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너의 순간들

너의 찰나

by 마이아사우라


아이의 반짝이는 순간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경험하는지-

카시트에 앉아서 태연하게 중생대 아울렛은 언제 가냐는 물음에 오빠랑 한참을 웃었다.

(아이는 공룡을 좋아하면서부터 (선캄브리아-고생대-중생대-신생대-현대) 시대 구분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당장 현대와 관련된 곳에 전화를 걸어 나와 내 아이가 좋은 광고 카피를 생각했어요.

들어보실래요?


**공룡들은 중생대에 살았다.

사람들은 현대에 산다. 현대 아파트에 살고, 현대차를 타고, 현대백화점에서 필요한 것을 사며 현대에서 소중한 현재를 살아간다. 지나간 과거보다 다가올 미래보다 당신의 지금 현재 그 순간을 함께한다. 현대**라고 하고 싶었다. 글로 써보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우리는 즐겁게 그곳에 도착했지만, 계획했던 바를 이루지 못하고 돌아왔다.

아이의 발에 160 사이즈는 작고 170 사이즈는 크고 심지어 브랜드마다 사이즈 차이가 난다.

발이 커지면 알아서 같이 커지는 신발이 나온다면... 하고 엉뚱한 생각을 해봤다. 그만큼 신발 하나 사기가 어려웠다. (지금은 조금 큰 신발을 꽉 조여 신고 있다.)





이렇게 반짝거리는 순간들보다 나에게 훨씬 자주 찾아오는 순간들이 있다.

바로 엄청난 떼 부림의 순간-

품성은 편안하고 고요한 상태에서는 발달할 수 없다고 한 헬렌 켈러의 말과 함께 나의 정신을 붙잡아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된 말로 나의 정신줄이 놓아질 것 같은 순간엔 프루스트를 떠올린다.

프루스트는 한 존재가 어떤 미지의 삶에 참여하고 있어서 사랑이 우리로 하여금 그 미지의 삶 속으로 뚫고 들어가게 해 줄 수 있다고 믿는 것, 바로 이것이 사랑이 생겨나기 위해 필요한 전부라고 소설을 통해 이야기했었다.


그의 말처럼 나는 아이의 미지의 삶을 뚫고 들어가 보려고 노력한다.

맞아. 저 단춧구멍 하나가 안 끼워지는 건 세상의 종말보다 더 슬픈 일이야.

맞아. 어제는 버리라고 한 종잇조각을 오늘 다시 마음이 바뀌었으니 가져다 놓으라며 쓰레기통을 뒤지려는 저 불굴의 의지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전쟁터에 나가는 아버지의 슬프고도 비범한 의지를 닮은 거야.

맞아. 추운 겨울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나가겠다는 상식을 뛰어넘는 생각을 하다니! 천재다!!



한바탕이 소란이 끝나고 나면 아이는 예외 없이 활짝 미소 짓는다.

나라를 아니 지구를 구한 영웅 같은 모습으로-

아, 이 신기하고 낯선 생명체가 나의 삶을 이렇게나 혼란스럽고 아름답게 만들어 주다니...


그 혼란스러움과 소란 속에서 나는 하루하루를 꼭꼭 숨은 행복을 찾는 여정이라고 생각하면서 지내고 있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정말 잘 찾아내고 있다. 숨어있는 장소가 늘 같기 때문이다.

나의 마음 한쪽 구석,

그리고 웃는 얼굴.


중생대에서 시작해서 행복을 찾는 여정으로 마무리되는 이 글이

케이크를 먹다가 갑자기 김치를 먹는 모습과 닮아 보인다.

드물겠지만 그런 사람이 있긴 있다.

그런 의미로 이런 글도 있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 드문 사람이 이 글에 편하게 마침표를 찍는다.


#테리지노가 사는 집 새벽에 마이아사우라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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