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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제 Mar 10. 2024

하나비가 터지는 순간, 나는 이 노래를 듣고 있었어

하나비가 하늘에 가득차다 , 優里 (유우리) - 夏音 (여름소리)

2021년, 뭔가를 할 때마다 항상 노래를 들으면서 하던 내가 새롭게 알게 된 가수 유우리.

그 당시에 일본 노래들을 많이 들었기 때문일까 알고리즘에 나타난 유우리라는 가수는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렇게 드라이플라워라는 노래를 시작으로 여러 노래들을 듣기 시작했다.

그렇게 유우리를 알게 되고 1년 정도 시간이 지나 노래를 랜덤으로 재생시키다가 내 가슴을 뛰게 만드는 도입부의 노래를 듣게 되었다.

유우리의 여름소리, 일본에 가면 절대로 이 노래를 여름에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본에서 살기 시작하고 여름이 왔다.

노래를 들을 준비는 끝났지만 이 노래를 그냥 듣기에는 아까웠다.

여름소리라는 노래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이미지는 불꽃놀이.

마침 여름이기도 하고 불꽃놀이를 보면서 이 노래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문득 살면서 불꽃놀이를 본 적이 있었던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나는 불꽃놀이는 딱 한번.

인천에 살던 초등학교 저학년 때 아빠랑 엄마랑 동생이랑 차를 타고 가서 어느 대교에서 본 불꽃놀이.

불꽃놀이는 기억이 나지 않았고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어떤 대교에 갔다는 사실만 기억에 남아있었다.

그게 내 불꽃놀이에 대한 기억 전부였다.

그래서 그럴까 나는 불꽃놀이에 큰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성인이 되고도 서울에서 불꽃놀이를 한다는 뉴스나 어딘가에서 불꽃놀이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sns에 보이는 엄청난 인파가 몰린 사진들 덕분에 나는 불꽃놀이 같은 행사에 더 흥미가 떨어졌던걸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도쿄에 도착하고 여름이 되자 불꽃놀이는 나에게서 떼려야 뗄 수가 없는 이벤트가 되었다.



하나비라고 불리는 일본의 불꽃놀이.

여름에 어떤 것들을 할지 계획을 짤 때 이 불꽃놀이를 차마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가보기로 한 불꽃놀이.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불꽃놀이에 가보고 싶었기에 나는 4년 만에 열리는 아다치 불꽃놀이에 가보기로 했다.

기타센쥬 역에 도착해서 15분 정도 걸어가야 하는 거리.

아무 생각 없이 출발했지만 키타센쥬 역으로 가는 전철로 환승을 할 때 느낌이 왔다.

오늘 적어도 십만 명은 모이겠구나.

키타센주역에 도착해서 아다치 불꽃놀이가 열리는 강변까지 수만 명의 사람들과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엄청난 인파를 뚫고 강변에 도착해 사람들에 밀려가듯이 걷다가 딱 한 사람이 설만한 공간이 있어 그곳으로 들어갔다.

그 좁은 공간에 가만히 서서 불꽃놀이가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오후 7시가 넘어 저녁이 되고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3, 2, 1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내 바로 앞에서 하늘로 날아간 불꽃이 화려하게 하늘의 장식했다.


여름이 아름다웠다.

이 하늘을 수놓은 불꽃놀이가 아름다웠다.

이 순간, 내가 느끼고 있는 공간과 시간이 완벽했다.

우연하게 멈춘 자리는 불꽃놀이를 하는 회장의 정중앙의 자리였다.

내 앞에서 쏘아 올려진 불꽃은 나를 정면에서 바라보며 화려하게 사라져 갔다.

초록색, 흰색, 빨간색 불꽃들이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조화롭게 터져나갔다.

어느 순간에는 빠른 템포로 어느 순간에는 여유 있는 템포로 불꽃이 하늘로 올라갔다.

이 예측할 수 없는 리듬이 가슴을 더 빠르게 뛰게 만들어 주었다.

방심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항상 긴장을 하고 불꽃을 바라보았다.

불꽃놀이 회장의 분위기가 고조되어가고 있었다.



한 시간 동안 이어진 불꽃놀이가 내 시간을 훔쳐갔다.

이 여운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걸어가는 기타센쥬 역 방향과 반대로 걷기 시작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지하철을 타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 여운을 즐기고 싶었다.

그저 하염없이 집까지 걷기 시작했다.

10km가 넘는 거리.

이어폰을 끼고 재생목록에서 그동안 아껴두었던 유우리의 여름소리를 찾기 시작했다.

가슴이 떨리기 시작했고 노래를 찾아서 떨리는 마음으로 재생했다.

내 귀에서 두 번째 불꽃놀이가 시작했다.



夏が終わる音がする

여름이 끝나는 소리가 나

ずっと傍に居たいと思った

계속 곁에 있고 싶다고 생각했어

遠く打ちあがった花火

멀리 쏘아 올려진 불꽃

気持ちに重なって弾けたんだ

마음에 겹쳐져서 터졌어

유우리(優里) - 여름소리(夏音) 中


불꽃놀이는 끝났지만 내 불꽃놀이는 끝나지 않을 거 같았다.

이어폰을 꽂자 내 귀에서는 새로운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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