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이아사우라 Dec 03. 2020

8. 테리지노의 영어이야기

테리지노가 사는 집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내는 엄마가 되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고, 이기적이였던 젊은 날의 제 모습이 아이의 엄마로 남고싶지 않아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엄마가 영어를 잘하나 봐요'

'토리는 엄마가 집에서 영어로 같이 대화해 주니까'

영어를 편안하게 사용하는 아이를 보면, 주변에서 건네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정말 영어를 못한다.

9년 전, 분명히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갔는데, '당신의 이메일을 좀 알려주세요'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영어가 두려웠고, 내겐 영어가 언어가 아니라 공부였고, 내가 영어로 말하는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없다.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난 영어 관련 학과도 아니고, 영어 관련 종사자를 꿈꾸지도 않았는데.. 젊은 날의 나를 늘, 항상 발목 잡은 건 영어였다. 그래서 내겐 두렵기까지 했다. 그 영어가.....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다짐했다. 영어공부를 제대로 해보겠다고.... 오자마자 당장 학원에 등록하고, 새 노트도 사고, 프렌즈 미드도 다운로드했다. 결과는? 학원엔 가지 못한 날이 많았고, 새 노트는 중고로 치면 상의 수준을 유지하고 미드 프렌즈는 레이첼의 예쁘장한 얼굴만이 남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가 오랜 기다림(내겐, 그 기다림이 좀 길었다) 결혼 4년이 넘어가며 아이가 찾아왔다.서점에 가서 태교 책을 뒤적이다가 엄마표 영어책들이 즐비한 것을 발견했다.

그때까진 이름도 생소했다. 엄마표? .... 하지만 '영어' 이 한 단어는 나의 모든 세포들을 반응하게 했다시중에 나와있는 관련 책을 많이 읽었다. 읽다 보니 엄마표 영어책이 아니라 언어를 받아들이는 인간의 뇌에 구조에 대해 알아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언어의 관련한 책들을 무척이나 열심히 읽었다.

내 아이에게는 나와는 완전히 반대로 영어는 즐거운 것, 영어는 공부가 아닌 언어, 영어로 말하는 아이가 자연스러운 모습이길 바랐다.


그리고 한 가지 큰 확신이 들었다.

엄마인 내가 영어를 두려워하고, 공부로 생각하고, 말하기를 어려워하면서는

아이에게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흘려듣기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12개월까지는 에릭 칼의  Brown bear Brown bear what do you see 과 Whose baby am I 이 책 두 권만을 매일 읽어주었다. (1년간 두 책만 들었던 아이는 말이 트이면서 바로 입에서 저 두 책을 읽어(외워) 냈다) 본격적인 소리 노출은 14개월부터 시작했다. 이때부터 책을 다양하게 구입하기 시작했다. 기준은 내가 읽어주고 싶은 책 -읽어준  책은 무조건 식사시간 아침, 점심, 저녁에 흘려듣기를 했다. (이때 유튜브 프리미엄에 가입해서 쓰지 않는 휴대폰을  블루투스 스피커에 연결해서 음원이나 리딩을 귀로 들었다)  영상 노출은 많이 하지 않았고  페파피그 한편 (5분 내외)을 일주일에 2-3개 정도 보면  보았던 에피소드를 의식적으로 자주 들을 수 있도록 흘려듣기 시간에 자주 틀어주었다. 아마도 한 에피소드의 반복은 엄청났을테다.나도 페파피그 쇼핑 에피소드를 귀로만 듣고 기억할 정도니까 말이다. 50개월인 지금까지 흘려듣기는 이어지고 있다. 현재는 아이의 영어가 유창해지면서 다양하게 듣고 싶은 것 위주로 흘려듣고 있다. 




집중 듣기

보통 읽어 준 동화책의 CD를 이용했다. 아이의 기분이 가장 좋을 때 주로 들었다.  집중 듣기 역시 반복을 많이 했다 의식적으로 하지 않고 집중 듣기는 시간이 날 때나 아이에게 같이 들어볼래? 하고 제안해서 OK 하는 날에만 했다. 

50개월인 현재는 하루에 30분 정도 스스로 집중 듣기를 한다. 따로 시간을 정해주거나 의식을 만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아이가 누워있거나 멍하고 있을때 살짝 CD를 틀어준다. 재미있어한다. 책을 좋아하니 자연스럽게 그 책을 귀로 듣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손으로 집어주거나 책장을 넘겨주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잘 들을 수 있는 환경만을 마련해 준다. 



