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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제 Nov 04. 2023

일본의 여름이라고 하면 빙수지

멜론이 통째로 올라간 일본의 카키고리

길거리에 보이기 시작하는 빙수를 판매한다는 간판들.

일본의 여름이 오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20살 여름, 아무 계획도 없이 무작정 떠난 오사카여행.

내 인생에서 제일 더운 시간들이었다.

그 시간들 도중에 먹었던 달콤한 빙수들.

그 여름에 먹었던 빙수들 덕분에 일본의 여름에는 좋은 기억들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이번 여름에도 빙수를 먹어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빙수가게들을 알아보았다.

그러다가 찾은 야나카긴자에 있는 히미츠도라는 빙수집.

엄청나게 거대한 크기의 빙수를 판매하는 곳이었는데 가게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방문해 보기로 했다.


히미츠도

야나카긴자로 이동해 빙수가게를 찾기 위해 골목으로 들어갔다

골목에서 공사를 하고 있어서 가게를 찾는 게 힘들었지만 조금 걷다 보니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가게를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멀리서부터 보이는 웨이팅 줄.

저기가 히미츠도 구나라는 생각이 단박에 들었다.

빙수로 꽤나 유명한 가게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웨이팅이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었다.

줄의 맨뒤로 가서 기다리다 보니 앞사람이 보고 있던 메뉴판을 건네주었다.

번역기로 메뉴들을 보면서 어떤 메뉴를 먹을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망고빙수가 먹고 싶었지만 망고빙수는 없었고 파인애플 빙수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메뉴판


그렇게 20분 정도 기다려서 들어간 가게.

입구에서 서 계시던 직원분이 어떤 빙수를 먹을 거냐고 물어보았다.

파인애플 빙수를 주문했지만 마침 파인애플의 재고가 다 떨어져서 주문이 불가능했다.

조금 당황해하며 메뉴판을 다시 보았다.

파인애플 빙수를 빼고 눈에 띄는 메뉴는 초록색의 멜론빙수였다.

나는 곧바로 멜론 빙수를 주문했다.

가격은 2만 원.

빙수치고는 꽤나 비싼 가격이지만 내 바로 옆에서 손수 기계를 돌려가며 얼음을 깎아 빙수를 만들고 있는 직원분들을 보니까 그 가격이 전혀 비싸 보이지 않았다.

카운터 자리에 앉은 덕분에 빙수를 만드는 과정을 계속해서 볼 수 있었다.

얼음 빙수기를 직접 돌려서 간 얼음 위로 시럽을 뿌리고 과일을 올려주는 빙수였다.

그렇게 여러 종류의 빙수들이 만들어지는 걸 구경하다 보니 내 멜론 빙수도 금방 받을 수 있었다.


멜론빙수
멜론빙수
멜론빙수


거대한 크기의 빙수와 위에 올라가 있는 멜론.

꽤나 큰 비주얼에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조금만 있으면 녹아서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작은 그릇에 나는 재빠르게 숟가락을 들었다.

그렇게 한입 먹어본 빙수.

그냥 얼음을 갈아서 멜론시럽을 뿌렸을 뿐인데 왜 이렇게 맛있는 걸까.

얼음에 뭔가 특별한 작업이라도 한 것처럼 빙수가 달콤했고 멜론의 향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위에 올라가 있던 멜론도 같이 먹었는데 빙수의 단맛과 멜론의 단맛이 다른 느낌으로 내 미각을 자극했다.

어느 정도 먹다 보니까 얼음 사이에 새하얀 색인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 떠서 먹어보니 생크림이었다.

빙수의 정중앙에 생크림이 들어가 있었다.


멜론빙수


빙수와 생크림.

정말 생소한 조합에 의심이 가득한 상태로 빙수와 생크림을 같이 떠서 먹었는데 그 조화가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

단맛과 단맛의 조합이지만 너무 달지 않은 적당한 달달함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었다.

빙수의 단맛, 멜론의 단맛, 생크림의 단맛이 모두 다 다르지만 좋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단맛이었다.

빙수를 다 먹고 나니 체온이 1도 정도 내려간 거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바깥으로 나오니 다시 뜨거운 태양이 나를 비추기 시작했다.


여름

뜨거움을 보고 차가움을 먹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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