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데어릿 May 19. 2023

힐링에세이 추천 │『내가 같이 뛰어내려 줄게』서평

** 눈이 바쁘신 분들은 오디오북을 들어주세요 :)


제목 : 『내가 같이 뛰어내려 줄게』

작가 : 씨씨코

출판사 : 다산북스

출간일 : 2022년 3월 31일

페이지 수 : 292p

판형 : 130*187mm

정가 : 16,000원


책과의 만남


서점에서 읽을 만한 책이 없나 하고 살펴보던 중 내가 좋아하는 새파란 표지에 노란색 띠를 두른 에세이 한 권을 발견했다. ‘내가 같이 뛰어내려 줄게’ 제목도 괜찮다. 작가가 씨씨코? 얼른 책 날개를 펼쳐 작가 소개를 읽었다. 유튜버라고?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유튜브를 켜고 씨씨코를 검색했다. ‘아, 이 분! 알지 알지!’ 우연히 유튜브 쇼츠의 바다에서 헤엄치다가 해커 시리즈를 본 적이 있었는데 재치 있는 자막과 역동적인 움직임은 1분 동안 내 시선을 머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 분이 이 분이었다니. 심지어 그 분이 쓰신 에세이라니. 얼른 카운터로 가져가 책을 결제했다. 그렇게 이 책과 만났다.


제목에서 물씬 풍겨오는 힐링의 기운 역시 이 책을 사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어주었다. 요즘 사람들의 힐링 에세이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졌고 이 책 또한 구성이나 내용은 사실 여느 힐링 에세이와 별 다를 게 없었지만, 직접 그린 아기자기한 그림과 영상에서도 풍겨왔던 재치있는 그녀의 말투가 책 속에도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었다. 에세이라는 장르 특성상 작가가 나에게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확실히 나에게 마음에 와닿는 말투와 내용들이 담겨있었다. 그런 그녀의 말투를 통해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을 엿보는 게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책에 몰입해 보기


그래서 나는 생일 파티를 하고 싶을 때 아무 때나 한다. 그냥 하고 싶은 날 한 번, 큰 케이크가 먹고 싶은 날 한 번. 다른 계절에 한 번, 또 기분이 우울해서 좀 신나지고 싶은 날 한 번. 그러다 나중에 매일매일 생일 파티를 하고 싶어지면 매일매일 생일 파티를 하면서 살아야지. 어느 계절에 태어났든 어느 날에 태어났든 태어난 나는 소중하니까. 아니 어느 계절에 태어났든 어느 날에 태어났든 큰 케이크 먹을 핑계가 필요하니까?


사실 나는 생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편이다. 어렸을 때는 생일에 무조건 친구들을 잔뜩 모아 생일 파티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나이가 점점 들수록 생일 만큼은 가족들과 함께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다. 그렇다고 케익을 좋아하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나에게 생일은 그저 ‘미역국 먹으며 가족과 함께 보내는 날’ 정도의 이미지만 있을 뿐이다.


그런 나에게 케익을 먹고 싶어서, 신나고 싶어서 생일 파티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꽤 신선했다. 아무리 나에게 생일이 그저 미역국 먹는 날 정도라고 하더라도 생일이 되면 기본적으로 기분이 좋다. 30번의 생일을 지나왔지만 지금 돌이켜봐도 생일날 기분이 좋지 않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기분이 좋기 위해서 생일처럼 하루를 보낸다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기에 이 부분을 읽었을 때 작은 감탄사가 터졌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때. 머리를 뒤로 쫙 넘긴 남자애가 지나가며 이렇게 말했다. “그럼 우린 지금 월요일에 하루 더 가까워진 거네?”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내 뒤통수에서부터 분노가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감히 신성한 금요일에 저런 말을 한다고?


이 부분을 딱 읽었을 때는 나도 모르게 욕을 할 뻔했다. 작가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감히 신성한 금요일에? 감히? 내면 깊은 곳에서 울컥하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앞서 설명했던 생일과 달리 매주 돌아오는 주말은 나에게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만약 내가 옆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면 설령 모르는 사람이라고 한들 일단 그의 뒤통수를 뚫어져라 째려봤을 지도 모르겠다.


주말이 나에게 특별한 이유는 평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에게 평일은 ‘회사가 나에게 돈을 주는 대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시간을 뺏어가는 날’로 정의되어 있다. 때로는 하루를 24시간밖에 주지 않은 것이 한스럽다고 느낄 정도로 나는 하고싶은 일이 많은데 그 날들을 고작 돈 몇푼 쥐어주고 뺏어가는 건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덕에 먹고 살 수 있고 그 돈이 있으니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고 반박할 수도 있겠다. 맞는 말이다. 마음이 그렇다는 거다, 마음이.



책을 읽고 나서


이외에도 『내가 같이 뛰어내려 줄게』에는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들이 여럿 수록되어 있다. 읽으면서 미소를 짓게하기도, 때로는 진지하게 고민하게 하기도 하는 내용들이 알차게 구성되어 있었고 중간중간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 몰입도나 볼거리 측면에서 다양성을 제공하고 있다.


내용적인 면에서도 쉽고 술술 읽히는 맛이 있다. 때로는 어린아이처럼, 때로는 어른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속시원히 드러내면서도 작가의 말투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문장들이 책에 다정함을 더하고 있다. 특히 좋았던 점은 유튜버로써 자신의 채널을 홍보하기 위해 관련 얘기를 넣을 수도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 한편, 유튜브 얘기가 아닌 다른 얘기로도 이 정도의 분량을 채울 수 있는 작가의 문장력이 경이롭기도 하다.


다만 편집에 있어서는 좀 아쉬움이 있다. 폰트가 너무 작고 상하좌우 여백이 너무 많아서 가독성을 해친다. 여백이야 보다보면 익숙해지는데 폰트 크기는 좀 더 키웠으면 읽는 데 훨씬 편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 하는 것 같다.’ 하는 부분은 교정 과정에서 걸러내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에세이라는 장르 특성상 책의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덮을 때까지 모두가 작가의 생각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데 이러한 표현은 자신의 생각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보이기도 한다.



마무리


책이 출간된 지 1년이 넘었기 때문에 씨씨코를 아는 분들은 이미 구매해서 읽어보셨을 것이라 생각된다. 혹시 씨씨코를 모른다면 유튜브에서 검색해 그녀가 만든 시리즈를 본 뒤에 재밌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책을 읽는 데 씨씨코라는 그녀의 유튜브적 정체성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느꼈던 대로라면 이 책을 읽는 내내 영상에서 봤던 그녀의 표정이 떠울라 책에 조금 더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


다만, 색다른 느낌의 힐링을 원하거나 특별한 구성이나 내용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늘 맛봐온 느낌일 수도 있겠다. 이건 에세이, 그 중에서도 특히 힐링 에세이의 장르적 특성에 대한 부분이라 어쩔 수 없는 감이 있지만 이 책 역시 그 한계를 돌파하지는 못했다는 데서 오는 아쉬움이 없지 않아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 생명의 무게란 그런 것이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