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스트로메리아
여기는 캐나다. 어쩌다 보니 뜨거운 여름의 한국을 벗어나 조금은 덜 뜨거운 이곳에 앉아있다. 창문밖으로 펼쳐지는 녹색 잎들의 향연들이 저절로 다시 글을 쓰고 싶어 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한동안 아니 최근 일년동안 제대로 글을 쓸 수가 없었다. 많은 일이 있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고, 그렇지 않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인생이란 언제나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니 말이다.
이런저런 말들을 접어두고 나는 캐나다에서 다시 매일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실은 다른 많은 것들도 결심했다. 그 결심은 나라는 사람의 물성을 바꿔 놓을 수 있을까? 나는 그러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이곳에 왔다.
익숙했던 것들과 잠시 멀어지는 30일이라는 시간 뒤에 나는 다시 그 익숙한 것들을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지금 이 순간 너무나도 간절히 원한다.
아이와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가 한적한 동네를 거닐면서 스타벅스에서 책을 읽을 요량이었는데 이곳은 5시면 스타벅스도 문을 닫는다.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 여기서 또 깨닫는다. 어째서 나는 스타벅스는 늦은 밤까지 당연히 열러 있어 나에게 따뜻한 밀크티를 제공해 준다고 생각했을까?
내 곁에서 한 손으로는 나의 손을 다른 한 손으로는 책을 잡고 걷는 아이와의 이 순간도 당연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되자 아이의 손을 힘주어 꽉 잡게 된다.
마트에 들러 알스트로메리아 꽃을 사서 들어와 한달 간 우리의 집이 되어주는 211-3호 거실에 꽂아 두었다. 역시 보기 좋다. 한국에서도 늘 집에 꽃을 꽂아두던 나이지만 같은 행동을 다른 마음으로 하고 있음을 나는 안다.
알스트로메리아의 꽃말은 우정과 헌신이라고 한다. 한동안 꽃을 바라보며 이 식탁에서 우리의 우정이 꽃피워 지길 그리고 내가 헌신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한 방향을 알고 나아가기를 주문을 외우듯이 중얼거려본다.
지금, 캐나다 드라이 소다 크렌베리를 홀짝이며 훌쩍이던 나의 지난날들을 흘려 보내는 캐나다에서의 이 밤을 잊지 말자고. 잊지말자고. 잊지 말자고. 나에게 수없이 되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