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이아사우라 Nov 10. 2020

5.귀요미를 소개합니다.

테리지노가 사는 집




사랑하는 일에는 책임도 함께 하는 것이라는 걸 42개월 아이에게 어렵지 않게 설명하느라 애를 먹었었다.

공룡과 동물을 너무나 사랑하는 아이는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에 관심이 많다

어느 날, 레오파드 게코라고 불리는 도마뱀을 만난 이후로 무척이나 우리의 가족으로 함께 하길 원했다.

동물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심지어 더 친근감이 떨어지는 파충류를  집에서 매일 마주하며, 마음도 한켠 내어주고, 하루를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안돼 절대 안 돼'를 수없이 되뇌었다.



곧 포기할 줄 알았던 아이는 '엄마 내가 먹이를 꼭 줄게. 하루도 빼놓지 않을게 그러면 내가 책임을 지는 거잖아'(아... 나도 책임이라는 단어가 먹이 주는 일이라고 생각되면 좋겠다.)라며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일에 열심을 내었다. 내 아이의 열심에 마음을 움직이지 않을 부모가 몇이나 될까?.. 지극히 평범한 우리 부부는 결국 마음을 움직여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2020.04.07 우리 가족은 레오파드 게코를 새로운 가족으로 맞이했다.

'이름은 뭘로 하면 좋을까? 멋있는 이름으로 지어주자.. 베네딕트? 티모시? 니콜라스? 어때, 아들?'

오빠는 옆에서 피식 웃는다..

'엄마 보면 볼수록 귀여우니까. 귀요미로 할래'

그렇게 흔하고도 누구나 들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름을 얻게 된 귀요미. 한동안 눈을 마주치기만 해도 몸에 소름이 돋는 듯한 느낌에 제대로 쳐다보기가 힘들었다. 지금은 눈이 마주치면 귀요미의 웃는 입모양을 바라보다가 자연스럽게 나도 따라  웃고 있다. 너무나 유명한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온 마음으로 이해하면서 말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새벽에 일어나 귀요미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면, 그 시간이 주는 고요함 때문인지 반려동물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것인지 살짝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된다.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도 반려동물을 향한 사랑이 지극했다고 한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난 후 여러 작품들이 성공을 거두면서 원하는 동물은 뭐든 키울 수 있게 된 디킨스는 수많은 동물들과 함께했고, 그중에서도 그립 더 노잉이라고 이름 붙인 까마귀에게 좀 더 각별한 마음을 내어주며 그의 작품 '바나비러지'에도 그립을 등장시켰다고 하니 그립을 애정 했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사실 디킨스처럼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매일 연락하는  나의 친구도 자신의 반려견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나 역시 귀요미를 키우면서 반려동물을 향한 인간의 마음을 어렴풋이 짐작해본다.

어쩌면 단순하고 명료한 사랑에 우리는 끌리는 것이 아닐까?

복잡하고 많은 생각이 곁들여진 사랑에 조금 지친 우리네들이  그저 마음껏 사랑해 주고 나의 사랑을 무조건적으로 흡수해 주는 그런 단순하고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명료함 말이다.

아이도 가끔 그런 시간이 필요한 듯싶다.

귀요미에게 책을 읽어줄 때면 틀린 글자를 고쳐주는 사람 없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하며 아이의 그 순간을 가로채는 사람 없이

아무 말이고 떠들어도 그저 듣고 있어 줄 존재로부터 오는 뭐랄까.. 정말 단순하고 담백한 시간 말이다.




먹이를 주던 아이가 나를 보더니 방긋 웃으며 말한다.

'엄마가 밀웜을 징그러워하지 않고 귀요미도 더 예뻐하고 오! 엄마 용감해졌네'

아이는 부모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더니, 내색하지 않았어도 아이는 알고 있었나 보다.

두려움에 대상이 소중해지는 존재로 변해가는 과정 안에서 잔잔하게 움직였을 나의 감정들을 말이다.


이제껏 살아왔던 방식과 이게 나라고 규명 지었던 것들에 대해 편안하게 틈을 허락하기로 마음먹어본다.

아니 아이의 말대로 용감해져 보려고 한다.

밀웜이 꿈틀거리는 순간을 가만히 바라보며 웃고 있을 내 모습을 파충류에게 사랑을 느낀다고 말하는 나를 나의 할머니는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수화기 너머 할머니의 목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네가 도마뱀을 키운다고? 벌레를 밥으로 준다고? 아이고, 세상에 자식이 무섭네. 믿기지가 않는다 않어.'


오늘은 무엇에 용기를 내어볼까?

엄마라는 이름으로-


#테리지노가 사는 집 새벽에 마이아사우라 엄마


매거진의 이전글 4. 그냥 너를 꼭 안아주고 싶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