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사람의 첫 번째 필름 현상
날짜: 2025년 6월 1일 일요일 오후 5시 11분
시간: 19분 11초
장소: 첫 번째 필름 현상 후, 을지로 대림상가의 리오네커피 가는 길에 나눈 대화
글 쓰는 사람: 나는 민들레 홀씨 2개가 서로 겹쳐져 있는 모습을 보고, 이 부분에 포커스를 주고 싶었는데 그 뒤가 포커스가 됐네...?
사진 찍는 사람: 그럼 좀 더 멀리서 찍어야 돼. 최소 초점 거리 때문이야. 보통 60- 80CM 정도야.
*여기서 잠깐!
최소 초점 거리 (Minimum Focusing Distance): 카메라 렌즈가 초점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거리라고 한다. 내가 민들레 홀씨들에게 너무 가까이 가서 초점이 안 맞았나 보다..! (가뜩이나 거리 감각 없는데 큰일 났다...) 이건 카메라 렌즈마다 최소 초점 거리가 달라서 그렇고, 이래서 사진 찍는 사람들이 다양한 렌즈들을 가지고 있는 건가 싶었다.
글 쓰는 사람: 이건 할아버지가 잘 안 보이네. 같이 있는 나무 때문에...
사진 찍는 사람: 이건 뒷부분이 밝아서 그래. 이때는 더 밝게 찍어야 돼. EV 플러스를 이럴 때 쓰는 거야. 이제 알았으니까 다음에는 그렇게 찍으면 돼. 특히 역광일 때!
*여기서 잠깐!
EV (Exposure Value/노출 보정): 밝기를 조정하는 기능. 단, EV+는 밝게 해주는 모드. 똑딱이 필름 카메라의 노출 보정은 밝게만 가능하고, 반대로 어둡게 하는 노출 조정은 거의 없다고 한다. 노출 보정을 하는 이유는 측광 (빛을 측정하는 것)의 허점 때문인데, 카메라가 측광을 할 때 사진이 정 노출로 보이게끔 측광을 한다 (*여기서부터 조금씩 어려워지고...)
측광에는 반사식 측광과 입사식 측광이 있는데 (*여기서부터 머리가 아파오고...) 카메라는 구조상 반사식 측광을 사용해서 역광에서 사진 찍는 사람이 담으려고 하는 피사체가 어둡게 찍힐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밝게 촬영을 해서 사진 결과물에 피사체가 보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이 부분에서는 네거티브 필름의 특성상 하이라이트, 명부의 압축이 일어나서 밝게 찍는 것에 유리하기 때문에 (이걸 관용도가 좋다고 표현한다) 역광에서 밝게 촬영해도 결과물이 잘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혼자 홍제천을 걷다가 발견한 뽕나무의 오디. 옆에 있던 할아버지랑 사이좋게 따 먹었다. 할아버지가 내가 따 먹기 쉽게 가지를 잡아주시길래 "할아버지 손을 찍어도 될까요?"라고 물어봤고, 할아버지가 오케이 해주셔서 나온 사진. 할아버지의 손을, 노인의 손을 찍어보고 싶었다. 아제르바이잔어로 오디를 'тут'라고 하는데, 나의 유년시절을 보냈던 이 나라는 뽕나무 가로수가 많아서 어렸을 때 길 가다가 항상 엄마랑 둘이 오디를 사이좋게 따먹었다. 그럼 엄마랑 내 손 끝이 봉숭아 물들인 것처럼 검붉은 오디의 색이 됐었는데.
*여기서 잠깐!
분명히 36장이었는데, 막상 37장이 찍혀서 완전 럭키한 모먼트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런 경우가 필름에서는 흔한 것이었다. 이런 럭키한 순간이 사진의 세상에서는 흔한 것이라니..! 이건 필름 롤마다 약간의 '여유 필름'이 있어서 1-2장 정도 더 찍힐 수 있다고 한다. 카메라에 필름을 감을 때 여유분이 필요해서 제조사에서 보통 조금 더 여유롭게 제작한다. 처음 필름을 장전할 때 얼마큼 감고 첫 장을 시작하는지에 따라 이렇게 1-2장이 추가로 더 찍히는 것!
필름 한 롤을 현상한 다음, 돌돌 말아서 동그라미 플라스틱 통에 넣었는데 보통은 필름을 6컷씩 잘라서 납작하게 비닐에 보관한다. 근데 나는 동그라미 통에 넣고 싶어서 컷 안 한 채로 우선 여기에 보관하고 있다.
중학생 때 전라북도 진안군에 있는 농사하는 대안학교를 잠깐 다녔다. 그때 학교 수업 중에 농사 과목이 있었는데 노을공원 시민 텃밭을 보니 나도 수박을 심었던 기억이 났다. 밭을 갈아 이랑을 만들고, 각종 구황작물을 심고, 허구한 날 잡초 뽑고, 매일 농사일지에 나의 농사 과정을 기록했던 수업.
당근마켓 동네생활 같이해요에서 만든 배드민턴 모임이라는 글까지 쓸 정도로 한 때 배드민턴이 취미였는데 혼자 인왕산 등산하다가 산 중턱의 배드민턴 장이 있어서 한참 구경하다가 갔다. 숲 속 어딘가 '비밀의 배드민턴 장'에 도착한 기분!
(사진을 다 본 후)
글 쓰는 사람: 우리 어디 들어가서 이 사진들 하나씩 넘기면서 다시 보자.
사진 찍는 사람: 그러자! 아니 어떻게 처음인데 이렇게 사진을 잘 찍어?
글 쓰는 사람: (웃음) 우리, 이 사진들 얘기하면서 봐야겠어!
영업시간: 매일 10:00-20:00
인스타그램: @lionecoffee_kr
사진 찍는 사람: @ted_opic
글 쓰는 사람: @thesally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