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음식을 입에 대지 않으신다.
오랜만에 할머니가 우리 집에 놀러 오셨다.
큰고모가 시골에 가시게 되어서 평일에 할머니와 같이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우리뿐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주는 내가 시험기간인 데다가 과제가 있어서 할머니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아침이나 저녁시간에 간간히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할머니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컨디션을 보여주셨다.
다만 문제 같아 보이는 것은 할머니가 식사를 잘하지 않으신다는 거다.
할머니의 식사는 총 세 번이다.
우리 집에서 먹는 아침과 저녁 그리고 복지관에서 먹는 점심 한번.
문제는 우리 집에서 먹는 아침과 저녁이었다.
할머니는 아침과 저녁을 잘 안 드시려고 했다.
밥도 계속해서 2/3 정도를 덜으셨고 반찬도 잘 드시지 않았다.
부모님이나 내가 자꾸 더 드셔야 건강해진다고 말씀을 드려도 할머니는 완곡하게 밥을 드시지 않았다.
대구매운탕을 저녁으로 먹었을 때는 할머니는 생선은 한입도 드시지 않고 국물 조금에다가 밥만 드셨다.
두부구이를 아침으로 먹을 때도 할머니는 김 몇 장에 간장을 반찬으로 밥을 드셨다.
어머니가 요리를 잘하시는 편이라 맛이 없어서 그랬던 건 전혀 아니다.
할머니도 어머니의 요리가 맛있다고 계속해서 칭찬을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한 번은 외식을 하러 나갔다.
저번에 할머니가 우리 집에 오셨을 때 외식을 하니까 할머니가 남김없이 밥을 다 드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외식도 소용이 없었다.
추어탕을 먹으러 갔는데 할머니는 추어탕을 반 이상 덜으셨고 밥도 1/3 공기만 드셨다.
나와 아버지가 계속 어차피 3그릇이나 시켰기 때문에 할머니가 안 드시면 음식이 남는다고 해도 할머니는 먹기 싫다고 하셨다.
할머니가 항상 밥을 먹으면 하시는 말씀이 있다.
이미 저녁을 먹었다라든지 아침은 먹지 않는다든지...
그런데 복지관에서 주는 음식은 점심과 간단한 다과뿐이다.
분명 그런 걸 알고 있는데도 할머니는 자꾸 복지관에서 점심과 저녁을 다 드셨다고 했다.
점심만 드셨을 텐데 말이다.
물론 옛날부터 할머니의 식사양은 하염없이 적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더 건강을 신경 써야 할 시기다.
그런 할머니가 계속해서 밥을 드시지 않고 덜어내는 모습을 보면 아버지와 어머니의 걱정은 더 늘어났다.
어떻게 하면 할머니가 식사를 잘하실까.
가족 모두가 고민하고 걱정을 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