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섯 번 봄이 왔어도
밤은 끝나지 않았고
일장기 덮인 봄은
밤보다 어둡고
시리게 차가웠겠지
눈꽃 녹아 흐르는 줄기마다
님 향한 붉은 피로 물들고
구슬픈 눈물
봄마다 피어나는
꽃잎을 피워냈겠지
그러곤 다시 봄을 기다렸겠지
그렇게 우린 봄을 맞이했겠지
일흔아홉 번 봄이 지나도
밤은 무시로 찾아와
태극기 찾은 봄을
범보다 무섭게
할퀴고 물어뜯었지
봄꽃 지고 떨어진 자리마다
젊은 넋 숨져가고
한 맺힌 절규
마침내 민주주의
열매를 빚어냈었지
그러다 다시 밤이 두려워졌네
그렇게 우린 봄을 마주하네
다시 오는 봄은
밤이 아니길 범도 아니길
그저 봄이길
그렇게 봄을 기다려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