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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제 Mar 16. 2024

내 인생영화는 지금 이 순간에 상영되고 있어

요코스카의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 eve - 蒼の ワルツ(푸른색의 왈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나의 인생영화.

아직 한국에 있던 2021년 4월 즈음 내가 사랑한 영화의 애니메이션 버전이 개봉을 했다는 소식에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우리 동네에 있는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시간대가 내가 학교에 가는 시간대와 비슷했고 결국 개봉하고 얼마동안은 영화를 보지 못했다.

유명한 영화가 아니다 보니 우리 동네 영화관에서는 금방 영화가 내려갔다.

결국 나는 버스를 타고 1시간이 넘는 거리는 이동했다.


요코스카


홍대까지 이동해서 볼 수 있었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애니메이션 영화.

원작과는 다른 밝은 분위기와 괜찮게 각색된 스토리.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이 영화의 가장 좋았던 점은 ost였다.

eve가 부른 두 개의 ost, 그중에서도 푸른색의 왈츠라는 곡은 내 머릿속에 각인이 되었다.

조제와 츠네오의 아름답게 빛나는 시간을 노래에 담은 거 같았다.


요코스카


일본에 온 지 반년이 넘어가고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장소들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한번 떠나는 거 1박 2일 동안 돌아다니면서 많은 것들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이런저런 특별한 것들을 찾고 일정을 세워보았다.

마침 여름의 끝자락이기도 하고 푸름이 절정인 시기였기에 일본의 바다가 보고 싶었다.

도쿄에서 1~2시간 안에 이동이 가능하고 바다가 보이는 곳들을 찾다가 좋은 장소를 발견했다.

마침 개화기인 해바라기도 볼 수 있고 바다와 가까이 있어 바다 마을도 볼 수 있는 요코스카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2일 차에는 무인도까지 여유 있게 가볼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렇게 나는 요코스카로 떠났다.


요코스카


푸름이 쌓여있었다.

해바라기, 흰색 적란운 그리고 관람차가 있었다.

무인도, 푸른 터널 그리고 바다가 있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있었다.


요코스카


여름의 끝자락에서 인생에서 가장 푸른 순간을 눈에 담았다.

이런 순간을 조제는 보고 싶었던 걸까…

푸름을 눈에 담는 순간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영화 속 장면들이 생각났다.

푸름을 눈에 담는 순간 예전에 즐겨 들었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OST가 생각났다.

귀에 슬며시 이어폰을 꽂았다.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푸른 바다의 이미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푸르다는 말을 진심으로 뱉어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파란색의 세상이 있었다.

이 여름이 매정할 정도로 새파랬다.


요코스카



보트를 타고 바다를 건너니 그 아래로 흰색 해파리들이 보였다.

새하얀 모래사장이 있었고 바다는 뜨거운 햇빛에 윤슬이 플래시처럼 새햐얗게 반짝여 눈이 부셨다.

조제의 꿈이었던 물고기와 푸른 바다.

조제와 츠네오의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남아있던 모래사장.

그 영화의 푸름을 가장 잘 담아낸 노래까지.

푸름의 왈츠를 들으면서 본 요코스카의 푸른 풍경.

조제와 츠네오의 감정으로 이 풍경에 빠질 수 있었다.

나도 그들처럼 누군가에게 아름답게 비추어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ただ痛くて痛くて 堪らない空の

그저 아프고 아파서 참을 수 없는 하늘의

蒼さは深く色を孕んでは冷たくて

푸름은 깊숙이 색을 품고는 차가워서

伝って伝って 寄せ合う肩を

전하고 전해서 맞대는 어깨를

eve - 蒼の ワルツ (푸른색의 왈츠) 



숨을 깊게 들이쉬자, 푸르름이 내 목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푸름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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