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잘나
'엄마 나 이 그림을 사고 싶은데 혹시 사줄 수 있어?'
'무슨 그림인데?'
'이거 십장생도 그림! 내가 좋아하는 두루미랑 사슴이 많이 있네'
'아... 토리야 이건 고궁 박물관에 전시된 그림이야. 우리가 살 수는 없어'
'박물관에 있는 거면 빌려올 수도 없겠네? 아... 도서관에 있었다면 빌려올 수 있었을 텐데..
엄마 나 마음이 좀 속상하네. 이럴 때는 풍선을 빵빵 차야 돼 몸을 움직여서 기분이 좋아지게 할 거야!'
다섯 살 아이다운 발상에 한참을 웃었다. 아이 덕분에 십장생도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는 기회도 되었고 말이다. 아이는 다섯 살 아이답게 작은 일에도 세상을 다 가진 양 행복해하고, 사소한 일에도 지구가 멸망했다는 듯이 슬퍼하거나 화를 낸다. 이 작은 생명체가 내뿜는 거대한 감정의 폭발에 나도 덩달아 폭발하던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느 날 책에서 뇌 부분이 발달하는 과정 중에 있는 아이들은 극심하게 화를 내며 화와 분노를 조절하는 뇌기능이 아직 미성숙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아이는 아직까지 화가 나면 멈출 수 없는 구조의 뇌를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아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이후 나는 아이가 화를 내는 행동 자체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화를 흘려보내는 차후 행동에 더욱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차분하게 앉아서 심호흡을 하거나 일어나서 몸을 움직이며 맨손체조라도 해보자고 아이를 달랬고, 놀랍게도 아이는 몸을 움직이면서 감정이 좀 차분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제일 효과가 좋은 건 달리는 것이다. 차분해진 난 뒤에 나누는 이야기는 아이도 나도 훨씬 더 이성적인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화난 그 순간 서로 대화를 시작하면 서로의 폭격기가 된다. 다행인 점은 아이가 자라랄수록(뇌 역시 같이 발달할수록) 이유 없이 화를 내는 일이 굉장히 줄어들고 있다.
운동이라고는 숨 쉬는 일만을 간신히 유지하던 내가 운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엄마가 되고 나서다. 많은 책을 읽었고 운동이 우리를 건강하게 해 줌과 동시에 뇌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뇌 발달이 한창인 나이의 아이를 기르는 엄마로서 그저 지나칠 수 없는 학계의 보고가 아닐 수 없다. 많은 책을 읽었고 읽고 있다. 요즘 읽고 있는 운동화 신은 뇌라는 책의 앞부분만 소개해 보자면,
네이퍼빌 센트럴 고등학교는 0교시에 체육수업을 한다. 이 체육수업은 우리가 받아온 운동 경기를 하는 법이 아니라 건강을 관리하는 법을 가르치는데 핵심을 둔다. 그리고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네이퍼빌에서 가르치는 것은 체육이라기보다는 생활방식이라고 해야 마땅하다. 0교시의 체육수업을 받은 아이들은 '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고 땀에 젖어서 몸에서 냄새가 나기는 하지만, 운동을 하고 나면 하루 종일 정신이 맑거든요. 작년만 해도 전 항상 신경질적이고 성미도 까다로웠어요'라고 말한다.
놀라운 점은 기분을 차분하게 만들어줌과 동시에 네이퍼빌 아이들의 성적이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뇌를 깨어 있는 상태 즉 뇌세포를 만들어 교실로 들여보내면 그 속에 내용물을 채워 넣는 일이 훨씬 더 활발해진다는 것이다.
아이와 숲에 다니는 일과는 별개로 아침에 내복을 입은 채로 아파트 놀이터로 나가 달리거나 축구를 한다.
확실히 도움이 된다. 달라짐을 느낄 수 있다. 아이도 나도- 아침에 달리고 온 날의 하루는 아이도 나도 인자해진다. 해보니 참 좋은 이 일을 아이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많은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 좋은 건 함께하고 싶은 마음으로 늘 글을 쓴다. 따뜻한 봄이 오면 이른 아침에 내복 바람의 아이들을 많이 마주치고 싶은 바람으로 이 글을 마친다.
#테리지노가 사는 집 새벽에 마이아사우라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