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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제 Oct 28. 2023

나츠마츠리에서 먹는 야키소바는 특별해

좋아하지 않는 음식을 좋아하는 상황에서 먹는 일상

일본의 여름이라고 하면 축제

축제하면 여러 야타이들

그리고 야타이 하면 야끼소바


20살 일본에 왔을 때 가장 기대하고 있었던 음식은 야키소바였다.

미디어를 통해 많이 노출이 되어서 그런걸까 야키소바를 엄청 먹어보고 싶었다.

볶음요리와 면요리를 전부 좋아했기 때문에 내가 싫어할 수 없는 맛일거라고 생각했었고 여행으로 온 도쿄에서 실제로 먹어본 야키소바는 내 기대를 완벽하게 배신해버렸다.

야키소바는 꽤나 내 입맛에 맞지 않았다.

한입을 먹고 그 다음 입을 먹기가 꺼려질정도로 야키소바는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그 이후로 야키소바는 쳐다도 보지 않았다.

오사카 여행을 갔을 때도 후쿠오카 여행을 갔을 때도 나는 야키소바라는 음식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그렇게 23년 일본에서 1년살이를 시작하고도 야키소바는 1년동안 먹어볼 일이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도쿄에서 친척형과 만났다.

점심을 고민하다가 철판요리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20년 넘게 일본에서 산 친척형은 나에게 먹고 싶은걸 고르라고 했고 나는 야키소바만 아니면 다 좋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오코노미야키를 주문했다.

그렇게 오코노미야키를 맛있게 먹다가 친척형이 야키소바를 왜 싫어하는지 물어보았다.

몇년전 도쿄여행에서 먹었던 야키소바가 별로였었다는 말에 친척형은 이번에 한번 새롭게 도전해보라고 야키소바를 주문했다.

혹시 내가 예전에 먹었던 야키소바가 이상했던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먹은 야키소바는 생각보다 먹을 만 했다.

물론 돈을 내고 먹는다면 여전히 주문하지 않을 거 같은 음식이었다.

나츠마츠리

하지만 여름이 오고 도쿄에서 여러 마츠리들이 시작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마츠리에는 수많은 종류의 축제음식을 파는 야타이들이 있었고 마츠리에 갈때마다 나는 야키소바와 마주쳤다.

아다치 불꽃놀이에서 키시모 신당 마츠리에서 그리고 그외의 여러 종류의 마츠리에서 나는 길게 늘어선 야키소바줄을 볼 수 있었다.

어느 축제에서도 야키소바 야타이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일본인들 입맛에는 그렇게 맛있는걸까.

혹시 축제의 야키소바는 뭔가 다른 맛인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츠마츠리

여름이 한창이던 날, 우리 집 앞에서 마츠리를 하길래 가보았다.

동네에서 하는 작은 마츠리인데도 야키소바 야타이의 줄은 길게 늘어서있었다.

계속해서 야키소바를 본 탓일까 나는 뭔가에 홀린듯이 야키소바를 먹어보기로 결정했다.

30분 정도 기다려서 살 수 있었던 야키소바.

플라스틱 용기를 뚫고 나오는 따끈따끈함이 기분좋았다.

축제를 하고 있는 공원에서 사람이 없는 의자를 찾아 앉았다.

눈앞에는 유카타를 입고 놀고있는 어린아이들과 부모들이 보였다.

어두운 하늘에 축제의 불빛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야키소바
야키소바

허벅지에 올려두었던 비닐봉투에서 야키소바를 꺼냈다.

적당히 따끈따근한 야키소바에서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고무줄을 풀자 플라스틱 뚜껑이 저절로 열렸다.

봉투안에 들어가 있던 나무젓가락으로 야키소바를 한입 먹어보았다.

예전에 먹은것과 비슷한 느낌의 맛.

하지만 뭔가가 조금 달랐다.

분명 좋아하는 맛이 아니었는데 이 맛이 싫지만은 않았다.

방금 만든 따뜻한 야키소바였기 때문일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가게에서 먹었던 야키소바도 따뜻했었다.

하지만 이 맛이 아니었다.

혹시 내 입맛이 조금은 변한걸까.

그것도 아닌거 같았다.

역시 이 마츠리라는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야키소바가 줄어들을수록 먹다보니 맛있을지도 라는 생각이 머리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하나도 남김없이 야키소바를 다 해치운 나를 볼 수 있었다.

정말 내 편견이었을까 이번에 먹은 야키소바는 꽤나 매력적인 음식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축제의 야키소바는 꽤나 매력적인 음식이었다.

물론 그 맛 자체가 내 취향이었냐고 물어본다면 그건 또 아닌거 같았다.

여름, 마츠리 그리고 야키소바의 삼합이 잘 어울렸던걸지도 모르겠다.

여름이 오고 축제가 시작하면 나는 줄을 선다.

이 축제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이 있으니까.

1년중에 얼마 있지 않은 축제를 하는 날.

야키소바를 먹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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