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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구 Mar 06. 2024

25살, 일본의 여름은 밴드였다

도쿄의 여름은 루시의 노래들로 설명이 될거 같아

나에게 여름은 특별하다.

여름을 좋아하기 때문일까 이 뜨거운 온도가 나 마음까지 뜨겁게 만들어 주어서 그런 걸까.

최근이 되어서 다시 한번 알았지만 나는 여름을 사랑한다.

도쿄의 여름은 그 여름들 중에서도 더 각별했다.


여름의 신사


내가 사랑하는 순간은 대부분 푸르고 청량했다.

하얗고 활기찼다.

에너지가 넘치고 뜨거웠다.

그래서 나는 여름을 좋아했다.

그런 여름을 도쿄에서 보냈고 행복한 시간들이 내 마음속에 쌓여가고 있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노래를 들으면서 쉬고 있는데 유튜브 알고리즘이 새로운 노래로 안내해 주었다.

이어폰을 통해 나온 노래가 꽤 좋다는 생각이 들었고 화면을 보자 루시라는 밴드의 1시간짜리 플레이리스트였다.

꽤 마음에 드는 첫곡을 듣고 나는 1시간짜리 플레이리스트를 들어보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멍을 때리거나 방을 잠시 돌아다니면서 듣다 보니 어느새 1시간짜리 플레이리스트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평소 밴드음악을 선호하지 않았지만 이 밴드는 좋은 거 같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터넷에 검색해 본 루시라는 밴드.

익숙해 보이는 바이올리니스트와 베이시스트.

내가 예전에 짧은 영상들로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조금은 가깝게 느껴진 루시라는 밴드.

루시의 노래는 나에게 있어서 여름의 느낌이 물씬 났다.

푸르고 청량한 목소리, 하얗고 활기찬 밴드의 분위기 그리고 에너지가 넘치고 뜨거운 노래들.

루시는 나의 여름이 되었다.


여름의 바다

밴드의 모든 노래들을 찾아서 들어보기 시작했다.

그들의 음악적 스타일은 내 취향에 딱 맞아떨어졌다.

특히 지금 이 순간, 일본의 여름과 왠지 모르게 어울렸다.

루시의 노래를 들으면서 이 여름을 보내기 시작했다.

여행을 가는 전철, 푸른색으로 뒤덮인 신사, 커다란 호수, 처음 보는 불꽃놀이의 순간 그리고 축제가 넘치는 이 도쿄의 여름에 내 귀에는 그들의 노래가 있었다.

때론 신나게 때로는 진지하게 뱉는 그들의 가사가 내 여름을 더 다양한 감정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한여름의 하코네의 푸름에서 여름이 끝나가는 늦여름의 요코스카의 해바라기 공원에서.

아직 뜨거운 햇빛이 남아있던 일본의 무인도, 사루시마에서도 루시의 노래가 재생되고 있었다.

여름에 다녔던 많은 관광지들 그리고 새롭게 만난 친구들.

처음 타본 로망스카, 새롭게 가본 1박 2일 여행, 도쿄의 근교들.

아르바이트하는 가게의 회식과 새벽에 했던 3시간이 넘는 산책.

10km 넘는 거리는 러닝을 하면서 들었던 루시의 노래.

내 여름이 밴드의 악기와 목소리로 뒤덮였다.


관람차왁 구름

더는 안가 정해진 길론

돌아가 넌 푸른빛을 따라

한 번 더 뛸 수 있다면

그땐 너의 맘이 닿는 곳까지 달려가고 있기를

루시(LUCY) - 조깅  (Jogging) 


노래 한 곡으로 내 일본의 여름을 설명할 수 없지만

밴드 루시로 내 여름을 설명할 수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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