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은 그 명성과 업적에 비해서 구체적인 실체로서 우리에게는 아직은 조금 낯선 인물 중에 한 분이다. 조선 후기, 조선조 중흥의 기치 아래에서 태평보국의 가치를 실현해 가던 젊은 군주 정조의 오른팔로, 혹은 수원 화성의 건축에 있어 중임을 감당한 과학자로서, 새로운 가치관을 수용에 적극적이었다가 옥고와 귀양살이를 했던 앞선 지식인으로서, 한 인물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묘사하기가 벅찰 정도로 다양한 모습을 지닌 인물이다. 그러한 그의 학문하는 태도나 삶에 대한 자세에 대해서는 그리 많이 알려진 바가 없는 것 같다. 단지 개천에서 용이 난 격으로 시대를 잘못 타고난 비운의 천재라는 이름이 잘 어울릴 듯한 인물인 것이다.
이러한 나에게, 우연히 알게 된 "다산 선생 지식경영법"이라는 책은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 커다란 자극을 선사해 주었다. 200년 전 이 땅을 살아갔던 그의 삶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한 저자의 수고 덕에 나는 방대한 저서 속에 숨겨져 있던 다산의 모습을 조금씩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진리라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나 살아 숨 쉬는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게 되었다. 50개의 항목으로 정리된 다산의 삶에 대한 태도는 나에게 큰 도전이었다. 각각의 양식에는 그의 삶이 녹아져 있을 뿐 아니라 다산 이전에 살아왔던 선현들의 가르침도 곳곳에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도 그리고 모든 이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진리가 이 책 안에 숨겨져 있음을 깨닫는 것은 책을 얼마간 읽지 않고서도 깨달을 수 있는 것임을 누구나 알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의 발전과 성과를 위해서 부단한 노력들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러한 것을 이뤄내는 것은 성현의 경구도 위대한 깨달음도 아닌 삶에서의 실천임을 다산을 통해서 깨달을 수 있었다. 아무리 위대한 이론도 단지 먹물 상태에서는 먹물로서의 가치밖에 지닐 수 없다. 그러나 먹물이 땀이 되고 눈물이 되는 과정을 겪게 되면, 그것은 한 인간의 혈류를 타고 흐르는 자신의 피가 되는 것이다. 다산은 작은 일 하나라도 간과하지 않고 삶 속에서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 같다. 실현하려는 노력이 결국 현실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그는 너무나 빠르게 깨달았던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책을 읽는 속도에 비해서 그의 가르침을 체득하고 숙지하는데 걸리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하루에 3개 정도씩의 가르침을 읽고 생각하며 책을 읽는 선택을 하였다. 귀한 가르침은 한 번의 독서에 이룰 수 없다는 것. 이것 또한 다산의 가르침을 통해서 얻게 된 중요한 깨달음이자 이 책을 내 서가에 고이 잘 모셔 항상 발치에 두게 되는 선택을 하게 되는데 중요한 영향을 주었음을 밝히는 바이다.
14년 전 여름. 그러니까 2008년 여름에 썼던 글을 우연히 다시 발견하여 퇴고없이 날 것 그대로 발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