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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어릿 Jun 08. 2023

WWDC 23, 비전 프로를 보고  행복회로 돌려보기

** 눈이 바쁘신 분들은 오디오북을 들어주세요 :)


한국 시간으로 2023년 6월 6일 새벽 2시,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WWDC)가 개최되었습니다. 새로운 맥프로의 등장으로 애플의 전 기기가 애플 실리콘을 탑재하게 되었고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IOS17을 비롯한 다양한 OS들이 공개되었죠.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었지만 올해 WWDC를 기대했던 가장 큰 이유, 9년 만에 새롭게 공개한 애플의 새 제품, 세간에 ‘리얼리티 프로’라는 이름으로 루머만 무성했던 바로 그 기기, 애플 비전 프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Source : Apple


비전 프로가 주목받는 이유


1,000명이 넘는 개발자들이 7년을 노력하여 세상에 내보인 비전 프로는 5,000개 가량의 특허를 포함한 모든 애플 기술의 집약체로, 침체되어가던 XR 시장에 신선한 긴장감을 불어 넣어 주었습니다.


VR 시장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메타 퀘스트는 엔터테인먼트에 주력했지만 콘텐츠 부족의 벽에 부딪혔고, 엔리얼 에어는 실제 안경과 같은 형태로 이상적인 AR 글래스를 보여주는 듯 했으나 영상 감상용 안경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는 못했죠.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를 기반으로 한 MR 기기이면서 삼성에서 출시한 오디세이도 있었으나 우리가 원해왔던 것들을 만족시켜 주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Source : Xreal, Oculus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그 반동으로 인공지능이 급부상 하는 현 시점에 XR 관련 기기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죠. 이러한 상황에서 애플이 XR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의미를 가집니다.  오죽했으면 ‘애플이 XR 시장의 구세주가 될 것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죠. ‘일단 뭐든 제대로 만들고 내놓는 기업’이라는 애플의 이미지가 전문가를 비롯해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큰 관심거리로 다가왔던 것입니다.



비전 프로의 아쉬운 점


이렇게 막상 공개된 비전 프로는 최고의 찬사를 받는 한편, 냉랭한 시선도 존재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비전 프로의 특장점은 이미 WWDC 키노트와 여러 매체들에서 소개했으니 여기서는 아쉬운점 위주로 알아보도록 하죠.


비싼 가격

첫 번째로, 모두 예상은 하긴 했지만 막상 맞닥뜨리니 그저 놀랍기만 한 비싼 가격을 들 수 있습니다. 애플 기기가 원래 가격대가 높은 편이긴 했지만 3,499달러라는 가격은 애플의 기술력에 놀라 비전 프로에 손을 뻗다가도 주춤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물론 아주 납득이 가지 않는 가격은 아닙니다. 애플이 9월 신제품 키노트가 아닌 WWDC에서 이 제품을 갖고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일반 사용자들 보다 특정 전문가들에게 더욱 적합한 제품이라는 반증이겠죠. 여기에 더해 애플이 쏟아낸 모든 기술과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측면에서는 적정 가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일반 소비자들은 팔짱끼고 앉아서 애플의 기술력에 감탄하며 언제쯤 쓸만한 비전 라인업 기기가 나올지 구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 아쉬운 점입니다.


Source : Apple


기대에 미치지 못한 편의성

다음으로는 편의성에 대한 이야기인데, 여기서 말하는 편의성은 소프트웨어적인 측면 보다는 하드웨어 측면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배터리와 착용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


우선 비전 프로는 내장된 배터리가 없어서 별도의 배터리팩을 사용해야 하고, 그 배터리팩 조차 최대 시간이 2시간밖에 되지 않습니다. 전원을 연결해두면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데 그건 전자기기니까 당연한 얘기고,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크기라며 자랑했지만 2시간, 조금 무거운 작업을 돌리면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로 예상되는 배터리 타임은 도저히 눈감아줄 수 없는 큰 단점으로 볼 수 있죠.


