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와 전두환과 노태우와 김영삼과 김대중과 노무현과 이명박, 그리고 문재인의 자식 이름을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우리 대부분은 잘 안다. 그리고 그들이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도 잘 안다.
전부 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부모의 혜택을 직간접적으로 받아 호의호식을 누리고 산다. 조금 거칠게 표현하자면 아버지의 명성에 기대어 사는 삶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이는 한국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중국 공산당은 말할 것도 없고 현대 일본 역시 놀랍게도 봉건제처럼 지역구 세습 정치로 대물림한다. 어쩌면 동양적 특질일지도 모를 일이다.
후쿠자와 유키치가 처음 미국에 가서 놀란 점은 미국인들이 건국 영웅 조지 워싱턴이나 토마스 제퍼슨의 후손들이 뭘 하는지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후쿠자와 유키치파다. 조상 혹은 부모의 재력과 명성으로 무얼 하는 것이 정서에는 맞지 않는다.
백범 김구의 후손이라는 어느 정치인이 정계에 있는 것은 조상의 명성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힘들지 않았을까? 나 같으면 오히려 조상의 명성이 꼬리표처럼 달린 것이 꽤나 불편해서 애써 숨겼을 것 같은데 사람마다 느끼는 심상이 다른 것 같다.
고교 시절, 이름만 대면 알 법한 재벌들과 유력 정치인, 언론인들의 자식들이 많이 다녔었는데 어느날은 내 앞에서 아버지를 ‘존나’ 자랑하는 어떤 녀석에게 들으란 듯이 조롱했던 적이 있었다.
"우리 가문은 나부터 시작하지만 니 가문은 너를 마지막으로 끝난다."고.
고대 그리스의 자수성가한 장군 이피크라테스의 말을 따라한 것이다. 다만 결론적으로 나는 가정을 아직까지 못 이뤘으니 지금 생각하면 괜시리 중2병 같아 종종 이불킥을 하곤 한다. 그가 그때 그 말을 기억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