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Have You Been?
첫 번째 이야기 '서문: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다'에서 나눴듯이, 나는 항상 떠나는 쪽이었다. 나의 친구들과 지인들, 그리고 가족까지도 내가 항상 어디에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에 SNS 프로필에 '지금은: 현재 여행하고 있는 여행지' 이렇게 알려주고는 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곧 있으면 나의 프로필을 업데이트를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곧 떠나기 때문이다!
세계지도를 꺼내본다. 흐음, 지금까지 가본 나라들이 오렌지 색으로 채워져 있다. 나는 지금까지 34개국을 여행했다. 아니, 어쩌면 '살아봤다'라는 표현이 더 맘에 든다. 내가 가본 곳들은 오스트리아, 사이프러스, 덴마크, 영국, 프랑스, 독일, 그리스, 헝가리, 몰타, 스코틀랜드, 스웨덴, 터키, 아제르바이잔, 캄보디아, 중국, 이란, 이스라엘, 요르단, 말레이시아, 몽골, 파키스탄, 팔레스타인, 필리핀, 싱가포르, 한국, 태국, 아랍에미리트, 우즈베키스탄, 멕시코, 미국, 호주, 인도네시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뉴질랜드. 나라 이름들만 적었는데도 벌써 한 문단이 완성됐다.
솔직하게 고백하는데, 나는 많은 나라들을 돌아다녔어도 '여행'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다. 내가 얼마나 여행을 좋아하는 아이인지 나는 미처 몰랐다. 남들이 여행을 좋아하는 만큼 정도로 '적당히' 좋아한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나는 분면, 여행에 미쳐있던 거였다. 내가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는 어디에서 태어났냐는 질문. 하지만 나는 여기 한국, 서울 대치동에서 태어난 평범한 아이였다. 내가 태어난 지 딱 10개월이 되었을 때, 엄마와 아빠는 이혼을 하셨고 나는 2살이 되자마자 호주로 엄마랑 함께 떠났다.
그때부터 나는 지금까지 엄마랑 쭉 함께했었다. 나의 여행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우리 엄마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우리 엄마는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여자다. 나는 엄마를 닮았다. 엄마는 내 나이쯤부터 여행을 많이 했다. 우리 집에 전시되어 있는 사진들은 모두 엄마의 여행 사진들이다. 엄마는 여성으로서 독립된 삶을 살고 있다. 우리 엄마는 아직도 자신의 꿈을 위해 살고 있고, 그것이 나의 꿈을 이뤄갈 때 영감이 되어준다. 엄마는 삶을 혼자서 살아갈 줄 아는 여자고, 나를 키우면서도 본인의 꿈을 버린 적이 없다. 항상 새로운 곳을 가고,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항상 배우고 혼자 해내려고 노력했던 엄마의 삶을 22살이 된 지금에서야 나는 조금씩 이해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내가 이렇게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니면서 살 수 있었던 것을 나눠주면, 제일 먼저 왜 나의 아빠 이야기를 물어보는지 모르겠다. 막연히 이런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아빠라고 생각을 하는 사람들. 아빠의 직업을 먼저 물어보는 사람들, 아빠가 되게 대단하신 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난 말한다. 아빠 덕분이 아니라 엄마 덕분이라고. 왜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일을 하고, 여러 언어들을 배우고, 아이를 키우고, 특별한 교육철학이 있는 사람을 생각할 때 아빠를 먼저 물어보는 것이 나는 이상하다. 이 삶은 아빠도, 그리고 엄마도 모두 살아갈 수 있는 삶인데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이곳저곳 돌아다니느라 '여행'은 그냥 삶의 한 부분이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배낭여행, 봉사여행, 가족여행, 우정여행, 교환학생 여행, 그리고 혼자 즉흥적으로 훌쩍! 떠나는 나 홀로 여행까지. 이렇게 다양한 '여행'들이 쌓이면서 그제야 내가 얼마나 여행을 좋아하는지를 알게 됐다.
어떻게 이렇게 많이 여행을 다닐 수 있었는지 사람들은 물어본다. 글쎄다, 그건 남다른 자신만의 특별한 양육관을 가진 엄마 덕분에, 봉사를 좋아하는 나의 가치관 덕분에, 친구들이 전 세계에 흩어져 있어서 친구를 보러 가는 것 자체가 여행이 되어주고, 채식주의자이고, 배낭여행을 좋아하고, 그리고 카우치서핑과 에어비앤비를 좋아하고, 친구 집 찬스가 있어서 숙박비가 크게 들지 않는 것 정도가 있다. 아니면, 내가 남들과 여행경비를 조금 다르게 쓰나. 쇼핑을 잘 안 하는 것도!
여행을 떠나기 전, 나는 단 한 번도 돈 때문에 여행을 못 갈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나에게는 한강에 가서 피크닉을 하는 것도, 동네 한 바퀴 마실을 나가는 것도, 버스를 타고 부산을 가는 것도 다 여행이기 때문이다. 금수저는 확실히 아닌데, 마음은 금으로 꽉 찬 엄마 밑에서 자랐다. 엄마는 22살인 내가 좋은가 보다. 그래서 나의 젊음에 투자를 하는 건가! 엄마는 내가 아르바이트할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대외활동과 여행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방학 아닌 학기 중에 통학 생활을 해도, 알바보다 다른 것을 먼저 해도 된다고 해주는 엄마가 있어서 나는 '지금도 여행 중'이다.
22살인 지금까지 한국, 호주, 아제르바이잔, 미국, 이스라엘, 그리고 스웨덴에서 살았다. 나에게 있어서 가장 외로운 것은 나처럼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나의 삶을 이해하거나 공감해줄 수 있는 대중이 없다는 것. 누군가의 부러움의 대상만 되고 누군가와 나의 고민을 쉽게 털어놓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스스로 나에게' 힘이 되어주는 상대가 되기로 했다. 나는 혼자서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다. 지금은 다시 한국에서 혼자 살면서 한국 여행 중이다.
다음에는 나의 여행 사진들을 꺼내야지.
지금은: 여행 중
앞으로 매주 토요일, 저의 여행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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