스로 자기 자신을 돕는 사람을 도와준다. 먼저 그대 자신이 해보고 그 후에 신을 찾으라)”이었으며, 오늘날에 이르는 이 표현은 벤자민 프랭클린이 쓴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나, 보다 현실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으로 바꿔보면 “하늘은 멈추지 않는 자를 돕는다”라고 할 수 있겠다. ‘스스로 돕는다’는 말에 함축되어 있는 수많은 의미 중에서도 특히 배움과 도전에 있어서는 멈추지 않는 의지와 때를 가리지 않는 무모함이 가장 큰 몫을 해낸다. 가난했던 환경에서도 역경을 딛고 배움을 추구하고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작가의 살아온 시간들은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시간에 분명한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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