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웃던 GR65

만 65세 할머니의 몸부림친 여행기 25

by 꿈돌

< 믿음과 소망 >

6/29 토요일 (Lourdes)

루르드는 프랑스의 남서부, 피레네 산맥의 북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주민은 1만 4천 여 명이 살고 있지만, 일년 에 3백만 이상의 순례자들이 찾는 곳이란다. 이곳의 규모는 여의도 면적의 1/5 밖에 안된다고 한다. 우리는 이른 아침을 먹고 내리는 비를 맞으며 가브드포강 다리를 건너 루르드 광장으로 갔다. 엄청 넓은 광장엔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무염시태) 성당의 첨탑이 높이 솟아있었고, 그 앞엔 로사리오 성당이 금빛으로 휘황찬란했다. 스케일부터가 이제까지 본 성당들이랑 완전히 다르다. 엄청나게 커다란 성당이다. 우린 무염시태 대성당을 끼고 우측으로 돌아갔다.

그곳엔 베르나데뜨 성녀가 처음 성모님을 만나 샘물을 발견한 마사비엘 동굴이 있다. 그 작은 동굴 앞에 제대가 놓여져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미사가 드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1858년 2월부터 7월까지 14세의 소녀 베르나데트에게 성모마리아가 18번이나 나타나신 곳이다. 성모님은 그녀에게 ‘사람들에게 기도하고 회개하라고 전하라.’는 메세지를 주셨다. 무염시태 대성당은 바로 이 동굴의 20미터 위 암벽에 세워진 것이다. 비를 맞으며 동굴 성당의 제대에서 치러지는 미사를 감격스런 마음으로 올렸다. 동굴 안에는 처음 샘물이 솟았다는 곳에 유리를 씌워놓았지만 모두 지나가면서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한 평도 안 되는 동굴이지만 그 위에 높이선 대성당 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성모님은 이 물로 아픈 사람들을 치유하라고 하셨단다. 그 후 많은 사람들이 씻고 바르고 마시며 몸과 마음의 치유를 받았고, 지금도 치유받기 위해 많은 이들이 몰려오는 곳이다.


자리를 옮겨 침수예식을 하러 갔다. 두 세 시간씩 기다려야 된다는데 비가 와서인지 우린 삼십 분 정도 기다리다 바로 침수예식을 할 수 있었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먼저 들어가는데, 기다리면서 보니 휠체어를 타고 가는 사람도 많고, 소리를 지르는 사람, 토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픈 사람과 그들을 데리고 온 사람들의 간절함이 느껴져 가슴이 뭉클했다. 나도 누워계신 어머니를 10년 이상 간호를 해 보았기에 그들의 간절함이 남의 일 같지 않다. '내년 봄에도 이렇게 어머니 휠 체어를 밀며 산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던 남편의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뿐만 아니라 나이가 드니 주위에 아픈 사람도 많고 이미 하느님 곁으로 떠난 친구도 있다. 그들 모두를 떠올리며 기도했다.

우리 차례가 되어 우리는 부어주는 성수에 손을 씻고 얼굴을 씻고 그 물을 마셨다. 내게도 기적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멀쩡하게 일상을 살아간다고 해서 장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몸과 마음이 얼마나 꼬이고 눌리고 막혀있는가. 기적은 믿는 사람에게만 일어난다. 몸과 마음이 자유롭게 되기를, 나를 묶고 있는 사슬에서 풀려나기를 간절히 바라며 루르드의 성수에 손을 씻고 얼굴을 씻고 그 물을 마셨다.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일어 눈물이 났다.

우리는 무염시태 대성당도 가보고, 로사리오 성당도 가보았다. 경당만도 열다섯 개씩 있다고 한다. 수많은 고해소와 성당에서 미사하고 기도하는 사람들 그리고 침수예식 하러가는 수많은 휠체어의 끊임없는 행렬들...... 저녁 여덟시 반에는 촛불을 들고 묵주기도를 하며 광장을 도는 예식까지 수천 명의 사람들이 기도를 하고 있는 거다.

지금까지 걸으며 만나 본 돌로 된 작은 성당에서는 하느님과의 만남을 누렸다면, 루르드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염원, 군중들의 바램, 소망을 본 것 같다. 둘 이상 모인 곳에 내가 있다고 하신 말씀을 왜 하셨는지 조금 이해가 되었다고나 할까. 저 사람들의 염원은 무엇일까? 더러는 건강이겠고 더러는 치유이겠고, 각자의 소망이 다 다르겠지만 많은 사람이 모여 기도의 힘이 커지는 것은 진실인 것 같다. 대기 전체가 하늘로 향하는 사람들의 염원으로 꽉 차 있는 것 같다. 진정어린 소망자체가 이리 감동을 줄 줄이야.

밤 열시나 되어서야 묵주기도를 하며 광장을 도는 촛불 행렬은 끝났고, 숙소로 가던 길에 처음으로 한국 아줌마를 한사람 만났다. 까마귀도 고향 까마귀가 반갑다 더니 한 시간 정도 함께 얘기를 나누었다. 우리 또래인 그녀는 혼자 걷고 있었다. 뇌의 신경이 다치는 바람에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단다. 그럼에도 혼자 이 길을 나섰다니 그 용기와 대담함에 감탄을 금할 길이 없다. 그녀의 소망도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우린 숙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