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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제 Oct 05. 2023

말차는 왜 이렇게 유혹적인 걸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의 맛

일본에서 가장 많이 먹고 있는 맛은?

이러한 질문을 받으면 사람들은 어떤 대답을 할까.


이로하스의 복숭아맛이나 복숭아가 통째로 들어간 케이크와 빙수, 복숭아 술까지.

복숭아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우유나 아이스크림, 초콜릿에 자주 보이는 딸기맛? 

메론소다로 유명한 메론맛.

레몬사와로 유명한 레몬맛.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나는 어떤 답변을 할까.


"저는 말차맛이요."


오래된 찻집


지바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이동하면 오래된 성 하나를 만날 수 있다.

성 하나만 남은 이노하나 성터.

그 앞에는 굉장히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찻집이 하나 있다.

실제로 영업을 하는 건지 하지 않는 건지 헷갈리는 분위기.

아무도 보이지 않는 조용한 가게.

다행히 안에서 들리는 이야기 소리에 가게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용기를 내어 안으로 들어가면서 목소리를 냈다.


“스미마셍”


내 말이 안까지 닿았는지 주인으로 보이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아주머니 한분이 나오셨다.

세 사람이나 밖으로 나온 것에 살짝 당황을 하며 들어오면서 봤던 메뉴판에 있는 메뉴에 손가락을 뻗었다.


“코레데 오네가이시마스.”


이노하나 성터


내 말을 들으신 주인아주머니께서는 원하는 자리에서 기다리라고 하셨다.

가게의 안에는 일본식 정원이 있고 그 안에 높이가 같은 의자와 탁자가 있었다.

손님이 나 혼자뿐이라 어디에 앉을지 잠시 고민하다가 성이 잘 보이는 그늘 쪽에 자리를 잡았다.

아직 겨울이어서 그런지 그늘은 쌀쌀했다.

결국 따스한 햇빛으로 걸어 나왔다.

햇살이 비치는 곳으로 나오니까 적당히 따스한 게 기분 좋았다.


말차와 당고


아주머니께서 들고 오신 쟁반에는 말차와 녹색 당고가 올라가 있었다.

말차를 가볍게 저어서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씁쓸한 맛의 말차.


최근에 먹었던 단맛이 강하게 있는 말차들과 다르게 단맛이 많이 죽어있는 말차였다.

단맛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내 혀를 씻겨주었다.

봄이 오기 직전인 지금에 알맞은 맛이었던 거 같다.

씁쓸한 맛, 그 안에 있는 아주 약간의 달달함을 찾는 시간이 있었다.

이 겨울의 끝자락의 쌀쌀함과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햇살의 맛.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되고 23살까지도 좋아하지 못했던 씁쓸한 단맛.

농도거 짙은 말차는 살짝 텁텁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텁텁함과는 다른 느낌의 목 넘김이었다.

그 조금의 차이에서 느껴지는 잔잔한 쓴맛.

그 맛의 중독성이 굉장히 강했다.


말차와 당고


그리고 녹색 당고를 한입 먹어보았다.

팥에서 느껴지는 단맛.

말차와는 다르게 굉장히 달았지만 그 속에 아주 약간의 쓴맛이 있었다.

팥의 마지막 즈음에 입에서 사라지는 팥의 껍질에서 나오는 거 같은 아주 연한 쓴맛.


단맛 속에 아주 작은 씁쓸합.

씁쓸함 속의 아주 작은 단맛.

아주 작은 맛이 이 음식들을 매력적이게 만들어주었다.


일본에 오면 어딜 가나 자주 만나볼 수 있는 말차디저트와 음료.

단맛이 강한 말차도 있고 쓴맛이 강한 말차도 있다

그 경계선을 왔다 갔다 하는 가지각색의 말차들.


입을 대기 전 이 말차는 어떤 성격의 녀석일지 궁금해하는 시간이 좋다.

입을 맞추기 전까지 알지 못하는 것이 이 말차가 유혹적인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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