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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 순례자 Oct 19. 2022

푸른 고백

조각구름도 사라진 푸른 하늘이
세상을 덮고 또 덮는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이내 고개가 푹 내려앉고
어둔 그림자 속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바스락 바스락
점점 희미해지고
욕심의 무게가
땅을 덮은 낙엽을
먼지처럼 부순다

남은 것은 흩뿌려진 형형색색의 조각
겨우 얼굴을 보여준 하나하나가
다시 사라지고 말았다
새벽 서리에 젖은 잎은
조금씩 그림자 속으로 걸어간다

낙엽 하나 잡히지 않는다
붉어지는 얼굴을
가릴 수 있는 무엇 하나
없다
빈 손이다

마침 불어오는 바람이
작은 잎 하나라도
모은 두 손 위에 내려놓고
또 지나가기를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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