영어 동화책

엄마표 영어에 나와있는 추천도서와 레벨은 참고만 했다. 아이에게 무슨 책을 사줘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아끼고 싶었고 아무리 좋은 책이어도 일단 읽어주는 내가 손이 가질 않으면 책장에서 잘 꺼내지지가 않았다. 아이는 14개월 이후 책을 다양하게 읽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리더스 북도 읽었고 글 밥이 많은 책도 껴서 읽어주었다. 50개월인 지금은 한글책이든 영어책이든 그림이 없는 긴 호흡의 리더스북 (보통 다들 무슨 지수로 표현하시던데... 난 잘 몰라서 정확히 쓸 수가 없다 ) 과 문고판 책도 읽어주면 재미있게 듣고 있다. 의도적으로 아이가 어릴 때부터 긴 글 밥에 책과 짧은 글 밥의 책을 섞어가며 읽어주었다. 물론 그림책의 비율이 훨씬 많았지만 그 덕분에 아이는 그림이 없는 책을 멀리하지 않는다. 아이가 책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확인해본 적은 없다. 일일이 단어 설명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읽어주는 나는 읽기 레벨이라는 게 꼭 필요할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영상을 멀리함으로 귀의 예민함과 청각이 주는 기쁨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한국동화책을 항상 더 많이 읽어주었다.  인간의 비판적사고는 한가지 언어에서 이루어진다고 들었다. )



파닉스

파닉스는 가르쳐본 적이 없고 알파블럭스를 양치질하는 시간에 보여준 시기가 있었다. (뜨문뜨문 음가부분만)알파블럭스로 뗐다 (영상의놀라움) 아마 영상을 쭉 보여줬다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도 있었겠지만... 음가를 아는 눈치길래 멈추었다. 언제나 영상을 멀리하자 주의다. 강한 자극은 몰입을 방해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쉬운 책은 혼자 읽는다. 





사실 나의 엄마표 영어는 정말 심플하다. 꾸준함, 반복- 책, 흘려듣기 이게 전부다.

그리고 하나 더 책과 듣기가 재미없지 않도록 자극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미디어나 화려한 장난감 등...


아직 아이를 50개월밖에 키워보지 못했지만 키우면서 드는 생각은 하나다.

학습을 하는 일보다 중요한 건 아이가 몰입하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다. 그 몰입의 경험을 하기 위해서 내 생각에 제일 중요한 일은 아이는 심심해야 하고, 심심할 시간이 많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처음엔  내 아이가 좀 영민해서 영어나 다른 방면에서  특출함을 보이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환경적인 영향이 크고, 몰입을 경험한 순간은 다른 순간에도 이어진다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 나는 아이에게 학교에서 보는 영어시험 점수에는 연연해하지 않을 생각이다.

내가 바로 영어시험은 잘 보고 영어는 못한 사람의 표본이기 때문에 의미 없는 일이라는 걸 안다. 

 'Mommy i can't reach there'이라고 이야기하는 아이는 따로 영어 단어를 학습하지 않아도 어디선가(책이거나 흘려듣기이거나) reach라는 단어를 익혔고 사용한다.


아이가 제대로 학습을 할 수 있는 나이에 들어설 때까지 Wrting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사실 내가 영어를 못해서 써도 못 고쳐준다. 지금 아이가 유창하게 말할 때도 문법적 오류가 분명히 존재할 텐데 고쳐줄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영어로 말한다. 늘 쓰는 문장만 쓰지만 자신 있게 말한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니까 -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엄마의 경우다.)

어려서는 다양한 책은 한글로 접하고 영어책은 좋아하는 책 위주로 반복해 들으며 영어가 들린다는 느낌을 심어주고 익숙해지면서 점점 다양하게 늘려나가는 것을 추천한다. 모국어가 단단해질수록 뒤따르는 언어(영어)가 함께 단단해지는 걸 계속해서 경험 중이다. 미디어나 영상물을 지속적으로 꾸준히 노출하기보다는 처음 시작할 때 (흘려듣기 이해를 위해) 조금 도움을 받고, 흘려듣기와 집중 듣기에  꾸준하게 시간을 들이기를 추천한다. 


교육적인 관심을 갖는 것은 부모로서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교육적인 욕심을 갖는 것은 한 인격에 대한 월권이라고 생각한다.


#테리지노가 사는 집 새벽에 마이아사우라 엄마                                                




매거진의 이전글 7. 거리두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