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생학교 서울 May 31. 2018

대화의 기술

On the Art of Conversation

우리는 대부분 딱히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아도 별 문제없이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버젓한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과연 그럴까?


사실 정말로 좋은 대화는 매우 드물다. 우리 사회가 타인과의 대화법은 약간의 계획과 기술에 의존하는 기법이 아니라 그저 태어날 때부터 아는 것이라는 낭만적인 믿음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음식을 준비할 때 완전히 즉흥에만 의존한다면 그리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게 당연하다는 것쯤이야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신중함이나 겸손한 마음이 일단 만들어진 음식을 가운데 놓고 대화하는 법에 대해 말할 때는 사라져버린다. 좋은 대화를 나누는 일은 한밤중 외국의 낯선 도시를 걷다가 우연히 아름다운 광장을 발견하는 일만큼이나 드물고 우연한 일로 느껴진다. 날이 밝으면 다시 그 광장으로 돌아가는 길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더 좋은 대화를 찾으려면 우선 대화의 이상적인 목적이 무엇인지부터 물어봐야 한다. 그리고 여기 대화의 두 가지 기본적인 기능이 있다. 바로 확실성과 명확성이다.


흔히 인생에 대한 이야기에서 우리가 진짜 어떤 사람인가에 관한 부분은 대부분 빠져버린다. 우리가 느끼는 것의 상당 부분이 굴욕을 당할지 몰라서, 혹은 과도한 경고를 받거나 상대방의 화를 일으킬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잘 공개되지 않는다. 동기를 향한 질투, 사랑에 대한 실망, 가족을 향한 진정한 감정, 부끄러운 습관과 사소하기 짝이 없는 두려움, 지나친 정치적 환상 등 ‘침묵하는 정상 상태’는 좋은 대화를 발견할 때까지 논의할 기회가 거의 없다. 그러므로 좋은 대화란 어떠한 호기심이나 판단이 앞서지 않는 대화이며, 지금까지 세심하게 지켜온 감정과 생각을 기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확실하게 보장한다. 

흔히 수줍은 성격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기 쉽다. 우리가 영혼을 여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 자신과 타인 사이의 차이를 지나치게 과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강점만을 보여주고 성공만을 자랑하며 전통적인 제안만을 제시해 결국 상대방을 지루하게 만든다. 사실 우리가 약점을 드러내고 취약점을 전시하며 거친 환상을 고백할 때 비로소 우리는 흥미로운 대상이 되고 상대방의 호감을 산다. 자신의 실패담과 굴욕담, 갈망하는 대상, 말도 안 되는 경험 등을 털어놓는 사람에게 지루함을 느끼기란 불가능하다. 

다음으로 정신적인 공허와 산만함을 고칠 때 상대에게 우리 생각을 더욱 분명하게 전달하는 대화가 이루어지는데, 이게 바로 대화의 명확성이 주는 즐거움이다. 혼자 생각하기란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생각에 집중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공상에 빠지거나 인터넷의 매력을 선호한다. 이때 개선할 필요가 있는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붙들 수 있게 해주고, 머뭇거리면서도 계속해서 생각을 개방할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자신의 통찰력으로 우리의 분석력을 키워줄 사람이 함께 한다면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는가.


흔히 ‘가식’이라는 잘못된 딱지를 붙이게 될까 두려워 우리는 대단히 보람 있는 주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난다. 오직 특별한 사람들만이 진정한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주제를 정면으로 생각할 권리가 있는 것처럼 여긴다. 그러나 인간의 삶을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고찰하는데 타인의 허락이 꼭 필요한가? 그렇다면 도대체 언제 질문을 던져야 한단 말인가? 직업의 의미란 무엇인가? 무엇이 좋은 관계를 만드는가? 아이들은 어떻게 키워야 할까? 여행의 목적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까?


우리는 더욱 용감하게 대화에 뛰어 들어 더 많이 요구해야 한다. 성공사례를 재능으로 볼 것이 아니라 흔히 개발하고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번역 이주혜

편집 손꼽힌


매거진의 이전글 좋은 취향, 나쁜 취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