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존버 성공!(Feat. 삼성페이)
** 눈이 바쁘신 분들은 오디오북을 들어주세요 :)
2023년 3월 21일, 국내에 애플페이가 상륙한지 거의 3개월이 다 되어 갑니다. 수년 전부터 소문만 무성하다가 겨우 서비스를 개시했지만 삼성페이만큼의 파급력과 이용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는 전망이 나왔었죠.
그러나 지난 주말, 각종 언론사에서 새로운 소식이 나왔습니다. 빠르면 오는 9월부터 KB국민, 신한, 우리카드가 애플페이의 새로운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소식과 함께 애플페이를 통한 교통카드 결제 시스템의 필드 테스트를 마쳤다는 소식이었죠.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각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국내 도입에 상당히 발빠른 대처를 했다고 봅니다. 그래서 오늘은 애플페이의 현 위치와 앞으로의 전망을 우리나라의 대표 간편 결제 방식인 삼성페이와 연계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이미 삼성페이가 꽉 잡고 있습니다. 갤럭시 이용자들 중 일부는 삼성페이가 아니었으면 진작에 아이폰으로 넘어갔을 거라는 웃픈 이야기를 할 정도로 삼성페이의 파급력은 굉장합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삼성페이가 MST와 NFC 방식 모두를 사용하는 결제 방식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결제가 가능하여 이른바 ‘지갑 없는 삶’을 가져왔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애플페이는 국내 서비스 시행 자체도 오래 걸렸지만 시행을 한 지금도 삼성페이만큼의 파급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정된 결제처와 카드사, 교통카드 사용 불가 등의 이유로 삼성페이에 비해 범용성이 부족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애플페이를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교통카드를 별도로 가지고 다니고 매장에서 ‘애플페이 되나요?’ 하고 물었다가 안 된다고 하면 주섬주섬 실물 카드를 꺼내야 하는 일이 빈번합니다.
여신금융협회가 2022년 1년간 개인, 법인, 신용, 체크카드 이용실적을 집계한 결과 1위는 17.4%로 신한카드, 2위는 15.7%로 KB국민카드가 차지했습니다. 이에 현재 애플페이를 서비스 중인 현대카드는 12.4%로 집계가 되었지만 실제 애플페이 시행 이후 점유율은 더욱 상승했을 것으로 보고 있죠. 이 통계치에 따르면 우리나라 카드 이용자의 약 45%, 거의 절반에 가까운 이용자들이 지금 쓰고 있는 카드를 그대로 애플페이에 등록해서 사용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갤럭시워치에서는 NFC 기반으로 스마트폰과 연결이 되어 있지 않더라도 교통카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주머니나 가방에서 스마트폰을 꺼낼 수고도 들이지 않고 손목만 갖다대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죠. 만약 애플페이도 이와 같은 방식을 채택한다면 애플워치 사용자들도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대해 충전을 제외한 확인과 관리 등은 현재 티머니가 앱스토어를 통해 서비스하는 ‘티머니페이’ 앱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에 따라 현재 갤럭시워치처럼 후불 교통카드도 지원할지에 대해서도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죠. 아이폰이나 애플워치로 교통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물론 좋은 소식이지만 이러한 편의성까지 함께 갖출 수 있게 된다면 더욱 바랄 게 없겠습니다.
이런 속도로 애플페이가 더 많은 카드사와 제휴를 맺게 된다면 NFC 단말기 보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삼성페이 역시 NFC 방식의 결제가 가능하지만 국내 NFC 단말기 보급률이 10% 내외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삼성페이 결제는 MST 결제 방식에 의존하고 있죠.
MST 결제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NFC 방식에 비해 속도가 떨어지고 보안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애플페이가 다양한 카드사와 제휴를 맺어 그에 따라 NFC 단말기가 더 많이 보급되고, 동네의 작은 마트나 식당에서도 NFC 결제가 가능해진다면 애플페이 역시 지금의 삼성페이처럼 쓸 수 있는 날이 더욱 빨리 찾아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국내의 삼성페이는 MST 결제 방식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NFC 모듈만 탑재한 갤럭시워치에서는 현재 삼성페이 기능을 제공하고 있지 않습니다.
안타까운 얘기입니다만, 대부분의 결제를 NFC 방식으로 하고 있는 해외판 갤럭시워치에는 삼성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데 정작 삼성페이의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는 갤럭시 스마트폰으로만 삼성페이 이용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점은 애플페이가 언론의 보도대로 카드3사와 교통카드를 지원하게 될 경우 눈에 띄는 비교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얼마 전 갤럭시워치4와 5를 대상으로 원 UI 5.0 워치에서 삼성페이 결제가 확인되는 등 긍정적인 움직임은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 측에서 원 UI 5.0 워치의 글로벌 버전이 배포되는 과정에서 생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입장을 밝혀 확실한 전망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죠.
이외에도 갤럭시워치6에 NFC와 MST 모듈을 둘 다 탑재할 것인지, 기존 갤럭시워치4, 5 이용자를 위해 NFC 모듈만 탑재할 것인지, 만약 그렇게 된다면 갤럭시워치버전 삼성페이는 해외와 마찬가지로 NFC 방식만 지원하게 될지 등 여러 가지 불안 요소가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시장에서는 삼성페이의 긍정적인 변화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는 편이죠.
국내 시장만으로 보더라도 애플페이와 삼성페이의 대결은 결국 NFC 단말기 보급률 상승에 따른 간편결제 방식의 통합으로 수렴할 것이라고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즉, 결국에는 갤럭시폰과 갤럭시워치, 아이폰과 애플워치가 모두 NFC 방식으로 언제 어디서든 간편 결제가 가능한 세상이 올 것이라고 볼 수 있죠. 그 시점이 언제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애플과 삼성의 경쟁이 결국은 그런 세상을 만들 것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아이폰 사용자들이 오랫 동안 기다려온 만큼 애플페이가 더욱 빠르게 확산돼 삼성페이처럼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고, 갤럭시 사용자들이 아이폰처럼 빠른 결제와 보안성, 웨어러블 기기로의 확장성까지 체험하면서 보다 간편한 결제 방식을 활용할 수 있는 날이 꼭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