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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제 Mar 13. 2024

비가 오는 도쿄, 나는 다시 비가 오기를 바라고 있어

비오는 순간마저도 사랑스러웠던 도쿄, aimer - ref:rain

아르바이트를 쉬는 어느 날, 어두운 하늘에서 추적추적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가 오는 게 왜 이렇게 좋은 걸까.

날이 너무 시원해 발코니의 문을 열었다.

커피를 한잔 만들어서 책상에 앉아 늘 그랬듯이 글에 내 사적인 감정들을 적기 시작한다.

글을 쓰는 중간중간 보이는 발코니에 있는 빨랫대.

작은 물방울들이 방울방울 빨랫대에 맺혀있다.


비오는 도쿄


이어폰을 빼면 들리는 작은 빗소리.

낮인데도 어두운 하늘, 덕분에 방안에는 옅은 어둠이 깔렸다.

이 순간이 언제까지나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이어폰을 끼고 글을 적기 시작했다.

이어폰으로 듣고 있던 잔잔한 피아노소리가 귀를 메우고 눈과 손은 바쁘게 글을 적어 내린다.

그 순간에도 시원한 바람이 방 안으로 들어와 내 몸을 훑고 지나간다.

서늘한 감각이 느껴지면서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만족할 만큼의 분량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글이 써지고 가사가 없는 음악에서 가사가 있는 음악을 귀에 흘러 보내기 시작했다.

비가 오는 날, 어떤 노래가 내 귀를 적셔줄지 찾던 순간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이라는 애니메이션의 엔딩곡이 눈에 띄었다.

마침 비가 오는 날,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창밖의 순간 덕분에 이 노래가 더 듣고 싶어졌다.


비오는 도쿄


내가 좋아하던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이라는 만화.

예전에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다는 기사를 본 게 기억났다.

아직 애니메이션과 영화는 시청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내 알고리즘 안에는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이라는 만화가 있었던 거 같다.

그 덕분에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애니메이션의 엔딩곡이 내 플레이리스트로 흘러들어온 걸 지도 모르겠다.

가수는 aimer, 학창 시절 때부터 알고 있었던 즐겨 듣는 가수였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노래를 재생시켰다.

노래와 함께 내가 읽었던 만화의 장면들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마음 한구석에 작은 추가 올려진 것처럼 무거워졌지만 기분이 나쁜 압박감은 아니었다.

압박이라고 보기보다는 조금 무게감이 있는 감동이 마음속에 다가온 거 같았다.

내가 비가 오는 순간을 좋아하는 이유는 어쩌면 이 비가 그치면 맑은 하늘이 다시 보일 거라는 생각 때문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비가 서서히 그치고 도쿄의 하늘이 노을에 붉게 물들었다.

더 이상 빨랫대에 물방울이 맺히지 않았다.

비 오는 날의 추억이 하나 둘 쌓여가고 있었다.



あの帰り道 バスに揺られて

그때의돌아가던 길 버스 안에서 몸을 맡긴 채 흔들리며

叶うはずもないような夢をみて

이루어질 리 없는 그런 꿈을 바라보았어요

aimer - ref:rain 中



창문 밖으로 내리고 있던 건 누군가의 노력, 슬픔 그리고 희망.

그 감정들이 쏟아져 내리는 아름다운 순간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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