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지노가 사는 집
벗 하나 있었으면
-도종환-
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 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 그리메처럼 어두워올 때
내 그림자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는데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 속에서도 다시 먼 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아이는 친구를 만나는 날이면 신이 난다. 얼굴에 다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입으로 뱉어낸다.
'엄마 너무 행복해' 너무 좋아서 마음에 담아두기 힘들어하는 아이 모습에 웃음이 난다.
아이에게 좋은 것을 보면 떠올릴 수 있는 친구가 있음에 감사하고,
울고 불며 다투다가도 서로 얼싸안고 금방 헤헤거릴 수 있는 친구가 있어 다행이다.
좋은 사람이 되는 일이 상대적이며 내 맘 같지 않다는 현실에 피곤함이 물밀듯이 밀려왔던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포기했었다. 좋은 의도와 마음을 품었음에도 빈정거림과 비난이 되어 돌아와 내게 묘한 외로움과 어설픈 분노를 맛 보여 주는 게 싫었다. 그래서 좋은 사람 말고 그저 적당한 사람 기브 앤 테이크에 능한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으며 살았었다. 그렇게 살다가 엄마가 되었고,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면서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늘 생각하게 되었다. 그 생각은 내가 포기했던 '좋은 사람' 이 되기를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정말이지 여전히 애매하고 모호하다. '좋은 사람' - 그런데 명확해진 하나가 있다.
내가 좋은 것 말고 네가 좋은 것을 생각하는 것이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출발이라는 것을 -
아무리 좋은 사람 곁에 있어도 고독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옳게 고독할 수 있어서 고립된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아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고독 (孤獨)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
고립 (孤立) 다른 사람과 어울리어 사귀지 아니하거나 도움을 받지 못하여 외톨이로 됨
#테리지노가 사는 집 새벽에 마이아사우라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