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65세 할머니의 몸부림친 여행기 24
< 그분의 손바닥 안에서 >
6/28 금요일 (Lourdes)
아침에 택시를 열시에 오라고 예약했기에 시간이 남아 우린 다시 성벽으로 올라갔다. 돌계단이 216개 라니 땀을 흘리며 올라가야 했다. 검은 성모상을 모신 성당에서 말씀의 전례가 진행되고 있었다. 많은 이들에게 치유의 은사를 베푼 성모님이시라니 사랑하는 사람들의 건강을 기원했다.
어제 본 택시 아저씨가 다시 우릴 데리러 왔다. 객지에서는 두 번만 봐도 왜 그리 반가운지. “또 만났네요?” 했더니 사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는 영어를 못해도 알아듣고 윙크를 해주었다. 귀엽다. 여기 사람들은 우리보다 표현이 자유로운 것 같다. 별일 아닌 일에도 나는 무엇 때문에 그리 엄숙하게 살아왔을까? 말도 별로 안하고 표정도 없이 살아온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우린 택시를 타고 기차역으로 갔는데, 좁은 옛길을 사이사이로 몰고 가는 택시가 신기하기만 했다. 기차를 타고 브리베 라 갈라흐드 라는 곳에서 갈아타기 위해 내렸다. 점심으로 알랑미 위에 상추 쪼가리 몇개와 토마토, 통조림 투나가 얹혀진 샐러드와 잠봉베르를 샀다. 쌀 위에 샐러드 소스라니, 고양이 밥도 아니고 이게 뭐란 말인가. 언니야가 소스대신 순창고추장을 뿌려 비벼 먹자한다. 우와~ 정말 맛이 확! 달라졌다. 먹지 못할 음식이 완전 달라져, 물을 술로 만드신 기적 같은 기쁨을 느끼며 맛 갈 난 점심을 즐겼다.
다시 똘루드 마따 비아우로 가는 기차를 1시에 탔다. 안내에 따라 D승강장에서 정시에 오는 기차를 탔고, 승무원이 오길 래 티켓을 보여주며 이게 맞냐고 물어보았다. 왜냐하면 우리 자리에 다른 사람이 버젓이 앉아 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는 사람을 깨우기도 뭣해서 마침 승무원이 오길래 전자 티켓을 보여주며 물어보았는데, 빨간 유니폼을 입은 어려보이는 승무원은 우리의 전자 티켓을 보더니 맞다며 아무데나 앉으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이상하다. 일등석인데 왜 아무데나 앉는 거지?’ 이상했지만 프랑스는 그런가? 승무원이 맞다는 데 뭐라 하겠는가? 우린 비어있는 좌석으로 가서 앉았다.
한 시간 여를 가니 다른 이들이 올라탔고, 그들은 우리에게 우리가 앉은 자리가 자기들 자리라는 거다. 우린 우리 자리에 앉은 사람들에게로 가서, 그제야 티켓을 보여주며 여기가 우리 자리라고 했다. 그들은 표를 보더니 우리가 기차를 잘못 탔단다. 이 기차는 파리로 가는 거라는 거다.
세상에 이런 일이! 나는 멍 때리고 있는데, 그 순간 언니야가 소리 쳤다. “빨리 내려!!” 언니야는 내 배낭까지 양손에 하나씩 큰 배낭 두개를 들고 냅다 뛰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정신이 든 나도 작은 배낭을 들고 따라 뛰어 내렸다.
내리자마자 기차는 떠났고 우린 역무원 사무실로 가서 사정을 얘기를 했다. 역무원은 제일 빠른 시간대의 티켓으로 바꾸어 주었지만 그 젊은 역무원은 왜 그랬는지, 자기도 모르겠단다. 허기사 우째 알겠는가. 기다란 종이 티켓 밑에는 기차를 잘못 탔다는 말이 불어로 씌여져 있단다. 이걸 보여주면 차비를 물지는 않는다고 한다. 차비도 차비지만 루르드 도착 시간이 오후 10시 17분. 너무 늦은 시간인데다 숙소가 수녀원이라 문을 안 열어 줄 수도 있단다. 우린 언니야의 딸인 해연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숙소에 전화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해연은 수도원에 전화와 이멜을 해주었고 우린 우여곡절 끝에 세 시간짜리 완행을 타고 루르드로 향했다. 그 와중에도 우리는 흔들리는 기차 칸에서 멜론과 복숭아를 꺼내 먹었다. 내려서 또 갈아타고 다시 세 시간 걸려 루르드 역에 도착한다.
도착하니 캄캄하고 작은 시골 역엔 우리 외에 아무도 없다. 이 시간에 버스는 물론 없고 택시도 없겠지, 걱정이다. 처음 걷는 거리인데 캄캄한 거리를 걸을 생각을 하니 앗찔하다.
‘주님, 택시 하나만 어떻게 안 될까요? 택시 한 대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기댈 때가 없으니 기도뿐이다. 그 때 언니야가 내 옆구리를 치며 말했다. “저거 택시 아냐?” 멀리 희미한 가로등 밑에 택시 한대가 천천히 들어오고 있었다. 우린 차도로 내려가 손을 흔들어댔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곳에서도 우리는 그분의 손바닥 안에서 안전하게 길을 갈 수 있었다. 택시는 우리를 태우고 성모님의 발현 성지인 루르드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