여기에 고글처럼 착용하는 모습은 기존의 VR기기들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는 것도 아쉽습니다. 우리는 엔리얼 에어처럼 안경 형태의, 한때 루머로 나돌았던 ‘애플 글래스’의 형태를 원했었는데 결국은 머리에 뒤집어 쓰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형태로 출시가 되었죠.


수많은 센서가 탑재되었고 MR 기반의 헤드셋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좋은 소재를 쓰더라도 눈 주위와 머리를 조이는 폼팩터 특성상 불편함은 당연히 동반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결정적으로 이번 키노트에서 무게를 공개하지 않은 것도 비전 프로의 이러한 형태는 역시 프로토 타입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죠.



비전 프로의 궁극적인 지향점


이런 아쉬운 점을 안고도 애플이 지금 시점에 비전 프로를 가지고 나온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내용도 아니고 어차피 저 가격에 살 사람도 얼마 안될 것 같으니 WWDC에서 보여준 애플의 기술력과 비전 프로의 소개 영상을 바탕으로 열심히 행복회로를 돌려보도록 하죠.


하드웨어 종착지는 결국 애플 글래스??

애플의 비전 라인업은 결국 고글 형태의 폼팩터를 벗어나 우리가 원하는 ‘애플 글래스’의 형태로 향할 것으로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예측의 근거는 비전 프로의 조작 방식에서 찾아볼 수 있죠.


비전 프로의 가장 큰 차별점은 기존의 VR이나 AR기기와 달리 컨트롤러를 없애고  12개의 카메라와 5개의 센서, 6개의 마이크를 통해 눈과 손가락으로 생산적인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작동 방식 자체가 컨트롤러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이 아닌 편의성과 연동성, 확장성을 필요로 하는 생산성의 영역으로 콘텐츠 지향점을 찾겠다는 애플의 각오가 엿보이는 부분이죠.


비전 프로 1세대가 헤드셋으로 출시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머리에 뒤집어 써야 한다는 부담을 최소화 시키는 쪽으로 발전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즉, 여러 입력 장치를 통합 또는 다른 웨어러블 기기로 분산시켜 마치 지금 우리가 양손으로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작하고 있는 것처럼, 그야 말로 ‘공간 컴퓨팅’에 어울리는 폼팩터가 나올 것이라는 거죠. 물론 이를 위해서는 고성능의 센서를 개발하거나 여러 센서가 탑재된 애플 악세사리를 개발할 필요가 있겠지만요.


Source : Apple


소프트웨어 종착지는 3차원 통합 애플OS??

앞에서 말한 하드웨어의 종착지와 맞물려 비전OS의 종착지는 3차원 통합 애플OS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 부분은 예측의 근거라고 할 것도 없이 이미 현재 공개된 비전OS가 이 점을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일이 없다면 그대로 직진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죠.


이러한 관점에서 볼때 애플이 추구하는 비전OS는 IOS와 IPad OS, 맥OS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아이폰에서 사용하고 있는 전화나 메신저 기능, 아이패드에 특화된 필기와 드로잉 기능, 맥OS에서 가능한 문서 작업 및 영상 편집 등의 생산성 기능들을 모두 하나의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죠.


이러한 지향점은 엔터테인먼트에 최적화된 메타 퀘스트와는 그 결이 다르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메타 퀘스트도 아예 생산성 작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만, 비전 OS가 지향하는 지점이 게임을 잘 하지 않는 사람들도 확장현실을 경험하고 일상의 편의성 증가에 있다면 이 방면의 후발 주자라고도 볼 수 있는 애플이 결국에는 이 시장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며,


앞에서 살펴본 이야기들은 그저 한 개인의 행복회로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혁신적인 기기임에도 일반 소비자들이 빠르게 경험해볼 수 없다는 점은 분명히 아쉬운 점이죠.


하지만 우리는 메타 퀘스트와 같은 VR기기들로 인해 이미 XR에 어느정도 익숙해졌고, 이번 WWDC에서 공개된 비전 프로를 통해 가능성을 엿보았습니다. 아직 비전 프로 1세대가 나왔을 뿐이고, 앞으로 애플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늘 항상 그래왔듯 애플이 이번에도 우리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해주길 기대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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