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밭을 지나다가 여러 밀들의 줄기들이 꺾여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꺾인 것인지, 사람의 손길이 꺾어버린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고개를 돌려 바람을 맞다가 다시 밀밭을 바라보았습니다.
참새 몇 마리가 밀밭에 내려앉아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무엇인가를 먹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참새 한 마리가 날아올라 밀 줄기 하나를 붙들었습니다. 기우뚱하며 밀 줄기가 꺾였습니다.
그렇게 밀알은 참새의 식사가 되었습니다. 어느새 산비둘기 한마리가 참새의 식사에 참여했습니다. 자세히보니 산비둘기는 몸집이 너무 커서 밀에 내려앉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산비둘기가 벌새처럼 날개를 분주히 움직이며 정지비행을 하지도 못할테니, 산비둘기에게 참새는 꼭 필요한 친구처럼 보였습니다. 잔인하지만 배불리 먹어 몸집이 커진 산비둘기는 매에게는 참새보다 탐나는 먹이일 것입니다. 나에게 산비둘기보다 참새로 살고 싶단 생각이 스쳐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