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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어릿 May 12. 2023

한 생명의 무게란 그런 것이지

임지원, 『너를 보았지』 서평

**눈이 바쁘신 분들은 오디오북을 들어주세요 :)

https://audic.page.link/mURz


• 제목 : 『너를 보았지』
• 작가 : 임지원
• 출판사 : (주)북랩
• 출간일 : 2023년 4월 24일
• 페이지 수 : 400p
• 판형 : 152*225mm
• 별점 : ⭐️⭐️⭐️⭐️
• 정가 : 15,800원


소설 『너를 보았지』는 주인공 희재의 동생 학찬이 잡지사 ’미래‘의 대표 명재혁 씨를 죽이면서 시작된다. 한없이 올바르고 정직하고 착하기만 했던 동생의 살인 소식에 희재는 당황스럽고 수많은 걱정이 앞섰으나 그 누구보다 아꼈던 동생이기에 옥바라지를 해주고 출소를 한 뒤에도 물심양면으로 학찬을 도왔다. 혹시 원로 목사가 동생에게 살인을 사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에 직접 교회에 다녀보기도 했지만 그런 증거를 찾는 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작품 전반에 걸쳐 희재를 둘러싼 사람들의 민낯이 점점 드러나고, 그에 따른 희재의 심경 변화가 이 소설의 핵심적인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 돌아가셨더라. 누가 또 그랬다니……. 세상이 점점 악해진다.”
“그거……. 내가 그랬어 누나.”
“뭐? 네가? 이게 무슨 소리야? 네가 왜? 네가 왜 그런 짓을 해?”


『너를 보았지』는 소설이지만 작품 내에서 펼쳐지는 상황이나 심리는 현실의 그것과 매우 비슷하다. 사람들은 ‘만약 내 가족 중에 누군가가 사람을 죽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을 평소에 하고 살진 않는다. 그러나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생겼을 때 ‘나도 저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수 있도록 주인공 희재의 성격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아무리 사람을 죽였다지만 동생과의 연은 쉽게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나 학찬처럼 어릴 때는 줄곧 올바르고 예쁘게 자라왔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또한 다른 형제들은 일찍이 학찬과 연을 끊었지만 희재만큼은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동생을 포기하지 않는 누나의 마음에 쉽게 이입을 할 수가 있다.


여기에 학찬에게 닥치는 여러 상황들과 이를 대하는 학찬의 태도는 작품에 긴장감을 더한다. 사람을 죽였다고는 하지만 출소 후에도 끊임 없이 몰아치는 불행한 상황들과 누나의 희생에도 점점 삐뚤어지는 학찬은 독자들로 하여금 답답함과 함께 이후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어렸을 때 그렇게 올바르게 커왔고, 또 사람을 죽였음에도 누나가 옆에서 그렇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데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가 있을까 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든다. 이는 앞서 말한 희재의 심경의 변화와 함께 학찬의 갱생 여부라는 또다른 관전 포인트를 독자들에게 안겨준다.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집 안에서 사랑받고 건실했고 정직했고 모든 수식어를 다 갖다 붙여도 부족할 만큼 완전했던 막둥이가 그 교회에 적을 두면서 살인자가 됐다. 어떻게 교회와 목사님과 무관할 수가 있단 말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떠나지 않았던 대사가 있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신에 빙의한 유덕화(육성재 분)가 삼신할매와 나누던 대화 중 일부이다. 작품 중 도깨비(공유 분)는 무신이었던 시절, 수천의 피를 자신의 검에 묻힌 죄로 900년이 넘게 불멸의 삶을 살았다. 이에 삼신할매는 “그 아이 벌 받은 지 벌써 900년이야, 아직도 모자라?” 하는 질문에 신은 이렇게 답했다.


“한 생명의 무게란 그런 것이지.”


학찬은 사람을 죽였고, 감옥에 수감되어 벌을 받았다. 그러나 15년 형이 끝났어도 학찬의 벌은 끝나지 않은 듯했다. 누나와의 마찰, 교회로부터 버려짐 등 작품이 흘러가는 내내 학찬에게는 시련만이 닥칠 뿐이었다. 의도와 이유야 어찌됐든 학찬은 한 생명을 죽인 벌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수많은 시련을 통해 학찬은 결국 마음을 고쳐먹고 희재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올바른 동생으로 돌아왔을까? 이는 작품을 통해 직접 확인해보기 바란다.


그녀가 동생을 이 집단에서 빼내리라고 벼르며 교회를 다녔지만 ‘그 무엇’을 발견한 것이 없었고, 동생 또한 초지일관 단독 범행을 주장했기에 검찰에서도 결국 원로 목사님의 혐의를 단념한 모양이다.


지극히 현실에 기반을 둔 소설을 오랜만에 읽었다. 반전이 없지는 않지만 그 또한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범주 안에 있다. 무언가 극적인 전개를 바라고 이 책을 읽는다면 다소 지루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주인공의 심리에 자신을 비추어 읽다보면 그만큼 술술 읽혀지는 그런 책이다. 교회가 배경이긴 하나 기독교 특유의 자신들의 종교철학을 강조하는 듯한 그런 내용도 거의 없다. ‘희재는 언제까지 학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학찬은 언제쯤 정신을 차릴까?’에 대해 생각을 하며 읽다보면 어느샌가 책의 맨 뒷장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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