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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제 Dec 29. 2023

25살 첫 자취, 칼질은 처음인데 괜찮을까

생각보다 요리는 어려운 게 아니었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시작해 본 자취.

자취를 해보는 게 처음이었는데 그 시작이 외국이라니…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의식주.

집은 어찌어찌 계약을 했고 옷은 평소부터 좋아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식.

음식을 먹는 건 좋아하지만 해 먹어 본 적은 거의 없었기에 조금 걱정이 되었다.


할 수 있는 음식은 라면이 전부.

25살, 처음으로 칼을 들어보았다.

간편식
컵우동


처음에는 역시 간편식들로 끼니를 때웠다.

일본마트에 있는 여러 종류의 반찬이나 간편식들이 너무 잘 되어있었다.

게다가 싼 가격.

직접 해 먹는 것보다 그냥 사 먹는 게 더 싼 가격에 많이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요리를 도전해보지 않는다면 영원히 도전해보지 못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음을 먹고 도전해 본 요리.


일단 칼과 프라이팬, 냄비 같은 조리기구들을 사는 것부터 시작했다.

처음이다 보니 우리 집 인덕션에서는 쓸 수 없는 프라이팬을 사고 환불을 하는 일도 있었다.

그렇게 겨우겨우 도구를 마련하고 주방에 우두커니 서보았다.

뭘 만들어야 할까.

할 줄 아는 요리는 라면뿐이었기에 나는 유튜브를 들어가 여러 가지 레시피들을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음에 드는 레시피를 찾고 재료를 사기 위해 마트에 방문했다.


여기서 요리의 두 번째 관문이 시작되었다.

한국이었다면 재료정도는 살 수 있었지만 일본에서는 재료를 사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일본 마트에 없는 재료들도 있었고 부르는 이름이 다른 재료들도 많이 있었다.

핸드폰으로 번역을 해서 이런저런 재료들을 사고 구하지 못한 제품들은 대체가 가능한 재료들을 알아봐서 구매했다.

그렇게 겨우겨우 구매한 재료들.

이젠 조미료들이 주방에 가득 찼다.

해물파전
해물파전
볶음우동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유튜브를 보면서 조금씩 도전해 본 요리들.

칼질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유튜브를 봐도 도저히 그 감각을 모르겠어가지고 그냥 막 잘라보기 시작했는데 스스로 다치는 거에 무뎌서 그런지 손을 정말 많이 베였다.

게다가 주방이 굉장히 좁아서 도마를 대충 올려두고 쓰다 보니 계속 흔들려서 더 위험했다.

그래도 여러 번 다치면서 양파나 대파를 썰다 보니까 어느 순간 칼질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마침 아르바이트하는 비스트로에서도 주방일을 도와 칼을 쓰는 일이 조금씩 있어서 칼질 실력이 점점 더 좋아졌다.

떡볶이
닭볶음탕
간장닭볶음탕

그렇게 유튜브를 보면서 볶음밥, 닭볶음탕, 떡볶이 같은 요리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간단한 요리들을 만들다 보니 어느 정도 요리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맛을 내는 소스 하나를 알아내서 떡볶이나 볶음우동, 라볶이 등에 똑같이 써먹을 수가 있었다.

연어스테이크

한국에 있을 때도 엄마가 한 요리가 조금만 달라져도 바로바로 알아차리는 나였기에 맛을 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맛을 만드는 게 크게 어렵지 않았다.

단맛이 부족하면 설탕을 매운맛이 부족하면 고춧가루를 감칠맛이 부족하면 맛소금이나 치킨스톡, 다시다등 다양한 조미료들을 직접 사용해서 원하는 맛을 낼 수 있었다.

막국수
돼지 스테이크
스테이크

그리고 가장 많이 해먹은 스테이크.

버터로도 구워보고 그냥도 구워보고 다양한 방법으로 구워서 먹었는데 대부분의 경우 내가 좋아하는 미듀엄레어의 타이밍을 잘 맞출 수 있었다.

그냥 적당히 구워졌다고 생각해서 잘라보면 좋은 느낌의 스테이크가 완성되어 있었다.


그렇게 다양한 요리를 해보면서 머릿속에서 먹어보고 싶은 음식이 떠오르면 하나둘 만들어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완전히 창작의 영역으로 들어간 순간부터는 실패를 하는 날들이 많이 있었다.

불조절에 실패하거나 조미료의 배합을 잘못한다거나.

하지만 조금씩 할 수 있는 요리들이 늘어갔다.

이곳에 왔을 때는 칼질도 할 줄 몰랐는데 이제 스스로 먹어보고 싶은 요리를 도전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어떤 것이든 도전, 경험 그리고 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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